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강동원이 말한 충무로 감독들의 '강동원 판타지'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7.21 12:48 조회 2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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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강동원을 만나 가장 놀랐던 건 자신감이었다. 재능과 능력에 대한 자기 확신은 좀처럼 자신을 어필할 것 같지 않은 배우에게서 본 가장 의외의 모습이었다.

강동원은 신비롭고도 신기한 인물이다. 피사체로서의 매력이 영화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 몇 안되는 배우다. 그것은 단순히 얼굴이 잘생기고, 비율이 좋다는 의미의 '비주얼 배우'와는 또 다른 지점에 있는 개념이다. 강동원에겐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그만의 아우라가 있다. 그 장점이 극대화된 작품이 오는 23일 개봉하는 '군도: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다.

무려 4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2010년 영화 '초능력자'를 마치고 입대한 강동원은 제대를 하고도 약 2년간 숨을 골랐다. 그 사이 쏟아진 작품은 상당히 많았다. 장고(長考)끝에 선택한 영화는 캐스팅 제안 당시 시나리오도 존재하지 않았던 '군도:민란의 시대'였다.

"윤종빈 감독님이 나와 작품을 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나 역시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보고 감독님을 궁금해하던 찰나였다. 그래서 내가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그 자리에서 본인이 아이템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악역인데 괜찮겠냐'고 물으시더라"

강동원

강동원을 만나고 돌아간 윤종빈 감독은 '군도'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건네받은 강동원이 그 작품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영화의 메시지, 캐릭터, 재미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캐릭터. 그는 "캐릭터가 시나리오 안에서 명확하게 들어왔다. 게다가 감독님에 대한 신뢰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고 말했다. 

'군도'에서 강동원은 '조윤' 역을 맡았다. 나주대부호이자 전라관찰사인 조대감의 서자로 약관 19세에 조선 최고의 무관이 됐으나 아비에게 인정받지 못한 한을 품고 사는 인물이다. 조윤은 관과 결탁하여 악랄한 수법으로 백설을 수탈하며 땅 귀신의 악명을 얻는다.

강동원이 연기한 조윤은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다. 악마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이면엔 이유 있는 상처가 가득하다. 서자로 태어나 단 한번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콤플렉스가 그를 괴물로 만들어버렸다.

이번 영화에서 강동원은 장기인 액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장검을 쓰는 그의 액션 신은 마치 근사한 현대 무용을 보는 듯 우아하고 격조가 넘친다. 그 품격마저도 의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은 '힘있는 액션'에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군도

"이번 영화의 포인트는 액션이었다. 감독님이 영화를 하면서 나에게 주문한 것도 강렬하고 힘 있는 액션이었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제1의 임무라는 것을 알았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조윤의 액션은 빠르고 세다. 그러나 도포가 휘날리다 보니 시각적으론 우아해 보인 것 같다. 실상 액션의 합은 굉장히 빠르고 절도 있는 편이었다. 이번 작품의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크랭크인 넉 달 전부터 검 연습을 했다"

시간과 땀은 강동원을 배신하지 않았다. 자신의 대표작 중 한편인 '형사 Duelist'만큼이나 근사한 액션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대부분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한 투혼은 박수가 아깝지 않다.

"내 첫 액션 영화라 할 수 있는 '늑대의 유혹'때부터 대역을 거의 쓰지 않았다. 워낙 운동을 잘하고 좋아하는 편이라 액션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액션 영화를 굳이 더 좋아하고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나한테 주어진 게 액션이라면 최대한 뽑아내야 하니까 열심히 할 뿐이다"

액션 연기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눈빛 연기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조윤의 성격이 원체 비비 꼬여있으니 눈빛도 그렇게 강렬하게 가져갔다. 캐릭터상 조윤은 상대를 약간 삐딱하게 쳐다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눈빛 연기를 할 때 각도까지 신경썼다"고 말했다. 

강동원

강동원은 충무로 감독들이 가장 일해보고 싶은 배우로 꼽힌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설국열차' 개봉을 앞두고 주인공 커티스 역에 크리스 에반스가 아닌 강동원을 생각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윤종빈 감독은 강동원에 대한 팬심을 공석에서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활동 기간에 비해 작품 편수도 적은 편이고, 따지고 보면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품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유명 감독부터 이제 막 영화를 시작한 신인 감독까지 "카메라에 한번 담아보고 싶다"며 탐낸다. 감독들이 가진 '강동원 판타지'에 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단 기분은 좋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주시진 않았다(웃음). 내가 대중적으로 이미지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업계에서는 나를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그 이유를 찾자면 난 현장에서 정말 열심히 한다. 상상하시는 이상으로. 그런 것들이 소문이 나면서 '어린놈이 자세가 됐네'하는 생각을 하신 게 아닐까 싶다. 난 정말 영화에만 올인하는 스타일이다. 이제껏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강동원은 요즘 잠을 잘 못 잔다고 했다. 주변에서 '군도'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는 "천만 관객 동원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 나로서는 우선 손익분기점만 된다고 생각을 하고 또 영화가 잘 나왔기 때문에 그것은 가능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난 흥행보다는 작품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이 든다"고 말했다.

강동원

어떤 식으로든 '군도'는 강동원에게 남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무려 4년간 쌓아온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는 오랫동안 갈기만 했던 연기의 칼을 마음껏 휘둘렀다. 배우에게 있어 작품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로 인해 관객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큼 기쁜 것은 없을 것이다.

강동원은 '군도'에 대해 "30대 첫 작품이다. 내 연기 인생을 약 100장 정도라고 본다면 이제 1장을 접고 2장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군도'는 2장의 만족스러운 출발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쉼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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