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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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중의 스물아홉, 시라소니를 만나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4.08 14:58 조회 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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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스물아홉, 거친 파도가 조금은 잠잠해질 나이다. 그렇다고 열정이 줄었다는 말은 아니다. 패기와 치기를 구분할 줄 아는, 지금 배우 김현중이 겪고 있을 시간이다. 김현중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KBS '감격시대'에서 주인공 신정태 역을 맡았다. 신정태는 김두한의 선배 격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협객 시라소니 이성순을 실제 모델로 했다. 남자들의 가슴 한편에 로망으로 자리잡은 존재, 게다가 실존인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김현중은 신정태로 살아갔던 몇 달을 '감격'이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15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의 주연이라는 부담감도 엄청났을 테다. 아이돌그룹 SS501로 활동한 이력은 배우에게 선입견으로 작용했고 연기자 변신 이후 출연한 '꽃보다 남자', '장난스러운 키스'에선 연기가 부족했다. 우려 속에 뚜껑을 연 '감격시대'에서 김현중의 연기는 예전과는 달랐다. 쟁쟁한 조연들 사이에서 적절한 무게감도 있었다. 하지만 거듭된 출연료 미지급 논란과 제작 거부 움직임, 일부 출연자의 겹치기 출연 비난 등은 '감격시대'의 예상치 못한 악재로 작용했다.

어쨌든 김현중의 '감격시대'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 작품은 김현중에게 첫 타이틀롤의 성공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그가 도전할 수 있는 배역과 장르를 확장시켰다. 김현중은 들뜨지 않았다. '김현중의 재발견'이란 반응에 어땠냐는 질문에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 기사는 보도자료 아니었냐.”고 농을 건넬 정도로 차분했고 또 솔직했다.

김현중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캐릭터 분석에 고민도 많이 했고요 연기라는 매력에 좀 더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연기가 재밌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고요. 칭찬을 받을 때 기분이 좋았죠. 우려와 걱정이 좋은 응원으로 바뀔 때는 많이 힘이 났고요.”

아이돌 가수로 시작해 10년 동안 연예계 생활을 한 김현중이지만 유독 그에게는 인간적인 향기가 난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 때문일 수도 있고  툭툭 내뱉는 말에도 담겨 있는 어른스러운 예의 때문인지 모르겠다. “비연예인 친구들과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나.”란 질문에 김현중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친하면 안 되나요?”라고 되받아칠 땐 솔직히 깜짝 깜짝 놀란다.

“낯을 많이 가려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런 성격은 아니예요. 연예인 친구들이랑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아닌 친구들과 만나서 술 마시고 노는 것도 좋아해요. 직업상 외롭기도 하지만 그 친구들 덕분에 제가 안정된 것 같아요. 외롭고 힘들 때 지켜주는 게 친구들이고 또 친구들이 힘들 때 도와주는 게 저니까요. 맨날 보는 얼굴들인데도 안보면 보고 싶어요.”

연예계에서 김현중에 대한 평판은 좋은 편이다. 강호동은 김현중을 놓고 젊은 친구들 가운데 가장 성격좋고 인성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중 역시 그런 강호동을 위해 SBS '맨발의 친구들'에 출연하며 의리를 보였다. '감격시대'에서 출연료 미지급 논란 등으로 촬영 거부사태가 벌어질 때도 김현중은 주연으로서 주위 배우들을 다독이며 중심축을 잘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희 드라마에서 힘든 게 많았잖아요. 동료 배우분들이 그 힘든 시스템에서도 서로 다독였어요. 그래서 더 배우들끼리 끈끈해졌고요. 솔직히 그런 일이 있으면 방송이 힘들어질 수도 있었는데 4일 만에 2회 분량을 찍었어요. 단 한명도 불평하지 않고 더 집중했었어요. 제가 집중을 못할까봐 더 열심히 호흡 맞춰줬거든요. 이 배우들 아니었으면 방송이 절대로 안됐었을 거예요.”

김현중

김현중은 '감격시대'를 통해 한 뼘 더 성장해 있었다. 이제 과거를 뒤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부딪쳐보지도 않고 잔뜩 웅크린 채 있었던 시간들이 아프게 느껴질 때도 있다.

“원래 욕을 먹더라도 계속 부딪치면서 망하면 망하는 대로, 대박나면 대박 나는 대로 계속 해야 성장할 텐데. 시청률, 돈, 인기에 연연하다 보니까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모든 걸 내려놓고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주변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했더니 행복해졌어요. 그동안 틀을 가둬놓고 신비주의로 있었는데 이제 그런 걸 없애니까 편하고 좋아요.”

배우로서의 성장통도 있었음을 고백했다.

“'꽃보다 남자'를 끝내고 난 뒤 꼭 제가 뭐가 되는 줄 알았어요. 어딜 가든 '우와' 하니까 거기에 익숙해져서 좀 변했었나봐요. '장난스런 키스'를 끝내고 돌아봤어요. 예전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 정말 마음이 뿌듯했거든요. 다시 그 마음을 되찾은 것 같아요.”

김현중이 이렇게 솔직한 고백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의 과정이 있었을지 가히 짐작이 됐다. 김현중은 배우가 아닌 가수로서도 느낀 바가 많았단다. 

"드라마를 끝내고 넬 콘서트에 혼자 다녀왔어요. 일주일 전에 예매를 해놨었거든요. 넬 콘서트를 보는데 정말 부러웠어요. 저렇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노래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사랑을 한다는 점이요. 만날 듣던 넬 노래가 아니라 더 아름답게 들리는 순간이었어요. '모든 일을 저렇게 해야 하는 구나'라고 느끼게 되고요. 우리나라에선 나오기 힘든 그룹인 것 같아요.”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늘 관심의 중앙에 섰던 김현중이었지만 SS501을 생각하면 아련한 추억과 아쉬움이 많다.

“SS501이 해체된 건 아니잖아요. 여건 상 그 이른을 쓸 수 없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재결합에 대해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SS501은 좋은 추억인데 상업적으로 만드는 게 싫어요. 좋은 추억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걸 꼭 나쁘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1900년대를 풍미했던 시라소니는 외로운 싸움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감격시대'를 통해 신정태를 만났던 김현중은 따뜻한 기억과 좋은 인연을 얻었다.

김현중

“카메라에 자기가 안 나오더라도 보조출연자들 50~70명이 무릎을 꿇고 주연 배우들과 똑같이 감정 연기해주세요. 비록 자기가 주목받는 컷이 아니라도 똑같이 눈물을 흘리고 눈빛으로 말하고요. 그럴 때 보면 정말 '감격시대'를 잘 선택했구나라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감격이었어요.”

한정된 시간에서 김현중이 가진 모든 생각을 들을 순 없었다. 하나 확실한 건 김현중은 신정태라는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그 누구보다 잘 드러냈다는 점이었다. 김현중의 연기는 여전히 성장통을 겪는 중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김현중의 스물 아홉은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나이었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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