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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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드윅’은 어떻게 레전드가 됐나?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6.02 14:36 조회 3,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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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헤드웩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배우 조승우의 '헤드윅'은 '조드윅'으로 불린다. “조드윅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조드윅'에 대한 팬들의 지지는 폭발적이다. 천재적 감성으로 수년째 회자되는 원작 영화 '헤드윅'의 기시감도 '조드윅'에게는 중요치 않다.

그런 '조드윅'을 현장에서 만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티켓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사이트는 접속폭주로 다운됐고, 단 몇 분 만에 백암아트홀 좌석은 동이 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취재진을 위한 관람석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니, 이쯤 되면 '조드윅' 인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헤드윅'은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1961년 동독에서 태어난 소년 한셀이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으로 성장한 뒤 부르는 인생과 사랑, 운명에 관한 노래다. 앵그리인치 밴드와 함께 헤드윅은 요염하게 무대에 올라서 자전적 노래를 부른다. 헤드윅의 읊조리거나 폭발하는 음율에는 고유의 성(性)을 버려야 했던 한셀의 방황, 우주적 운명을 찾는 헤드윅의 설렘, 토미로부터 처절한 배신을 당한 뒤 결국 '다름'을 받아들이는 헤드윅의 극복이 담겨 있다. 

2시간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헤드윅'은 조승우란 배우를 만났을 때 가장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는 데 이견을 달 수 없었다. 퍼포먼스와 가창의 밸런스를 가장 멋지게 소화하는 조승우는, 헤드윅이란 이름으로 관객들과 누구보다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는 지각한 관객을 향해서 “괜찮아, 천천히 들어와.”라고 말하거나, 관객의 의자 위로 올라가서 격렬한 털기춤을 선보이며 '헤드윅'의 도발적인 자유로움을 정확히 드러냈다.

조승우 헤드웩

'헤드윅' 첫 공연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조드윅'은 관객들과 더욱 깊게 교감하고 있었다. 조승우는 '헤드윅'의 오랜 팬들에게 “다음번에는 이런데 오지마. 나가서 남자 만나.”라고 '돌직구'를 날릴 정도로 격이 없었다.

10초에 한번씩 웃음을 터뜨리게 하던 조승우의 익살스러움은 '헤드윅'이 종반으로 치닫을 수록 헤드윅의 근원적 외로움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조승우가 헤드윅을 벗어던지고 가짜 가슴이었던 토마토를 꺼내 몸에 발랐을 때, 진한 화장의 '헤드윅'은 어디로 가고, 그는 두 팔을 벌려 안아주고 싶은 나약한 한셀로 변해 있었다.

'조드윅'의 가장 결정적 위력은 커튼콜 때 입증됐다. 커튼콜이 시작되자 숨을 죽였던 객석은 마치 전설적 록스타를 바라보듯 '떼 창'을 불렀다. 그런 팬들을 위해서 조승우는 의자에 올라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즉흥랩을 선보였다. 또 객석이 앵콜을 거듭 외치자 소년처럼 해맑게 드럼을 연주했다.

피 튀기는 예매 전쟁과 수많은 '앓이'를 양산한 '조드윅'의 진짜 힘은 조승우가 관객들과 만들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였다. 막차시간만 아니었다면 밤을 새서 진행될 것 같던 '헤드윅'은 커튼콜만 30분을 넘긴 뒤 결국 끝이 났다.

조승우 헤드웩


“또 오지 말고 남자친구랑 밖에 나가서 데이트를 하라”던 조승우의 충고를 귀담아 듣는 이는 별로 없었보였다. 객석을 빠져나가던 여성 관객들은 다음 예매 오픈일에 대해서 말하며 “또 오자!”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조드윅'은 한국 뮤지컬의 레전드가 되고 있었다.

조승우 외에도 박건형, 송용진, 김다현, 손승원 등이 캐스팅된 '헤드윅'은 오는 9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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