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샘 오취리 “한국 분들이 제가 귀엽대요, 그런가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4.07.30 10:56 조회 6,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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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오취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김은 완도 김이 최고죠.”라며 완도 김 예찬론을 펼치고, 밸런타인데이에는 어김없이 마트를 찾아서 '가나 초콜릿 간식'이 얼마나 팔렸는지를 확인한다는 엉뚱한 이 남자. 한국에 오니까 사람들이 자신이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를 닮았다고 한다며 “제가 귀여운가봐요.”라며 수줍게 머리를 긁적거리는 이 애교 넘치는 남자는 비행기를 타도 꼬박 하루가 걸리는,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대륙 가나에서 온 샘 오취리(24)다.

인터뷰 시작 전 “한국말로 진행해도 괜찮죠?”란 질문에 샘은 '이런 실없는 사람을 봤나'하는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단 5분 만에 샘의 표정의 이유를 알아챘다. 샘은 깔끔한 발음과 수려한 어휘 선택으로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 여러 번 기자를 놀라게 했다. 5년 전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한국에 왔다는 샘은, 생애 첫 눈을 감상할 새도 없이 한국의 매서운 추위에 깜짝 놀랐단다. 그리고 '이 나라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응해야만 한다.'는 본능이 꿈틀 댔다고 말했다.

샘 오취리

“저희 집이 가나에서 사회 지도층이거나 부자는 아닌데, 어렸을 때부터 엄한 할아버지 밑에서 공부는 열심히 했었어요. 아버지 권유로 한국에 온 뒤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는데 전공이 잘 안 맞았어요. 서강대는 유독 학점 따기 어려운 거 아시죠? 그런데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이해를 못해도 질문을 잘 안 해요. 저도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궁금해도 질문 안했어요.(웃음) 그러다가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는데 이게 저와 잘 맞더라고요. 강의도 자유로운 편이고. 그래서 졸업할 때 학점은 괜찮았어요, 나쁘지 않았어요.”

대학을 다니며 샘은 신촌 모텔 캐셔로,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 다양한 경험들은 한국어 실력이 느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샘이 방송계로 오게 된 건 거의 우연에 가까웠다. 4년 전 샘은 MBC '로드 넘버 원'이란 드라마에서 주한미군 단역으로 출연 기회를 얻었다. 어땠는지 묻자 샘은 “(개)고생이었죠, 뭐. 한겨울에 강원도 평창에서 하루 종일 서있어 보셨어요? 진짜 얼어죽을 뻔 했어요.”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샘이 방송계에서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한 건 KBS '안녕하세요'와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검은 피부에 가나에서 온 청년이 온전히 한국 문화를 즐기며 유창하게 한국어 농담을 하는 모습이 매우 신기했다. '개그콘서트'를 통해서 친분을 맺은 오나미를 향해 한결같은 애정을 드러내는 모습도 유쾌했다. “이참에 잘해보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샘은 “여자친구가 따로 있다.”면서도 “나미 누나는 볼수록 매력 있는 '볼매'다. 정말 가슴이 따뜻한 누나”라며 엄지손을 치켜세웠다.

샘 오취리


샘은 tvN '섬마을 샘'과 '황금거탑' 등에 출연하면서 조금씩 저변을 넓혔고 샘은 JTBC 토크쇼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면서 '가나 초콜릿', '아닌데에'란 말을 유행어로 만들며 웃음을 주고 있다.

“유세윤, 전현무, 성시경 형들의 호흡이 정말 좋아요. 유세윤 형은 그냥 얼굴만 봐도 웃기고요, 성시경 형은 드라이유머(정색하고 하는 농담)을 잘해요. 전현무 형은 출연자들이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요. 출연자들끼리도 많이 친해졌어요. 호주에서 온 다니엘은 가나란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출연자들끼리 서로 많이 달랐는데, 이제는 단체 채팅도 실시간으로 하고 따로 만나 놀 정도로 친해졌어요.” 

이제 길에서 알아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실제로 인터뷰 전 많은 시민들은 샘에게 달려와 사인을 요청하거나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샘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SNS에 '귀엽다'고 댓글을 남기거나 '같이 사진찍자'며 길에서 막 반가워해주실 때 제일 신기해요. 사실 많은 한국 분들이 흑인을 많이 무서워 하시거든요. 인종이 다르면 누가 누군지 얼굴도 잘 못 알아보시잖아요(웃음) 제가 방송도 나오니까 거부감 없이 좋아해주시는 모습이 기분 좋아요. 저더러 윌 스미스도 닮았대요. 정말 영광이에요.”

샘 오취리


검은피부 외국인이 방송에 나와서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많은 이들이 알아봐주는 게 좋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인종 차별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제 가나 친구랑 같이 마트에 갔다가 집에 가려는데 택시 운전사분들이 저희를 안 태워주더라고요. 솔직히 그럴 때 화가 나기도 해요.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요. 몇 번 택시를 놓치다가 한 친절한 택시기사 분이 태워주셨어요. 제가 택시를 계속 잡지 못했다고 말하자, 오히려 그 기사분이 '대신 미안하다.'며 마음 쓰지 말라고 사과하시더라고요. 여전히 한국에 흑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긴 하지만 좋은 한국 분들이 훨씬 더 많아요.”

다소 어두웠던 샘은 곧바로 껄껄 거리며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더 열심히 방송을 하면 이런 선입견도 없어질 거라는 기대가 있어요.”라는 샘의 표정에는 걱정보다는 자신감이 더 돋보였다.

샘 오취리


“최근 가나말을 자꾸 잊어가는 것 같아서 고민”이라던 샘은 “언젠가 한국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잘 정리해 가나로 돌아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저에겐 신념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옳은 일'을 행하라는 신념을 심어주셨거든요. 제가 만날 술 마시고 흥청망청 놀거나 홍대 클럽 갈 것 같은 이미지일진 모르겠지만 술을 안 마셔요. 클럽도 안 가고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저에겐 더 의미가 있어요. 미래에 대해서도 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샘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가나와 한국을 연결하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또 기회가 된다면 대통령이 돼 가나에 산재한 빈곤과 교육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나 정치적 상황을 생각하면 정치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교육받지 못해서 가난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많이 아파요. 한국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앞으로 공부를 통해서 제가 모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요.”

샘 오취리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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