2024년 5월 18일(토)

뮤직

루시드폴-조윤성, 남미감성에 클래식을 물들이다(인터뷰)

강경윤 기자 작성 2012.03.13 10:05 수정 2019.11.15 11:44 조회 3,950
기사 인쇄하기
루시드폴

 
[SBS SBS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서로 다른 명도와 채도를 가진 두 물감을 섞어 의외의 아름다움이 탄생되면, 우린 그 미학적 감동에 취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과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의 만남은 호기심, 더 나아가서는 즐거운 상상력을 요한다.

루시드폴과 조윤성은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하고 또 매우 다르다. 비유하자면, 루시드폴은 부드러운 파스텔톤 푸른색, 조윤성은 강렬한 붉은색이다.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두 사람 안에 자리한 남미감성의 자유로움은 샴쌍둥이처럼 닮았다. 두 사람이 기획한 콘서트 '루시드폴 with 조윤성 세미 심포닉 앙상블'은 루시드폴과 조윤성이 '도전'이라는 촉매를 만나 이뤄진 격렬하고 재밌는 화학작용의 결과인 셈이다.

루시드폴과 조윤성의 만남은 1년 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시드폴이 5집 앨범 '아름다운 날들' 작업을 앞뒀을 때 유희열이 조윤성을 소개했다. “자기 눈으로 본 가장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라는 찬사와 함께 말이다. 그렇게 조우한 두 뮤지션. 뭔가 드라마틱한 결말이 궁금하지만 조윤성을 본 루시드폴의 느낌은 “뭔가 잘 맞지 않는다.”였다.

“윤성 씨는 그동안 만난 뮤지션과는 다른 논법을 가졌다. 음악적으로는 정말 어떤 경지를 넘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말하거나 생각하는 방법이 전혀 달라서 포인트가 잘 안맞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그 음악은 아름답긴 하지만 슬프지 않아요.'란 식이다. 그럼에도 '외계음악가'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멜로디 메이커'다.” (루시드폴)

루시드폴과 달리 조윤성은 루시드폴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루시드폴 안에서 흔히 '브라질감성'이라고 이름 지은 남미음악의 자유로움과 열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윤성은 “루시드폴의 공연을 봤는데, 꼭 잘 아는 노래를 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쉽고 편안한 멜로디에 자연스럽게 음악에 젖어 동화되는 모습을 봤다. 그런 점이 남미음악의 특징과 빼닮아 있었다. 공연장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설명했다.

루시드폴

 
루시드폴과 조윤성의 '아이덴티티'는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닮았다. 루시드폴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이후에는 자유로운 남미 음악에 매료됐다. 음악인 부모 가정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아르헨티나에서 보낸 조윤성은 한국인이라는 틀에서 늘 혼돈을 겪었고 그 혼돈 속에서 음악을 갈구하고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갔다. 국경이나 지역의 경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다움을 추구했던 두 사람에게는 그래서 정서적 공감대가 존재했다.

누군가는 두 사람의 만남을 '천재의 조우'라고도 하고 '싱어송라이터와 마에스트로의 크로스오버'라고도 부른다. 어쨌든 대중음악으로 사랑을 받은 루시드폴과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을 해온 조윤성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만남은 흥미롭다.

“난 이야기에 중심을 두고 풀어가는 싱어성라이터이자 노래하는 사람에 가깝지만 윤성씨는 뼛속깊이 '음악가'다. 분명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디어를 짜내 어떤 골격을 만들면, 윤성씨가 거기에 아름답게 살을 붙이는 과정이었다.”(루시드폴)

루시드폴의 '아름다운 날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조윤성이 공동 프로듀싱과 편곡에 참여했고 앨범은 보다 음악적으로 풍성해질 수 있었다. 매년 공연을 쉬지 않았던 루시드폴이 올해 '뭔가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존재 역시 조윤성이었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점은 루시드폴의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 될 예정이기 때문. 루시드폴은 이 공연을 '중간고사'로 삼을 예정이기 때문. 루시드폴은 “언제부터인가 연말공연이나 장기공연들이 월말고사 같이 느껴졌다. 안주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타성에 젖는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이 공연에 모든 걸 쏟고 이후에는 목소리 연구도 하고 음악공부도 제대로 하면서 한해를 알차게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루시드 폴은 이전 공연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곡 혹은 아예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비사이드 곡들을 선별해 약 20곡들이 채워진다. 수려한 편곡실력을 가진 조윤성 답게, 이번 공연에는 소규모 뮤지션으로 큰 사운드를 내며, 목관, 현악기, 전기음악 등 기존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성한 콘서트를 꾸밀 예정이다.

“굉장히 친한 친구이자 존경하는 뮤지션인 윤성씨가 함께 해 굉장히 영광이다. 마치 내 공연이지만 내 공연이 아닌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조금은 편안하고 짐도 덜어낸 느낌이다. 스트레스도 반으로 줄었다. 윤성씨와 지금까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모든 상상을 음악으로 풀어내겠다.”(루시드폴)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 자신에 대한 기대이다. 다른 어떤 공연보다 속삭이는 그런 느낌을 주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타이틀에 그대로 잘 어울리는 음악을 하고 싶다.”(조윤성)

루시드폴과 조윤성의 합동 콘서트는 오는 4월 20일부터 사흘간 LG아트센터에서 '루시드 폴 위드 조윤성 세미 심포닉 앙상블(Semi-symponic Ensemble)'이란 타이틀로 열린다.


사진=안테나뮤직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