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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하이힐', 금기를 다룬 장진 감독의 노련한 접근법

작성 : 2014-05-30 12:50:05

조회 : 3507

하이힐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장진 감독이 영화 '하이힐'로 돌아왔다. 2011년 '로맨틱 헤븐' 이후 3년 만이다.  

장진은 충무로의 스타 감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은 이름이다. 평범한 것에 비켜나 있는 참신한 소재와 재기발랄한 연출, 스타의 새로운 이미지를 끌어내는 그만의 내공으로 업계와 관객의 돈독한 신뢰를 쌓아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장진 감독이 흥행의 달콤한 맛을 본지는 꽤 됐다. 그런 점에서 6년 만에 차승원과 다시 호흡을 맞춘 '하이힐'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힐'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로 결심한 순간 치명적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리송한 줄거리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여성성을 가진 형사의 자아 찾기다.

이번 작품은 감성 누아르를 외피를 입고 있다. 장진 감독의 첫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는 '하이힐'은 기대 이상의 액션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영화는 오프닝에 지욱의 남성성을 부각하는 액션 시퀀스를 배치했다. 차승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마초적인 매력을 극대화 시키면서 뒤이어 등장할 지욱의 본 모습에 대한 충격파를 높였다.

하이힐

액션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는 감독이 만든 액션이라고 보기엔 근사하고 매력적인 시퀀스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베를린', '용의자' 등으로 이어진 최근 한국 영화 속 수기 액션의 흐름을 이을만한 완성도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따로 있다. 형사라는 옷을 입은 지욱이 집이라는 공간, 자기 내면으로 들어갔을 때 나오는 본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하이힐'의 핵심이다.

하이힐이라는 제목은 누가 봐도 완벽한 남성의 모습을 갖춘 주인공이 끝내 숨길 수밖에 없었던 내면의 여성성을 상징한다. 이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에게나 있는, 꿈꿔왔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잘 다듬어진 육체 너머의 상반된 본 모습 즉, 외모만으로 사람을 규정하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장진 감독이 신은 '하이힐'은 그의 발에 맞지 않는 구두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장진 감독이 사회적 금기로 치부시되는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의외의 선택이라고 여길 것이다.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진 감독은 "보편적인 틀 안에서 보는 것 외에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발언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끄집어 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거기에서부터 출발한 영화다"라고 연출의 변을 전했다. 따지고 보면 남과 다른 것, 일반 적인 것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때문에 '하이힐'은 장진이기에 가능한 도전일 수도 있다. 장진 감독은 쉽지 않은 소재를 요리하면서 해야 할 말을 피하지 않았다.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를 그리는 데 있어서 차승원을 여성화 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피했다. 이것을 설득력 있게 또 보는 이들의 공감을 유발해야 하는 것은 감독의 큰 숙제였을 터. 다행히도 장진에게는 차승원이라는 성실하고 열정적인 파트너가 있었다.

하이힐

그 어떤 영화보다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어야 했던 차승원은 영화 내내 지욱으로 살며 우리가 알던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지웠다.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남성미를 강조한 액션보다는 내면의 여성성을 드러낸 감정선과 세밀한 동작 연기에 있다.   

장진 감독이 금기를 다루는 데 있어 내놓은 또 다른 카드는 시의적절한 유머였다. '엇박 개그', '썰렁 유머'로 대표되는 장진식 유머 코드는 그동안 많은 관객을 웃겨왔지만, 과한 유머 배치로 작품의 흐름을 깨는 경우도 적잖았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과하지 않은 그러나 무거운 주제와 분위기를 적절히 이완시키는 양념으로 잘 활용했다. 장진식 유머가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허물고 극의 재미를 높이는 쪽으로 발휘됐다. 

단순히 "트렌스젠더 영화야?"라고 반응하기에는 '하이힐'이 가진 영화적 메시지는 묵직하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어쩌면 그 다름도 가치관의 차이일 뿐 자아찾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라는 점에서 '하이힐'은 관객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24분, 6월 4일 개봉.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