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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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굴당' 이희준 "포크다발 프러포즈, 내 애드리브!"(인터뷰)

작성 2012.09.29 11:29 조회 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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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희준을 보면 송강호, 설경구, 손현주 같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깎아 놓은 듯 잘 생겼다기보다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종종 마주칠 것만 같은 편안한 외모, 하지만 미간에 주름을 넣고 눈을 부라리면 금방이라도 조폭 건달, 살인 청부업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반전 비주얼이다. 웃으면 세상에 그렇게 서글서글할 수가 없고 눈빛에 힘을 주면 금방 무시무시한 인상으로 변한다. 연극 무대에 올라가 있으면 또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는 배우다. 송강호 설경구 손현주를 잇는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그가 꼽히는 이유다. (실제 열거한 배우들이 모두 연극 무대 출신이기도 하다)

또 하나, 그가 '제2의 손현주' 소리를 듣는 건 '생활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기가 연기가 아닌 것 같은, 캐릭터와 실제 모습 간 싱크로율이 100%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다. 멋을 내지 않고 꾸미지 않는다. 리얼하면서도 담백한 연기로 보는 사람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이희준.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으로 남녀노소 사랑을 받는 호감 배우로 떠올랐다. 리얼한 경상도 사투리,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 생생한 생활 연기 때문이다.

'넝굴당'이 막을 내린지 며칠 만에 아직도 작품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이희준을 만났다. 여전히 방이숙(조윤희 분)의 남자 천재용인 것만 같던 그는 '넝굴당' 얘기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천재용 캐릭터를 얘기할 때면 잠시 문득 문득 감상에 젖기도 했다.

무엇보다 '넝굴당' 시청자들이 이희준을 아끼게 된 것은 그의 눈에 띄는 연기력 때문이었다. 탁월한 그 연기력 덕에 천재용 캐릭터는 귀엽거나 유쾌했고 때때로 가슴 짠한 공감을 얻어내게 됐다. 풍부한 표정과 제스처, 반짝 애드리브가 완성해낸 매력 덩어리 천재용.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품에서 물론 작가분의 입지가 중요하고, (대본이) 주어진 그대로 연기를 잘 하는 것 도 중요하지만 작가님과 감독님의 의도에 맞게 강조하거나 보탤 수 있다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그가 애드리브를 '즐기는' 이유다.

"솔직히 대본 속 캐릭터 그 자체로만 머물지 않고 싶은 생각은 늘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작품에 방해가 되거나 제작진의 의도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지만요. 그래도 이번 '넝굴당'에서는 작가님이 '상황에 맞게 애드리브를 잘 해줘서 참 좋았다'고 말씀 해주셔서 특히 기분이 좋았어요. 늘 조심하려고는 해요. 쓸데없이 재밌게 보이려고 억지로 애드리브를 하는 건 자제하자는 생각이죠. 단순히 '이희준, 재밌다'는 평가를 듣기 위해 한 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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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굴당' 속 이희준의 연기는 대본에는 없는 즉흥 애드리브가 감칠맛을 더한 적이 많았다. 일반 시청자들이라면 '저런 대사(행동)도 진짜 대본에 있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 정도로 깨알 같던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 바닥 선수들이라면 알아 챌만한 애드리브도 있고 꾼들조차 분간이 안 되는 절묘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에서 조회하다가 방이숙한테 프러포즈하던 장면 있잖아요. 손님이 프러포즈 이벤트를 예약했는데 후식에 반지를 넣는다는.. 그런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즉석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이요. 제가 무릎을 꿇고 청혼하는 장면인데 갑자기 테이블 위에 세팅된 포크랑 나이프 같은 것들을 보고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들을 마치 꽃다발처럼 만들어 쥐고 무릎을 꿇었죠. 그런 게 제 애드리브였어요. 하하하"

그야말로 애드리브의 향연이다. "부모님이 자꾸 압박해서 억지로 선을 보러 나가던 장면에서도 애드리브가 있었어요. 맞선녀에게 밉상으로 보여야하는 대본이었는데, 순간 정말 '진상'처럼 굴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본보다 더 했죠. 하하"

애드리브는 촬영 도중에 번득 떠오르는 걸 즉흥적으로 시도하기도 하고 때로 대본을 외우는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미리 준비를 해갔다가 선보이기도 한단다.

이번 '넝굴당'을 하면서 손현주 선배로부터 문자메시지 받았던 기억이 뿌듯하다는 이희준. 손현주와는 KBS 단막극을 함께 하며 친분이 쌓였다. 워낙 평소에 손현주, 송강호 선배를 존경하는 배우로 꼽던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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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선배님과는 술자리도 종종 했었고 가끔 전화를 드리면서 교류를 하고 있어요. '넝굴당' 하면서 선배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를 했었죠. 그랬더니 처음엔 전화를 못 받았던 선배님이 나중에 '축하한다. 이 색깔 많은 놈아'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셨더라고요. 기분 좋고 감사했습니다."

이희준의 일상은 '넝굴당' 출연 전과 후, 확연히 달라져 있다. 아직도 사진 찍히는 것이 낯설어 중간중간 멋쩍은 웃음을 터뜨리는 그다. 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늘고 작품 제의가 쏟아지고 사인 요청이 쇄도하는 요즘의 유명세가 기분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인기나 유명세 같은 것들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더 노력해요.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왔어요. 이런 것들(인기)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연연해하지 않고 배우로서 연기하는 '마음'에 관해서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도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배우, 천천히 가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OSEN 제공)
※위 기사는 SBS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OSEN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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