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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우리는 왜 '그녀'에 반했나…이 깊고 진한 '울림'

최종편집 : 2014-06-03 07:00:04

조회 :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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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이 SF(Science Fiction)인가요?"…'그녀'가 사랑을 전달하는 방식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가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달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 전국 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00만, 200만도 아닌 14만 명이라는 수치는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50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개봉해 거둔 성적으로는 괄목할 만하다. '트렌센던스', '고질라'와 같은 할리우드 대작을 제치고 종합 박스오피스 순위 4위까지 치고 올라간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수치보다 놀라운 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다. '그녀'는 입소문의 장이라 할 수 있는 SNS상에서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감상, 사랑에 대한 단상 등을 남기며 영화가 남긴 감동을 곱씹고 있다.

'그녀'는 지난 3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의 후보에 올랐지만, 각본상을 받는데 그쳤다. 그 때문에 '노예 12년', '아메리칸 허슬',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등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화제작들이 아카데미 특수를 노려 2~3월에 개봉한 것과 달리 '그녀'는 개봉도 뒤처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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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핸디캡은 영화의 감동을 전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관객들은 이 작품의 개성을 눈여겨봤고, 작품이 선사하는 감동에 흠뻑 취했다. 

'그녀'는 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SF라는 장르 안에서 풀어낸 독특한 멜로다. 인간과 사이보그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과거 '블레이드 러너','A.I' 등을 비롯해 여러 작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작품들 속 사이보그는 실체가 있었다. '그녀'는 인간과 운영체제(OS)와의 사랑을 그린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형의 존재와의 사랑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으로 극장에 들어선 관객조차 영화를 보고 나면 설득당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몇몇 관객들은 '근 미래에 우리도 시리(Siri)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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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SF라는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야기는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영화는 사랑의 생성만큼이나 소멸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마법처럼 이뤄지듯, 그 사랑이 식는 것 또한 믿을 수 없는 형태와 방식으로 일어난다. 

시어도어와 사만다의 사랑과 이별이 낯선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이런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시어도어의 순정과 사만다의 변심이 가슴 절절히 와 닿는다.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아파하는 이 모든 사랑의 과정은 스파이즈 존즈 감독의 섬세한 각본과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의 설득력 있는 연기로 날개를 달았다. '그녀'가 전하는 깊은 울림은 폐부를 찌르는 감성과 놀라운 리얼리티에 있다. 사랑을 해본 이라면, 그것의 소멸로 아파해본 이라면 이 영화에 반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녀'는 그렇게 관객을 유혹한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