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헝거게임', 한국-미국 흥행 온도차 '왜?'

김지혜 기자 작성 2012.04.18 10:19 조회 6,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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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이 미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만 힘을 쓰지 못하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헝거게임'은 17일까지 전국 51만8,623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 첫날 '건축학개론'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했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6위까지 내려간 상황. 북미에서는 개봉 후 4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며 미국내 극장 수익은 3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4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흥행 온도차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헝거게임'의 국내 부진을 분석해보면 미국에서의 성공 요소가 한국에서는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작의 후광, 스타 파워, 2D의 참신함 등이 국내 관객들에겐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다.   

'헝거게임'은 2008년 출간된 수잔 콜린스의 판타지 소설 4부작 중 첫번째 영화다. 전 세계 2,60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인 원작은 미국에서만 290만부가 팔려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원작 소설이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원작부터 엄청난 마니아를 확보했다면 '헝거게임'은 원작의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아 영화 또한 관객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지는 못한 셈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할리우드에 이 소설의 판권이 팔렸을 때부터 '제2의 트와일라잇'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실제로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원작 소설에 대한 팬 베이스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흥행에도 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타 마케팅이 불가능했던 점도 흥행 부진의 요인이다. '헝거게임'의 주연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다. 로렌스는 2010년 개봉한 '윈터스 본'을 통해 20살의 나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돼 주목 받았고, 마침내 '헝거게임'의 성공으로 스타덤에 오르며 2012년 최고의 신성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그에 비해 턱없이 낮다. 로렌스의 영화가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못해 흥행에 있어 스타 파워를 과시하지 못했다. 또 로렌스가 '트와일라잇'의 히로인 크리스틴 스튜어드와 '해리포터'의 엠마 왓슨처럼 전형적인 미인형 외모의 스타도 아니었기에 남성 팬들의 호감도도 그리 높지는 않았다.

또 국내 관객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기대하는 가공할만한 스케일과 스펙터클이 부재한 것도 국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 주요 이유다. 3D와 IMAX영화에 길들여진 국내 관객에게 2D로 만들어진 '헝거게임'은 볼거리가 약하다는 인식을 줬다. 3D에 대한 피로감이 감지된 미국에서 2D를 내세워 크게 성공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한국 관객은 자국 영화에는 볼거리보다 완성도를 따지지만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는 볼거리 위주로 선택하는 성향이 강하다. '헝거게임'이 미국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였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이 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진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헝거게임'의 국내 성적을 실패라고 결론 내리기엔 이르다. '판엠의 불꽃은 4편의 시리즈 중 시작격인 첫번째 영화이기 때문이다. '트와일라잇'도 1편보다 2,3편이 더 좋은 성적을 내며 국내에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헝거게임'은 기존의 판타지 영화와는 차별된 매력을 가지고 있다. 10대들의 생존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단순한 이야기에 독재, 계층대립, 인권 등을 녹여낸 묵직한 메시지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특수효과로 살려낸 생생한 현장감 등은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개성이다.

때문에 '헝거게임'이 초반 부진을 딛고 국내에서 흥행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사진 = '헝거게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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