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차승원의 심사숙고, '하이힐'은 잘한 선택이었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6.25 09:20 조회 6,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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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관객의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의 새로운 도전을 좋아해 주시는 관객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 했는데 나름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안착시키려고 노력했다"

차승원은 애초 장진 감독의 '하이힐'(감독 장진)고사했다. '박수칠 때 떠나라'와 '아들'이후 6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출 기회였지만, 감독이 가져온 시나리오는 녹록지 않았다. 성소수자의 고뇌와 선택을 다룬 이 영화는 소재와 이야기 모두 대중적인 편이 아니었다. 

"장진 감독에게 '왜 이걸 하려고 하냐'면서 거절했다. 그런데 생각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하더라. 성향이 그런 쪽인 건 아니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다른 사람보다는 넓다고나 할까. 나는 거부감이나 선입견이 전혀 없는 편이다"

차승원이 한 차례 고사한 '하이힐'을 선택한 데는 감독에 대한 신뢰가 컸다. 한 살 터울인 두 사람은 영화계 대표 절친으로 작품을 함께 할때나 하지 않을 때에도 왕래가 많고 연락이 잦은 편이다.

차승원

"늘 그런 얘기를 했다. 마흔을 넘어선 우리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승전결이 예상 가능한 코미디 영화 같은 건 하지 말자고. 그런 걸 할거면 우리가 감독과 배우로 다시 만나는 의미가 없다고. '하이힐'은 쉽게 선택할 소재도 아니었고, 예상가능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래서 감독을 믿고 선택했다"

차승원은 연예계 대표적인 터프가이다. 마초라고 지칭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남성성으로 무장된 배우다. 그런 그에게 여성성을 내면에 숨긴 강력계 형사 '지욱'은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장진 감독이 애초에 머릿속에 그린 지욱의 이미지와 차승원은 일치했다. 누가 봐도 거칠어 보이는 남자의 아무도 모르는 내면은 차승원의 남성적인 외모와 섬세한 연기력이라면 충분히 표현 가능했기 때문이다. 꼭 그여야만 했다는 감독의 말은 영화를 보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차승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진 감독의 첫번째 느와르 액션이 훌륭하게 완성된 건 차승원의 남다른 액션 감각이 크게 한 몫했다.

"액션에 대해서 만큼은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촬영 준비할 때부터 내가 생각한 액션의 그림을 이야기했고, 참고가 될만한 데모 테잎을 감독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난 팔다리가 긴 편이라 잘못하면 허우적 거린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무술 감독과 오랜 시간 상의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동작을 선별했다. 예전에 일본에서 뮤지컬할때 무릎 인대가 파열돼 발차기하는 데 무리가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차승원

액션에 대한 결과는 어찌 보면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차승원이 원래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내면 연기는 배우 차승원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촉촉이 젖은 눈빛으로 지욱의 상처와 욕망을 표현해내는 장면들은 '하이힐'이 보다 진심 어린 영화로 완성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차승원은 "남자라도 누구나 내면에 어느 정도의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 속 여장 연기는 웬만한 여자 못지 않게 자연스럽기도 했다.

"지욱이 여장을 하고 처음 외출하는 엘리베이터 신의 경우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근육이 너무 도드라져서 캡틴 아메리카처럼 보이더라. 나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그런 어색함을 참아냈던 것 같다.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가 쌓이니 실제로 안 예뻐도 그 사람이 가진 성격과 내적 욕망이 화장을 뚫고 드러나 보이는 것이라 그나마 연기하긴 수월했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과연 지욱이 자신의 꿈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집중했다. '하이힐'의 선택은 누군가의 예상을 빗나간 것일 수도, 예상대로일 수도 있다. 차승원은 감독이 선택한 영화의 결말에 만족했을까. 

차승원

"대부분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단순히 성소수자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사회적인 편견과 벽에 부딪혀 걸로 표출시키지 못하는 현실을 우리 영화가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마지막 지욱이 새끼손가락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변하지 않음을 암시하듯 보여줬다. 나는 이 결말이 마음에 든다"

'하이힐'은 장진과 차승원의 조합이라면 기대하는 흥행 수치를 밑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차승원의 선택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이 배우 차승원의 새로운 모습, 더욱 폭넓은 연기를 경험했고 찬사를 쏟아냈다. '하이힐'은 차승원의 심사숙고가 틀리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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