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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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 "연기 논란, 나를 단단하게 만든 계기" [인터뷰]

작성 2012.03.22 10:36 조회 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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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년 만이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청순한 외모로 수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배우 한가인이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스크린에 컴백, 다시 한 번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부분 '첫사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순수함'일터. 특히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도 있듯 유독 남성들에게 있어서 첫사랑이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은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첫사랑' 이미지에 맞게 청초함 그 자체일까. 말도 나즈막하게 조용조용히 하고 웃음도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는, 그야말로 '순수녀'의 결정체일까.

실제로 만나본 '첫사랑의 아이콘'은 솔직 담백 그 자체였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한가인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정답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솔직하게 다가왔다.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한가인은 연이은 '건축학개론'에 대한 호평을 모르고 있었다. 개봉을 앞두고 한 번쯤은 궁금하기도 했을 텐데 전혀 찾아보질 않았다고. 주변 이야기에 휘둘릴 시기는 아직 아닌 것 같다며 개봉 후 전반적인 평을 듣고 싶다고 했다.

"영화에 대한 평을 찾아보진 않았어요. 반응을 보는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서요. 일단 어찌됐든 촬영은 끝났고 아쉬운 부분과 좋았던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좋았다, 나빴다' 등의 주변 반응에 휘둘릴 시기는 아닌 거 같아서 개봉 되고 나서 전반적으로 어땠는지 평을 듣고 싶어요(웃음)."

한가인은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엄태웅 분)의 첫사랑 서연 역으로 등장한다. 15년 만에 승민을 불쑥 찾아와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면서 과거의 추억들과 현재의 새로운 감정들이 쌓여가게 되는 내용. 한가인은 '건축학개론'에서 서연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전했다.

"서연은 앞에서는 까칠하고 도도하고 현재 아픈 상황에 있는 아이지만 뒤쪽에선 승민이랑 집을 지어가는 과정에서 그것들이 치유가 되면서 대학 때의 서연으로 돌아가는 변화있는 캐릭터에요.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뒀죠. 서연의 흐름선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었고 그러기 위해서 영화 초반부에 조금은 도도한 느낌이 나는 것도 반드시 필요했던 부분이에요."

영화 크랭크업 이후 한가인은 다들 알다시피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연우 역을 맡아 바로 촬영에 돌입했다. '해를 품은 달'은 지금은 종영한 상태. 어떻게 보면 한가인은 영화 촬영 때는 서연으로, '해를 품은 달' 촬영 땐 연우로, 다시 영화 개봉을 앞둔 지금은 서연으로 살아가고 있다. 엄태웅의 개그가 그리웠다며 다시 서연으로 살고 있는 감회를 밝혀 모두를 웃음바다로 만든 한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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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오빠를 오랜만에 만났을때 오빠한테 '이런 개그가 그리웠나봐요'라고 말했어요. 왜 말도 안되는 유치한 농담이나 말장난 있잖아요(웃음). 당시 그런 농담들이 촬영 현장에서 긴장을 풀어주게 하는 요인이었거든요. '해품달' 촬영하면서 바쁘고 시간에 쫓기고 잠에 쫓기고 지내다가 영화 홍보를 위해 왔을 때 태웅오빠가 말도 안되는 농담을 첫날부터 해서 '이런게 그리웠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영화를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서 한 번 더 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심야상영 때 깜짝 등장하고도 싶고요(웃음)."

'건축학개론'은 첫사랑을 다룬 영화이니만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과연 주인공이 바라 본 '건축학개론'은 어떤 느낌일까. 그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법한 것들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바로 직업, 결혼, 육아 등에 관한 고민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여성분들은 서연이 현재 일이라던가 사랑에 대해서 힘들어하는 것에많이 공감하시더라고요. 극 중 서연이 말한 것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매운탕 같고 술을 먹고 한탄했을법한 고민들 있잖아요. 그런 얘기 들으면서 동질감을 느꼈어요. '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하고요. 사실 '매운탕'을 말하는 창면을 촬영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공갈빵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남들이 보기엔 꽉 차있지만 안에는 비어있는 공갈빵이요."

