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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히말라야 오른 청각장애 슈퍼모델 추아림을 아시나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4.17 09:09 조회 1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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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아림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당신 인생의 히말라야는 어떤 것인가요?”

세상이 나를 등진 것처럼 느낄 때. 거대한 산에 압도당한 막막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청각장애를 딛고 2013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 블랙야크상을 수상한 추아림(22)은 오히려 거대한 산을 통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 CF '내인생의 히말라야' 편에서 조인성과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온 추아림이 오른 건 산 뿐만이 아니었나보다.

추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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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소심하고 주눅이 든 아이었어요. 언제부턴가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했고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됐어요.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멀어져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어요. 병원에서는 청력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집중력이 강해서 그렇다고 했었고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간 병원에서 최종적으로 청각장애 판정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추아림이 담담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는 가슴이 시렸다. 그녀는 차근차근 질문하는 이들의 입모양을 뚫어지게 본 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잘 알아듣지 못한 말은 종이에 써서 물으면서 자신의 지난날들을 털어놨다.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날 엄마와 많이 울었어요. 세상이 너무 무서웠거든요. 앞으로 인생에 대한 막막함, 청각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어요. 그렇게 방황하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둬야 했어요. 그런 저에게 친구이자 멘토인 어머니는 '더 큰 도전을 해보라'고 어깨를 다독여주셨어요.”

추아림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추아림은 가슴 속에 숨겨뒀던 꿈 한조각을 꺼냈다. 소심한 학생이었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마냥 좋았던 추아림은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다. 인터넷 쇼핑몰 피팅 모델을 통해서 모델의 재미를 알게 된 추아림은 자신감을 얻고 2013년 슈퍼모델 대회에 출전했다.

서류전형 통과자만 2500명. 추아림은 이 합격자 명단에만 이름을 올렸을 때도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추아림은 멈추고 싶지 않았다. 최종 예선에 섰던 추아림은 적막한 무대에 기타를 들고 올랐다. 그리고 수줍음 많던 그녀가 용기있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을 때 대회장 안에 있던 이들은 깜짝 놀라 말을 잃었고 분위기가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장애와 편견을 딛고 본선에 합격한 추아림은 116일동안 서바이벌 과정에서 살아남았다. 16명 본선 진출자 가운데 당당히 블랙야크상을 수상했다.

“대회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청각장애를 앓다 보니까 경쟁에서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어요. 수중촬영 미션이 있었는데 귀가 좋지 않으니까 물속에서는 통증이 굉장히 심했어요. 그 때 엄마가 해준 '너와 함께 있진 않지만 숨을 불어넣어주겠다'는 응원이 기억났어요. 죽더라도 차라리 여기서 죽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고 결국 수상까지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추아림

블랙야크 측은 올해 초 조인성과 함께 추아림을 모델로 기용했다. 추아림의 도전의식에 블랙야크 측이 크게 공감하면서 편견을 벗어던지고 그녀의 쉽지 않은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 블랙야크 측에게 파격적인 제안이었지만 동시에 추아림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히말라야에 직접 등반해야 했던 추아림은 지난달 3일부터 11일까지 그녀는 8박 9일간 히말라야에서 지냈다.

블랙야크 측은 그녀를 위해 세심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촬영 일정 내내 추아림에게 의료진이 동행해 그녀의 건강상태를 세심하게 체크한 것. 귀 통증 때문에 해외여행을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추아림은 배려 덕분에 여객기, 헬리콥터, 경비행기 등 다양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쉽지 않은 일정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획했던 일정을 완수할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산행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산행 자체는 힘들지 않았어요. 다만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과,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거나 모래바람이 부는 등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즐거웠어요. 예전에 '여행을 다녀보고 싶다'고 마음만 있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여행, 특히 산행이 주는 참맛을 알게 됐거든요. 히말라야를 통해서 사람들이 왜 산에 오르는지 알 것 같았어요. 저에겐 모든 게 감동이었어요.”

추아림


생경한 환경에 녹록치 않은 일정이었지만 추아림은 히말라야에서의 8박 9일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놨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고된 일정을 함께 소화했던 사람들과의 값진 인연은 그녀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했다.

“슈퍼모델이 된 이후 학창시절 저를 괴롭혔던 친구들이 다시 연락이 왔었어요. 씁쓸한 마음은 있지만 그들을 미워하진 않기로 했어요. 히말라야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과거에 연연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들과 지내는 현재에 충실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청각장애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극복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저답게 꿈을 이뤄나갈 거예요.”

추아림의 꿈은 모델 겸 연기자다. 장애가 있지만 그걸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마지막으로 추아림은 롤모델을 언급하며 자신의 야심찬 포부를 전했다.

“소피 부즐로라는 미스프랑스 출신 배우가 있어요. 그녀는 청각 장애인이에요. 청각 장애를 겪고 있지만 모델로도 연기자로서도 정말 멋지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다른 청각 장애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저도 부즐로처럼 멋진 모델 겸 배우란 꿈을 이루고 나면 저보다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추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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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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