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①] 배우 하정우의 사전에 답습이란 없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7.18 14:59 조회 1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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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때론 관객의 기호도 리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독이든, 배우든 창작하는 사람은 트렌드에 끌려가지 않고 새로운 발자국을 제시하는 역할도 해야하지 않을까요"

배우 하정우를 인터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폭넓은 스펙트럼, 그러니까 매 작품 다른 영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에 관한 것이다. 기자가 하정우를 만난 지난 세 차례의 기록을 돌이켜 보니 이 뻔한 질문은 거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하정우는 데뷔 이후 10여 년 동안 엇비슷한 캐릭터로 재능을 허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국민 살인마'라는 수식어를 얻은 '추격자'에서부터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조직 보스, '러브픽션'과 '멋진 하루'의 귀여운 연인, '의뢰인'의 수완 좋은 변호사, '베를린'의 첩보원, '더 테러 라이브'의 앵커 등 매 작품마다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정상의 괘도에 오른 배우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무척이나 많다. 유명 감독의 이름만 보고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아이디어가 참신한 신인 감독의 데뷔작을 선택하는 모험도 감행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것도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 확률의 차이가 있을 뿐. 그래서 배우의 '눈'과 '촉'은 개인이 가진 역량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오는 23일 신작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하정우는 눈과 촉이 꽂힌 작품. 대학 후배이자 오랜 영화 동지 윤종빈 감독과 네 번째로 의기투합 했다.  

군도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 하정우는 이 작품에서 쇠백정에서 의적으로 거듭나는 캐릭터 도치 역을 맡았다. 흥미로운 건 극 중 나이가 18살, 정신연령은 10대 초반으로 설정된 캐릭터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만의 눈높이 연기는 빛을 발한다. 돌무치는 순수함, 도치의 우직함으로 포인트를 잡고 같은 듯 다르게 두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돌무치가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다면, 도치는 복수심와 의협심이 합쳐진 캐릭터다. 돌무치는 가족을 잃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도치가 된다. 지리신 추설에 들어오면서 철든 진짜 남자로 거듭나지만, 성격이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할때 돌무치가 원래 가진 순수함과 귀여움을 잊지 않으려 했다"

'황해', '베를린'으로 이어진 고행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졌다. 하정우는 도치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 머리를 밀었고 덥수룩한 수염을 붙이고, 징그러운 흉터를 새겼다. 그리곤 폭염의 여름부터 엄동설한의 겨울까지 경북 문경, 전남 담양과 구례, 경남 하동 등 전국 팔도의 산을 돌며 1년여의 시간을 산적으로 살았다.

하정우

이런 외형 변화나 육체적 고생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정우는 "관객에게 새로운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재밌다고 생각한다. 배우 중에 로버트 드니로를 가장 존경하는 데 그는 캐릭터를 위해 치아를 다 뽑고(프랑켄슈타인), 손톱을 징그럽게 만들고(엔젤 하트), 체중을 늘리는(성난 황소)등 외모적인 변화를 감행하면서 동시에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그것이 물론 힘은 들지만, 캐릭터의 완벽함으로 이어질때 드는 쾌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에게 있어 가장 멋진 순간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때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관객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게 내 직업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희생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를 통해 나도 즐겁고 관객도 즐거워지면 행복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하정우는 '군도'의 표면상 주인공이지만,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윤종빈 감독은 돌무치가 도치가 되는 성장담을 그렸지만, 도치가 추설을 이끌고 세상을 바꾸는 영웅담에 방점을 찍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해 이 작품은 강동원의 영화에 가깝다. 나주의 대부호 '조윤'으로 분한 강동원은 서자 컴플렉스에 사로잡힌 악역을 매력적으로 연기하며 영화를 장악했다.

실제로 언론 시사회 이후 스포트라이트가 강동원에 집중된 감이 있다. 4년 만의 스크린 컴백에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정우는 이에 대해 섭섭해하지 않았다. 

군도

"이 작품은 시나리오와 영화가 큰 차이가 없다. 이야기의 특성상 조윤의 캐릭터와 매력이 두드러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같은 반응을 예상했다. 무엇보다 강동원 씨가 조윤 역을 잘 소화해서 '군도'라는 영화가 훨씬 풍성하게 완성됐다. 그래서 이번 영화가 만족스럽다"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배우에게 양보했다고 해서 그가 치열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느 작품에서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했고,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줬고, 영화를 빛냈다. 그저 과시하지 않을 뿐. 하정우는 연륜있는 배우가 겸비한 '겸손'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 

하정우의 시계는 올해도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군도'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 '허삼관 매혈기'의 촬영을 이어간다. 이 영화를 마친 뒤에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 '암살'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는 삶이지만 개인의 행복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요즘 아버지(김용건)의 핫 워딩이 '장가가라'다. 선보라는 말씀도 자주 하신다. 나이 들 수록 좋은 사람을 만나는게 쉽지 않지만, 마흔 전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bada@sbs.co.kr   

[인터뷰②] '허삼관 매혈기'로 엿본 영화감독 하정우의 청사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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