당초 한가인은 데뷔 때부터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우 올리비아 핫세의 닮은 꼴로 유명세를 탔었다. 그만큼 예쁜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것. 정말이지 예쁜 외모 덕분에 많은 연애편지를 받아봤다고 한다. 하지만 이성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그저 학교 끝나면 떡볶이를 즐겨 먹는 말괄량이였단다.

"제가 여중, 여고를 나왔어요. 그래서 제 또래의 남자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버스밖에 없었죠. 그 때 당시에 버스에서 삐비 번호를 쓴 쪽지를 많이 받았었어요. 버스에서 꽃도 받아봤고요. 그런데 저는 연애나 이성에 관심이 없었어요. 비가 오는 날 교실 뒤편에 있는 큰 판을 뜯어서 집에 가고 그랬던 완전 말괄량이였거든요(웃음). 남자애들이 쳐다보고 이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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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서연은 두 명이다. 한 명은 현재의 서연을 연기하는 한가인,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과거 서연을 연기하는 걸그룹 미쓰에이(miss A)의 수지. 자신의 아역을 연기했던 수지를 한가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가인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찍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짠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수지를 보면 '말죽거리 잔혹사'를 촬영하던 시절 생각이 많이 나요. 수지가 그때의 저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정신없이 바쁘게 촬영하는거 있잖아요.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립죠. 당시에는 젊음이 버거웠었거든요. 아마 수지는 가수랑 활동을 병행하니까 비슷한 상태지 않을까 싶어요. 스케줄도 많아서 힘들테고요. 제 옛날을 보는 것 같아서 남같지 않고 TV에 수지 나오면 다시 보게되고 진짜 동생은 아니지만 짠한 느낌도 있어요."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명실공히 국민드라마가 된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은 초반 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어색한 말투와 일정한 톤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점차 극이 진행될수록 논란은 줄어들었지만 본인에겐 큰 상처였을터. 한가인은 연기 논란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제가 하기엔 좀 어린 역할이었고 저의 단점도 있어서 예상하고 있었던 부분이었어요. 감독님한테 '저 안티 백만이에요'라고 말했으니까요. 미리 짐작하고 있던 부분이라서 무던하려고, 신경안쓰려고 했던 부분도 있지만 사람이니까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더라고요(웃음).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저를 예민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였을 텐데 그 안에서 중심을 잡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자체, 그리고 그 시간을 견뎠다는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얻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더 단단해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드라마 처음부터 생각했던 목표를 떠올리면서 캐릭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이 신경을 쓰지 않았나 해요"

한가인은 SBS 드라마 '마녀유희' 이후 3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초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녀유희'는 무리한 전개 등의 이유로 초반 인기를 잃게 됐고 한가인의 소속사 측이 시청률 하락의 원인으로 제작진을 가르키면서 한가인은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그리고 여러 일들과 함께 3년 동안의 공백기를 가졌던 것. 한가인은 당시 공백기를 '암흑의 시대'로 표현했다.

"정말 '암흑의 시대'였어요. 하지만 어쩌면 세상을 배운 것 같아요. 당시엔 정말 좌절했었고 방황했었고 힘들었죠. 그 시간을 다시 갖고 싶진 않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현재의 소중함을 지금보단 덜 알았을 것 같아요. 물론 상황적인 부분들도 있지만 '그 때 왜 아무것도 못했을까' 후회해봤자 시간은 지나갔잖아요. 그리고 저는 덕분에 성장했고요.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러다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겠다 생각도 했고요. 인생의 암흑기였죠. 다시 제 인생을 찾은게 너무 값지고 고마워서 지금은 너무 재밌고 즐거워요(웃음)."

(OSEN 제공)
※위 기사는 SBS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OSEN에 있습니다.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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