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모델로 기억되고 싶은 배우' 안재현의 모든 것

강선애 기자 작성 2014.08.20 10:35 조회 1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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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와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안재현. 그는 배우이기에 앞서 모델이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은 기본, 탁월한 감각과 끼까지 고루 갖춘 안재현은 이미 패션계에서 인정받는 '잘나가는' 모델이다.

그런 안재현이 지금은 배우로서 대중을 만나고 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 게다가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재현은 최고의 모델에서 신인 배우로, 그렇게 자기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안재현

# 최고의 모델이 신인 배우가 되기까지

인기모델 안재현을 향한 연기 제의는 이전부터 많았다. 이종석, 김우빈 등 모델출신 배우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트렌드 속에, 일찌감치 안재현의 매력을 간파한 감독들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안재현은 선뜻 그 손을 잡지 못했다.

“'모델'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제가 되고 싶었어요. 모델로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갑자기 연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는 확연히 다른 분야라고 여겼고, 또 저한텐 벅찬 일이라 느꼈죠. '제가 능력이 안 됩니다, 할 수 없는 영역이라 못 하겠습니다'라고 정중히 거절했어요. 괜히 연기한다고 나섰다가 제가 폐를 끼칠까봐 두렵기도 했고요.”

쉽사리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던 안재현을 변화시킨 사람은 '별그대'의 장태유 감독이었다. 처음 장감독이 드라마 출연을 제의했을 때, 안재현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장감독의 추진력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장감독님께 연기 안한다고 거절하면서 '이것도 인연이니 나중에 맛있는 것이나 같이 먹어요'라고 했어요. 근데 바로 다음날, 제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렇게 밤을 새워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런 감독님이라면 제가 두려워하던 것들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별그대'에 전지현 누나의 남동생 역으로 투입됐죠.”

# '별그대'와 '너포위', 백지라서 더 빠른 성장

이렇게 시작한 배우의 길. 안재현의 출발은 성공적인 편이다. '별그대'로 그가 처음 브라운관에 등장했을 때, 신선한 얼굴과 때 묻지 않은 연기는 단숨에 시청자의 큰 관심을 모았다. 운도 따랐다. 첫 작품 '별그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덕분에 안재현은 큰 어려움 없이 배우로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이어 출연한 '너포위' 역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안재현은 순식간에 두 개의 '대표작'을 얻게 됐다.

출연작들이 성공했다고 안재현이 그 안에서 빈틈없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그 역시 냉정하게 인지하고 있는 바다. 그는 아직 '신인' 배우이기 때문이다.

'별그대'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후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어요. 처음엔 마냥 좋았죠. 대사도 분량도 적어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어요. 근데 '별그대' 1회 방송을 본 후, '계속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TV에 나오는 그림이 촬영 당시 감독님께 OK 받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제 연기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어요. 아직도 제게 연기는 벅차다는 생각이에요.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노트북을 앞에 두고, 어려운 워드작업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안재현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만큼 안재현은 열린 마음으로 연기를 배워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별그대' 1회에서의 안재현과 마지막 21회에서의 안재현은 크게 다르다. 현장에서 느끼고, 선배 배우들, 감독, 스태프들의 조언을 흡수하며 한 작품 안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별그대'에 이어 '너포위', 영화 '패션왕'까지 쉬지 않고 작품을 연달아하는 것도 그의 LTE급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특히 '너포위' 때는 한꺼번에 여러 명이 나오는 장면들이 많아, 제가 더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별그대' 때는 감독님과 신 하나하나를 점검하며 촬영했는데, '너포위' 때는 열 신 중 여덟 신은 저 스스로 장면을 만들어냈어요. 제가 연기한 박태일 역이 실제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조금 더 편하게 연기한 면도 있고요.”

