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박혁권의 재발견? ‘혁테일’은 그 자리 있었을뿐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4.17 10:39 조회 7,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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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권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배우 박혁권은 관찰이 취미이자 특기다. 길에서 우연히 연인들이 싸우는 걸 목격 하면 박혁권은 한참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들을 지켜본다. 연인들은 심각한데 그들이 하는 조그만 행동 하나 하나는 박혁권의 연기에 새로운 영감을 준다. “이렇게 가짜 떡이 놓여 있고 똑같이 먹는 연기를 한다고 쳐봐요. 그냥 먹는 거보다 이렇게 진짜처럼 먹으면 재밌지 않나요.”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즉흥 연기를 펼치는 걸 보면 그가 왜 '혁테일'로 불리는지 대번에 알듯하다.

JTBC '밀회'에서 박혁권은 오혜원(김희애 분)의 중2병 말기 남편이자, 실력보다는 권력에만 관심을 쏟는 탐욕스러운 음대교수 강준형을 연기한다. 상아탑에 한명쯤 있을지 모를, 일그러진 인간군상을 어떻게 저렇게 잘 표현하는지. 그의 연기에 무릎을 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동료교수에게 열등감을 느끼자 조교들에게 “튜닝 왜 안 해”라며 꼬투리 잡아서 화풀이를 하는 모습이나, 천재적 재능을 가진 이선재(유아인 분)를 자신의 영달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면서도 꽤 멋진 스승인체 번지르르한 말로 눙을 치는 걸 보면 저런 관찰력과 표현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증마저 준다.

박혁권

“그런 리액션은 본능적인가 아니면 후천적 노력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눈치가 좀 빠른 건 있는 거 같아요. 제가 관찰을 좋아해요. 길에 지나가면서 사람들 보는 게 재밌거든요. 가만히 있다가도 '쟤 봐라'하면서 그들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따라해봐요. '밀회'를 하면서 제 대학시절 교수님들을 많이 떠올려봤고요. 강준형은 음대교수에 클래식 전공이라서 생소하긴 했지만 '밀회'에서 음악 조언해주시는 피아니스트 손영민 선생님과는 따로 술 한잔 하면서 행동이나 말투를 좀 따라했어요.”

박혁권의 '관찰주의'는 안판석 PD와의 또 다른 작품 MBC '하얀거탑' 때에도 십분 발휘됐다. 당시 박혁권은 병원 복도에 하루종일 앉아서 의사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의사들이 뛰어가는 모습, 간호사들이나 환자들과 얘기하는 모습, 심지어 동료 의사들과 수다를 떠는 사소한 모습 하나까지도 몰래 지켜보며 연기를 연구했다. 그런 노력 때문일까. '은하해방전선', '도약선생' 등 독립 영화들을 통해서 영화계에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스타'로 통했다. 특히 그는 윤성호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말을 들으며 총 7편의 윤 감독의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그에게 '하얀거탑'은 그가 보다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박혁권


“안판석 감독님께 감사하죠. '하얀거탑' 이후로 처음으로 핸드폰 요금이 안 밀렸어요. 그리고 '하얀거탑' 찍고 영화판으로 돌아왔더니 말도 안했는데 페이를 딱 2배 올려주더라고요. 그전엔 늘 제가 '10만원만 더 주세요'라고 떼쓰는 입장이었는데.(웃음)  그래도 여전히 안 감독님은 어려운 분이에요. 혼자 계셔도 옆으로 잘 못가겠어요. 제가 살 가운 편이 못되니까 죄송하죠. 괜히 제가 안 해도 될 말해서 실수할까봐 걱정돼서 살갑게 못하기도 하는 건데.”

안판석 PD는 '밀회'를 통해서 박혁권을 5번이나 캐스팅했다. 이쯤되면 '안판석의 페르소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이 말에 박혁권은 손사래를 친다. 오히려 '페르소나'란 말 앞에 '부정적인'이라는 설명을 달아달라는 요청까지 한다. 박혁권은 꼼꼼한 연출로 유명한 안PD앞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어렵고 늘 작아지는 배우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하시니까, 모범답안을 가지고 있는 분 앞에서 제 딴에는 오답을 얘기할까봐 걱정되는 거죠. 감독님이 어느정도 디테일하시냐면요. 얼마 전에 가사도우미 역할 하시는 분이 딸기와 토마토를 내와서 먹는 장면이 있었어요. 안 감독님은 싱크대에서 딸기를 씻어 내왔을 텐데 꼭지가 없는 게 이상하다며 딸기 꼭지를 놓으라고 지시하셨고요. 제가 문을 여는 속도까지 체크하셔서 모든 인물들의 감정라인을 직접 정리해주세요.”

박혁권은 '밀회'에서 선재와 혜원의 격정적 사랑에 배신을 당하는 인물이다. 쇼윈도 부부였지만 수년과 혜원과의 쌓아온 신뢰가 처참하게 찢어질 위기에 처한 인물임에도 박혁권은 드라마 밖에선 혜원과 선재의 사랑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혁권

“사랑은 있다고도 믿지만 없어지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믿는 두 가지 말이 있는데 그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와 '이 말만은 영원하다'예요(웃음). '바람'이라는 게 네 사람이 연루돼 두 사람만 행복해지는 거잖아요. 둘은 불행해지고요. 양적으로는 행복과 불행의 양이 같아지니까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식이 있다면 불행의 값이 더 커지니까 안된다고 생각해보고요. 사랑 또 언제해보겠어요. 너무 아프지 않다면 그들의 사랑도 인정합니다.”

사랑에 관해서 관대한 박혁권이지만 그는 여전히 솔로다. “결혼 아직 안하셨어요?”란 질문에 박혁권은 “단 한번도”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아기가 갖고 싶어지면 할 것 같다.”는 박혁권은 “아직은 아버지가 될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당분간 결혼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밀회'의 강준형이란 인물은 박혁권의 연기와 현실이 맞닿는 쾌감을 선사하며 그를 보다 유명해지게 만들었다. 심지어 '울라프 닮은꼴'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을 뿐이었다. “거짓연기를 할 거면 뭐하러 연기하나. 그건 예의도 아니고 재미도 없다.”는 그의 말이 거창하진 않지만 솔직한 그의 연기철학을 대변한다. '혁테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박혁권


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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