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송재희, '우울증까지 왔던' 처절한 악역도전의 몸부림

강선애 기자 작성 2014.07.29 13:49 조회 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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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최근 종영한 SBS 아침극 '나만의 당신' 이전까지, 송재희는 선(善)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다.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연기했던 순수하고 청렴한 선비 허염 역은 그에게 '인지도'와 함께, 실제로도 착할 것 같다는 '좋은 이미지'까지 선사했다. 그 후 SBS '그래도 당신'에서 신은경을 돕는 백마 탄 재벌왕자님 강우진 역을 소화하며 송재희의 이미지는 착하게만 굳어갔다.

그래서 그가 '나만의 당신'에서 연기한 강성재 역은 의외였다. 극중 강성재는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극악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폭행, 사주, 은폐, 납치, 살인 등 입에 올리기에도 무서운 죄들을 양심의 가책 없이 저지른 강성재를 '선한' 송재희가 연기했다. 그리고 보여줬다. 송재희도 악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송재희

# 악인 강성재, 진심 갖고 연기했다

확실히 이번 역할을 통해 송재희는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넓어졌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뭐든 가능한 배우로 거듭났다. 그는 강성재 캐릭터를 살아 숨 쉬는 악인으로 연기해냈고, 강성재의 악행과 권선징악적 극 전개는 '나만의 당신'을 아침드라마 시청률 1위로 올려놓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전 이렇게 센 역할인지 몰랐어요. 너무 세다보니 비현실적인 면이 있었는데, 연기하는 제가 그렇게 느끼면 안 되잖아요? 아무리 상황이 비현실적이여도, 진심을 갖고 연기하려 했어요. 성재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유를 찾고 합리화 작업을 많이 했죠. 그러다보니 오히려 대본보다 더 강하게 연기로 나온 적도 있어요.”

처음엔 악인을 연기로 표현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묘하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처럼, 평소 할 수 없는 걸 할 때의 대리만족과 참지 않고 마음껏 내지를 때의 쾌감을 악역 연기에서 느꼈다.

하지만 악역은 쉬운 게 아니었다. 강성재는 절제보단 폭발하는 감정연기가 주를 이루는 캐릭터였다. 그러다보니 이를 연기하는 배우가 진이 빠지는 것은 당연했다.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돼 너무 힘들었어요. 악역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에너지를 쏟는 정도가 완전히 달라요. 강성재는 초반부터 끝까지 불안하고 초조하고 화나고 슬프고 후회하고, 계속 이런 감정들만 있어요. 촬영 8개월 동안 그런 감정들을 연기해야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또 연기자는 TV로 보여지는 것 이상을 연기하잖아요. 촬영 전에 연습하고 대사 외우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죠. 그만큼 강성재의 감정을 유지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더 쉽지 않았어요.”

송재희

# 힘들어 울기도..그래도 강성재가 좋았다

내지르는 연기가 어려웠다지만, 그보다 더 송재희를 괴롭힌 것은 '가치관 혼란'이었다. 특히 강성재의 패륜아적 면모를 표현할 때는, 아무리 연기이고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손 쳐도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장인어른을 함부로 대하고 넘어뜨리고, 아이를 유산시키고, 살해하는데 일조하고, 강성재는 정말 나쁜 패륜아였어요. 나름 이유를 만들어 캐릭터를 이해하려 했지만, 가치관 혼란은 피할 수 없었어요. 패륜을 연기할 땐 '이걸 해도 되나' 싶었죠. 그 때 우울증에 걸렸었어요. 한 번은 장모님(선우은숙 분)을 앞에서 패대기치는 장면을 찍다가 NG가 났는데, 우울함이 확 몰려오더라고요. 너무 힘들었어요. 집에서 혼자 울고, 차에서 혼자 울고 그랬어요.”

'나만의 당신' 속 악행을 일삼던 강성재는 결국 감옥에 갇혀 죗값을 치렀다. 그리고 자신의 악행에서 비롯된 부상으로 인해 두 눈의 시력까지 잃었다. 처절하게 강성재를 이해하려 몸부림 쳤던 탓일까. 송재희는 이런 강성재에게 연민마저 느끼고 있었다.

“작가 선생님이 저한테 결말에 대해 미리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먼저 알고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면서 '강성재의 눈이 먼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눈물이 막 났어요. 강성재가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저와 작가님 모두, 강성재를 좋아했고 많이 이해했던 것 같아요.”

송재희

#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고싶다

사실 송재희는 작품 속 선과 악의 모습을 떠나, 유쾌한 사람이다. 표정은 진지한데 은근히 웃긴, 그런 캐릭터다. 송재희도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코믹 연기에도 욕심을 낸다.

“다음엔 로맨틱 코미디 속 허당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굉장히 진지한데 웃기고 이상한, 그런 역할 있잖아요? 정말 하고 싶어요. 저도 웃길 수 있어요.”

고생은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반듯한 외모의 그는 '해를 품은 달'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진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반반하게 생겼다'고 하길래 얄팍한 생각으로 이 바닥에 뛰어들었고, 가끔 찍는 광고 수입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나이 서른이 됐지만,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는 송재희. 인생의 바닥을 찍고 나서야 '행복'의 참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교회를 다니며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내려놓고' 나니 일이 풀리기 시작했고, '해를 품은 달'에도 캐스팅 됐다.

“예전에 가수 비가 TV에 나와 데뷔 전에 밥을 굶었다고 하는 걸 보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딱 1년 후에 제가 밥을 굶더라고요. 간간히 방송을 한다고 오히려 일반적인 알바를 못 했고, 경제적 여력이 안 되니 밥을 진짜 굶게 되더라고요. '해를 품은 달' 이 전에는 먹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송재희는 꿈꾼다. 자신이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가 되길. 그래서 사람들이 참된 '행복'을 공유할 수 있기를.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시대에는 양보, 용서가 필요한 거 같아요. 사람들이 싸우는 것도, 좌파우파 나누는 것도, 서로 험한 말 하는 것도 싫어요. 우리가 그렇게 안 해도 세상은 돌아가요. 다 욕심 때문이에요. 남을 용서하고 양보하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한 영략력을 끼치는 배우, 사람이고 싶어요.”

[사진=MGB엔터테인먼트 제공, SBS '나만의 당신'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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