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①] 데뷔 10년차, 배우 권민이 ‘착한배우’인 이유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4.11 10:08 조회 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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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권민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지만 '착한 배우'라는 말이 가장 적절하다. 그저 상냥하거나 온순하다는 뜻만은 아니다. 성실하고 한결 같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데뷔 10년 차 권민이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성실하고 진심 어리게 준비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걸 보면 '만약 내가 작가라면 참 행복하겠다.'란 생각까지 든다.

최근 종영한 tvN '응급남녀'에서 레지던트 1년차 김민기 역을 맡았다.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에 집중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은 권민이 응급실에 있던 많은 의사들 중 한명이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권민은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이 배역을 위해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분석하고, 부인 윤지민과 대사를 맞추며 준비했다. 권민은 “작은 배역이었지만 정말 즐거웠고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굴곡이 참 많았다.”라고 말하는 권민은 3년 전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게 됐다. 스물다섯 적지 않은 나이에 배우가 됐고 주인공 등 비중 큰 역할을 주로 맡았던 권민은 당시 자신의 연기가 “어색했고 부자연스러웠고 촌스러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든 크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고 연기하는 게 즐겁다.

권민

◆ 착한 배우 

'응급남녀'는 '종합병원 2'에 이어 권민의 두 번째 의학드라마였다. '종합병원2'에서 권민은 유연석과 호흡을 맞췄다. 캐릭터는 달랐지만 이번에는 유연석 대신 허대호와 콤비였다. 기대가 누구보다 컸지만 막상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적은 비중 때문에 실망을 숨기기 어려웠다.

“대본을 받고 집에서 아내와 얘기를 하는데, 선뜻 말하기가 좀 쑥스럽더라고요. 아내도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좀 작네'라고 말했어요. 그렇다고 기운이 빠진 채 연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아내도 '평생 연기할 사람이 이런 걸로 마음쓰지 말라'고 조언해줬어요.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잖아요. 연기 스타일을 좀 가볍게 하기 위해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트렌디 드라마들을 보면서 연기 스타일들을 연습했어요.”

권민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안문숙이 보여줬던 찰나의 몸동작,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빌 나이가 보여줬던 작은 손동작을 시범 보이면서 자신이 어떻게 연기할 때 흡수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 권민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까. 권민과 장대일(허대호 분)이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는 유독 코믹 애드립이 많았다. 두 사람의 호흡 때문에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

“대호와 30분 먼저 만나서 A안, B안 즉흥 연기를 만들고 감독님 큐사인이 떨어지면 그 때 분위기를 보고 선택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 마치고 쫑파티 때 작가님을 만났는데 '신경 써주지 못했는데 재밌게 해줬다.'라고 얘기하시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보답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권민


◆ 착한 남자

학창시절 권민은 누구보다 '착한 학생'이었다. 국영수 문제집을 푸는 게 유일한 취미였고 전교 1등을 한 적도 많았다. 당시에도 잘생긴 얼굴 때문에 길거리 지나가면 근처 여중, 여고생들이 소리를 지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부모님과 가족 분위기에 따라서 공부하고 미술학원에 가는 게 권민의 학창시절 대부분 추억이었다.

“재수를 하려고 홍대에서 미술학원을 다닐 때 하루에도 몇 번씩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어요. 그 때 처음으로 '연기 해볼까'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지만 당시만 해도 연기에 그리 자신은 없었어요. 부모님 권유에 따라서 일본 국적(권민은 일본에서 태어났다)을 포기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처음으로 영화 '썸'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했죠.”

이후 권민은 MBC '베스트극장'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후 계속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며 활동했다. 하지만 권민은 “연기를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작품할 때마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고 감정 연기도 안되고 참 힘들었다.”고 말한 뒤 “스물여덟살 쯤 연기에 대해서 큰 고민을 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배우로 살아가야 할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올 상반기 '응급남녀', '처용', '쓰리데이즈' 등 세 작품에 출연했지만 권민은 “여전히 배고프고 목이 마르다.”고 말했다. “남들은 세작품이나 출연했으면 많이 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4년이 지나면 마흔이 되는데 전 계속 일하고 싶거든요. 장현승 선배님처럼 편안하면서 불편함을 주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곳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게 제 목표입니다.”

권민


◆ 착한 남편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던 권민의 눈빛이 바뀔 때는 아내 윤지민에 대해서 얘기할 때다. 권민은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면서 두 사람이 만난 날, 첫 여행을 간 날 등 모든 기념일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권민과 윤지민의 사랑은 처음부터 결혼이 예정돼 있었던 것처럼 로맨틱 그 자체다.

“신기한 게 2011년 지민 씨와 처음 만난 게 연극 '청혼'이었어요. 왜 첫눈에 알아본다고 하잖아요. 그 땐 사귈 때가 아니어서 '그저 참 좋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후 지민 씨가 '웨딩화보' 촬영 남자모델로 저를 추천했고 화보를 찍는데 마지막 컷에서 눈이 마주쳤는데 딱 불꽃이 튀었어요. 그리고 그날 제가 고백을 했고 만남을 시작하게 됐어요.”

두 사람은 신혼여행으로 괌을 다녀왔다. 이곳은 권민이 연애시절 윤지민과 함께 갔던 첫 해외여행지이기도 하다. “윤지민의 내조는 어떻나.”라는 질문에 권민은 “내조란 게 다른 게 있나 싶다. 지민 씨의 힘을 주는 말들, 대사를 맞춰주는 모습을 보면 정말 결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민은 SBS 예능프로그램 '자기야'에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라도 여수에 사는 권민의 장모가 타고난 '연기파'라는 것. 권민의 장모는 두 사람의 모든 작품을 모니터링하고 대사는 물론 액션연기까지 그대로 따라한다. 권민은 “저희 장모님과 함께 '자기야'에 나간다면 함익병 씨 보다 더 특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걸요.”라며 웃었다.

권민은 매 순간 거짓보다는 진심을 다하려는 배우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모습보다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착한배우'로 성장한 권민의 배우인생도 '해피엔딩'이 되길 기대해 본다.

권민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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