안재현은 연기에 있어 '백지'에 가깝다. 그래서 함께 작업하는 감독들이 오히려 좋아한다. 연기의 고정된 패턴이나 버릇이 없고, 생각지 못한 리액션이 나오기도 해서다. 안재현은 '별그대'의 윤재보다 '너포위'의 태일이 실제 자신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가 연기한 태일이 매력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표현에 있어 자연스럽되, 신선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재는 직설적인 성격의 10대 캐릭터인데, 그걸 표현하고자 하니 대사나 행동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연기에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죠. 그러다 중반부에 도민준(김수현 분)을 만나면서 캐릭터도 저도 부드러워지고, 훨씬 자연스럽게 연기됐던 것 같아요. '너포위'의 태일이는 그게 더 많이 살았고요. 태일이 캐릭터 자체가 저랑 비슷한데, 제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달라는 작가님의 주문까지 있어서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안재현

# 배우, 모델, 디자이너.. 안재현의 즐거운 열매들

안재현의 또 다른 이름, '쥬얼리 디자이너'다. 모델 활동을 하며 시작한 쥬얼리 디자이너의 일을 배우로서 영역을 넓힌 지금도 병행하고 있다. 그냥 한 번 재미삼아 시작한 일이 아니다. 자신이 런칭한 쥬얼리 브랜드가 한 때 서울 압구정의 유명백화점에 입점까지 했었다. 지금은 다른 백화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브랜드를 오픈 한지는 2년 정도 됐어요. 이걸로 돈 벌 생각은 없어요. 저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꿈, 패션 쪽에 오래오래 있고 싶다는 바람, 쥬얼리가 갖고 있는 좋은 의미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에요. 링(Ring)은 '연결고리'를 뜻하잖아요? 사랑하는 연인과의 연결, 친구와 우정의 연결, 세대간의 연결 등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정말 좋아요. 제 디자인의 모티프는 '꽃'이에요. 길에서 남자가 꽃다발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여자들은 꽃 선물을 안 좋아한다지만, 그걸 선물하고자 들고 가는 남자의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 행복한 표정이에요. 전 그런 게 좋아요. 그래서 '시들지 않는 꽃'을 모티프로 쥬얼리를 디자인하고 있어요.”

보이는 그대로, 안재현은 낭만적인 남자다. 연애에 있어서도 그렇다. 이성과의 나이차는 중요치 않단다. “여자는 나이를 먹던 안 먹던 소녀다. 남자는 소년이다. 사랑 앞에선 누구든 유치해지고 소년소녀가 되지 않는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게 그의 연애관이다.

낭만적인 안재현은 자기가 하는 모든 일들을 즐기려 노력하고 있다. 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막 시작한 연기라 지금은 어려워도, 언젠가는 즐길 수 있는 자신을 꿈꾼다.

“노트북을 선물 받으면 신나고 좋죠. 그런데 그 노트북을 막상 열면 켜는 법도 모르고 기능을 몰라 즐길 상황이 못 되요. 시간이 흘러 노트북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게 되면, 그 때부터 그 노트북은 아주 재미있는 물건이 되죠. 제게 연기는 그런 노트북 같아요. 지금은 어렵지만 이걸 참고 견디면 결국엔 즐거워지는 것. 그렇게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안재현

모델 출신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에만 집중한다. 그들이 다시 런웨이에 자발적으로 서는 경우는 드물다. 뼛속까지 모델의 피가 흐르는 안재현은 달랐다.

“연기와 모델 활동을 병행할 생각이에요. 모델로 기억되고 모델로 남고 싶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후배 모델들을 위해 더 이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현재의 패션시장은 커졌지만 모델의 대우나 환경은 옛날과 비교해 나아진 게 없어요. 저의 행보가 모델신이 커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해요.”

모델 활동을 계속 한다고 해서 배우의 일에 소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안재현은 모델이든, 배우든, 그 밖의 다양한 분야의 일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자신의 모습을 대중이 기억해주길 바랐다.

“열심히 하는 안재현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나무에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안재현이란 나무 안에서 다양한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안재현이 연기하네? 모델도 하네? 책도 썼네? 음반도 냈네? 하는 그런 느낌, 그리고 '안재현이 하니까 기대된다'는 생각을 들게끔 하고 싶어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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