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정재영, 사서 고생한 이유…"영화의 가치를 생각했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4.16 13:00 조회 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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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방황하는 칼날'은 촬영하는 내내 우울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출연한 영화 중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작품이었을 거예요"

어떤 영화를 보면서 "저 배우 정말 신이 나서 연기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가 하면, "와...배우가 진짜 고생을 많이 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후자는 배우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경우다. 물론 어떤 배우도 허투루 연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결과물이 최고가 아닐지라도 누구나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에서는 배우 정재영의 혼신의 열연을 만날 수 있다. 딸을 잃은 아버지가 범인을 직접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사적 복수는 합당한가?"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방황하는 칼날' 역시 밀도 높은 심리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거 실화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한 시나리오가 좋았다. 원작이 있다고 하길래 '아...그랬구나' 했다. 이야기 톤이 무거워 상업적인 작품이 아니라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 끌려 선택했다"

정재영

정재영이 맡은 상현은 경찰이 딸을 죽인 사람을 찾아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법 집행에 대한 안일함을 알기라도 한 듯 그는 누군가가 보내주는 최소한의 정보를 바탕으로 전국을 샅샅이 뒤진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정상일 수가 없다"는 억관(이성민)의 대사처럼 상현의 이성은 딸의 죽음과 함께 거세됐다. 범인을 직접 처단하겠다는 상현의 행동이 상식적이진 않아도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건 이해가 바탕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상현에게 심적인 공감이 갔다. 누구라도 그 상황이 된다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라도 그렇게 범인을 잡으러 다닐 것 같다. 사람을 죽이고 안 죽이고는 그다음 문제일 것이다" 

정재영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 극한의 감정을 연기했다. 정재영은 분노하는 상현의 감정을 단계별로 조절하며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첫 번째 살인에서 두 번째 살인으로 이어지는 상현의 감정은 뭘까를 생각했다. 감정조절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상현을 이끄는 그 힘이 다소 추상적으로 여겨질 때도 있었다"면서 "그 부분은 정답은 없었다. 머리로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였기에 작품 내내 그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감정 연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후반부 길게 이어지는 설원 신들은 정신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고생을 동반했다. 사방이 눈으로 덮인 산에서 눈앞의 범인을 잡기 위한 상현의 사투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추운 겨울 강원도의 깊은 산자락에서 이 모든 고생을 감내한 정재영의 노력은 스크린 밖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기꺼이 사서 한 고생이다.

"추운 것도 추운 것이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 워낙 우울한 캐릭터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할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정재영

배우란 힘들어도 늘 새로운 것을 쫓기 마련이다. 정재영 역시 힘든 줄 알면서 안가본 길을 가고자 하는 자신의 행보에 대해 "물론 고생스럽고 힘들면 하기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잘하고 익숙한 건 편하지만, 재미가 없다. 그러니까 배우는 비슷한 작품과 캐릭터를 기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영화 후반부 상현의 행동에 대해 물었다. 그것은 과연 '용서'였는지 아닌지가 궁금했다. 정재영은 "상현은 범인에게 "너같은 놈과 같은 하늘에서 살 수가 없다"라고 절규하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용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으로 이미 살해를 한 것과 다름 없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방황하는 칼날'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개봉 전 "관객들이 이런 무거운 영화는 불편해하고, 안 보려는 경향이 있어서 흥행이 걱정된다"고 말한 정재영의 우려는 일단 기우가 됐다.

정재영은 지난해부터 연간 평균 3편에 가까운 작품을 하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에 이어 오는 30일 '역린'의 개봉도 기다리고 있다. 그가 분한 상책은 상현과는 또 다른 캐릭터다.

홍상수 감독과 함께 한 '우리 선희', 절망의 끝에 몰린 아버지를 연기한 '방황하는 칼날', 내시로 분한 '역린'까지 변화의 폭도 넓다. 본인은 손사레를 쳤지만 그는 분명 도전을 좋아하는 배우다.

"도전이라기 보단, 새로운 걸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겁은 나는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이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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