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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칸의 여왕' 부담 털어낸 전도연의 여유

최종편집 : 2013-12-19 07:00:05

조회 : 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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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여기서 어떻게 더 잘해야 하나 부담이긴 해요. 저는 늘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어떤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덜한 건 없는데 사람들은 더,더,더를 원해요. 저는 늘 최선을 다해왔고, 여기에서 제2의 필살기를 꺼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저 다양한 작품, 더 멋진 캐릭터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관록 있는 배우 특유의 여유가 한껏 묻어났다. 연기에 대한 칭찬은 지겨울 법도 하지만, 아이처럼 기뻐했다. 또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어떤 질문에서는 솔직한 자평을 하기도 했다. 잘난 사람의 잘난 척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있다. 새 영화로 돌아온 배우 전도연의 모습이 그랬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 귀환했다. 2011년 영화 '카운트다운' 이후 2년 만이다. 전도연이 없는 사이 충무로에서는 여배우들의 약진 두드러졌다. 엄정화와 엄지원은 물이 올랐고, 김민희와 한효주와 전지현이 급부상했다. 그렇다 해도 전도연의 빈자리는 여전했다. 마치 전도연만이 할 수 있는 연기는 따로 있는 것처럼. 그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 이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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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범으로 오인되어 대한민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거리, 마르티니크 섬 감옥에 수감 된 평범한 주부(전도연)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애타게 세상에 호소하는 남편(고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른바 '장미정 사건'으로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전도연은 '정연'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분노였어요. 그리고 답답함과 슬픔, 그리움의 감정이 차례로 들었고요. 실재 주인공은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웠을까에 대한 상상이 되더라고요. 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죗값을 그런 식으로 치르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고 여겼어요. 꼭 표현해보고 싶은 감정이었어요" 

영화 속 전도연의 모습은 정연 그 자체였다. 민얼굴에 탈모된 머리 등으로 주인공의 처절한 신세를 시각화했다. 대서양 섬의 교도소에서 재판 한 번 받지 못한 채 2년간 갇혀있는 정연의 괴로운 심리 상태가 외형에서부터 읽혔다.

"2년이라는 시간 경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노메이크업이나 탈모 연출, 체중 감량 등을 했어요. 해외에서 6주 정도 촬영했는데, 실제로 많은 고생을 했어요. 그래서 저나 우리 스태프들 모두 정연의 마음처럼 모두 '집으로 가고 싶습니다'라고 외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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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베테랑 배우라 해도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실존 인물을 보면서 연구를 하기도,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으로 연기하기도 모두 녹록지 않다. 전도연은 어떤 방식으로 인물의 내면을 연기했을까.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게 '너는 내 운명' 이후 두 번째인데요. 단순히 배우의 연기적 호기심으로 그분들을 만나기에는 너무 큰 상처가 있는 분들이잖아요. '집으로 가는 길'이 제작되면서 그분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데 많이 부담스러워 하신다고 들었어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그분의) 상처를 들추는 영화가 아니라 치유하려고 하는 영화에요. 그럼에도 촬영 전에 그분을 만나서 감히 "괜찮으세요?"라는 말 한마디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전도연은 오로지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정연이라는 캐릭터를 '전도연화' 했다. 주름 한 줄, 표정 하나, 한숨 한번에도 인물의 감정을 실었다.  

이번 영화에서 프랑스와 도미니카에 이르는 해외 로케이션을 떠났다. 마르티니크 교도소 신 촬영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도연은 도미니카의 한 교도소에서 살인죄 수감자들과 촬영을 하기도 했다. 전문 연기자가 아닌 사람들과의 연기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교도소 신이 도미니카에서의 첫 촬영이었어요. 촬영 전부터 너무 많은 경고를 들어서 방침을 어기면 안 될 것 같았죠. 극중에서 수감자들과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분들 열정이 엄청나시더라고요. 처음엔 긴장했지만, 며칠이 지나고서는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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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은 후반부 법정신이다. 2년의 기다림 끝에 재판을 받게 된 정연은 그동안의 감정을 억누르고 판사를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전도연만이 할 수 있는 절제의 연기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영화 시작에는 철없는 아줌마 정연의 모습이 있었다면, 그 장면에서는 2년의 세월을 이겨낸 정연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식으로든 성장했을 거라고 여겼죠. 처음에는 아팠겠지만, 이젠 굳은 살도 배이고 좀 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2년간 소통을 거부당한 정연이 비로소 말할 자격을 얻었을 때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이성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었으면 했죠. 그 신을 촬영하고 나오는데 영화에서 내내 정연을 괴롭혔던 '헬보이'가 저에게 "힘들었지? 너 되게 잘했어"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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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은 영화인이 인정하고 관객이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다. '칸의 여왕'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담고 있는 부담과 그로 인한 대중의 기대감도 전도연이 계속해서 안고 가야 할 영광의 짐이다.

"수식어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현장에서의 부담감이 더 크고 힘들어요. 어느 순간 현장에서 "이거 전도연은 해. 전도연이면 가능해"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니까 몸을 사릴 수가 없는 거에요.

어느 순간 영화를 꿈꾸던 어린 친구들이 현장에 들어오고 그들이 '전도연은 어떻게 연기할까?'와 같은 궁금증으로 저를 바라봐요. 부담스럽죠. 근데 전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거야'가 아니라 좋은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밀양'의 신애와 '집으로 가는 길'의 정연을 비교할 수 없듯 각기 다른 캐릭터를 저만의 방식으로 보여줄 뿐이에요. 저의 진심을 담아서 그 캐릭터를 표현해내면 관객에게 또 다른 전도연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