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최수임 “15년 동안 춤췄고 23년 동안 연기를 꿈꿨어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4.09 14:16 조회 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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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임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꿈이 뭐니?'라고 물었을 때 학창시절엔 '연기요'라고 말해본 적이 없어요. 6살 때 무용을 시작했고 그 때부터 줄곧 꿈은 '무용가', '무용수'였어요. 그렇게 예술중, 예술고, 대학교까지 들어가고 나니 21살 때 혼란스러웠어요. 그동안 내가 꿈꾸던 게 정말 무용이었던 걸까. 아뇨, 저는 늘 연기라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한 최수임은 남들보다 조금 늦게 배우가 됐다. '어디선가 봤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맞다, 최수임은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연기자를 꿈꾸는 무용학도로 출연해 시청자들을 울린 적이 있다. 

최수임

◆ “'황금무지개'는 배우의 자세 알게해준 작품”

그런 최수임이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에서 톡톡 튀는 성격의 김십원 역을 맡아서 다시 주목받았다. 최수임 인생의 첫 드라마에서 얻은 쾌거이기에 누구보다 기쁜 마음이 크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최수임이 얻은 가장 큰 것은 바로 “연기에 임하는 자세”란다.

“물론 연기에 대한 스킬(Skill)도 배웠겠지만 촬영장에서 배운 가장 큰 건 배우가 가져야 할 자세였던 것 같아요. 드라마는 자기만 잘해서는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했지만 김상경, 이지훈 등 주변 배우들의 도움과 스태프들의 배려가 없었다면 잘 마치지 못했을 거예요.”

'황금무지개'에서 이지훈과 이란성 쌍둥이로 출연한 최수임은 철없는 아가씨로 그려졌다. 최수임과 이지훈이 투닥거리는 모습은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황금무지개'에서 가벼운 웃음 거리를 제공하며 청량제 같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로 미운 정이라도 든 걸까. 이지훈과 얽힌 추억담이 한가득이다. 

“약간 얄밉고 짓궂은 캐릭터 때문인지 촬영장에서 (이)지훈 오빠와 워낙 장난을 많이 쳤어요. 대사에서도 애드립 연기를 많이 해서 서로 웃기기도 하고 놀리기도 했거든요. 한 살 오빠인데도 지훈 오빠가 정말 편하게 해줬어요. 지금 돌이켜보니 지훈 오빠가 편하게 대해줬기 때문에 연기를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수임

◆ “무용밖에 몰랐던 최수임이 영화 '써니' 일진으로?”

최수임은 영화 '써니'에서 써니를 괴롭히는 일진 학생으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다. 연기경력과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손에 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여전히 그녀를 '써니'의 일진으로 기억해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수임은 편하게 신인의 길을 걸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생 무용밖에 모르고 살았거든요. 발 앞에 떨어진 입시를 치러내고 대회에 출전하면서 당연히 이 길로만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사춘기가 온 거죠. 대학 1~2학년 때 '이 길이 내 길이 맞을까'라는 고민을 꽤 오래 했어요. 그러면서 가슴에만 품어둔 연기의 꿈을 처음 꺼냈어요.”

무용 외길을 걸어오던 딸이 다른 길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극심했다. 가족들의 지원도 모두 끊겼다. 스스로 모든 걸 해야 했던 최수임은 대학에서 연기과 수업을 들으면서 어렵게 꿈을 키웠다. 그러던 중 영화 '써니' 오디션에 합격하며 처음으로 연기 경험을 쌓았다.

“어머니가 친구 분과 영화 '써니'를 보시러 갔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아셨대요. 영화는 편집 작업이 많으니까 혹시 실망할까봐 가족들에게 '써니' 나온다는 말을 안했거든요. 딸이 영화관 스크린에 등장하니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그 때부터 가족들도 제 진심을 알고 응원해주기 시작했어요.”

좋은 기회로 데뷔했지만 무명 시절은 녹록치 않았다. 최수임은 최반아라는 예명으로 이름을 바꿔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스타케이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름을 다시 본명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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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션만 50번 넘게…故장진영 같은 배우가 될래요” 

“'황금무지개'에 출연하기 전에 오디션만 50번 넘게 봤어요. 처음에는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봤는데 자꾸 떨어지니까 '뭐가 잘못됐지'라는 자책으로 바뀌더라고요. 이제는 조금 내려놨다고 해야 할까요. 기다리는 마음도 생긴 것 같아요. '황금무지개' 합류한 이후 감독님께 오디션에 합격한 이유를 물었는데 '아역과 닮아서'였대요. 이유가 참 단순하죠? 이렇게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가 있었다니 좀 신기했어요. 이젠 자신감을 가지고 자책보다는 여유를 더 가지려고 해요.”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로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최수임에게는 여느 20대 여배우들에게 볼 수 없는 묵직한 분위기가 감돈다.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의 장진영의 연기를 가장 닮고 싶은 배우 꼽는 최수임은, 실제로도 장진영과 닮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얼마 전 최수임은 배우 유연석과 함께 찍은 '핫식스' 광고가 다시 세간의 화제를 모으면서 쾡한 표정으로 웃음을 준 여배우로 각인되기도 했다. 청순하고 단아해보이지만 코믹 연기도 자신 있단다. 또 크로스핏으로 단련한 체력 덕에 액션 연기는 웬만한 남자배우들보다 나을 거라는 당찬 모습도 보였다.

“무용을 오래 했기 때문에 분명 제 몸에 유연성이나 운동신경은 여전할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미지와는 달리 액션 연기를 굉장히 좋아해요. 기회가 된다면 멋진 액션을 선보일 수 있는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신인이기 때문에 주어진 어떤 역할도 감사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진영은 안타깝게 길지 않은 생을 병마로 마감했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영화팬들이 많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고 매 순간 지치지 않았던 연기 열정이 비결이었다. 최수임도 많은 팬들 중 한명이다. 장진영처럼 오래도록 연기로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최수임의 꿈이다. 수많은 신인 여배우들이 탄생하는 연예계에서 최수임의 진지한 도전이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수임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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