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가수 탑과 배우 최승현은 다르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9.12 13:05 조회 6,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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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탑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아…. 정말요? 감..감사합니다"

영화를 잘 봤다는 칭찬 한마디에 얼음이 된 얼굴이 조금이나마 풀린 듯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예상 밖으로 버벅거렸고, 뻔한 질문에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기자의 눈앞에 앉은 최승현은 무대 위 스웨그(Swag: 힙합에서 나온 말로 대중문화에선 자기만족과 자아도취, 자유로움, 가벼움 등을 뜻한다) 넘치는 탑(T.O.P)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서툴렀고 미숙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배우의 진지한 태도 즉 연기에 대한 신중함이 엿보였다.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의 개봉 전 포털 사이트의 평점은 4점대. 7점 이하는 '재미없음'으로 분류할 수 있는 평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타짜2'의 기대치는 바닥에 가까웠다.

전편의 영광을 등에 입은 '타짜2'가 이렇듯 형편없는 평점을 기록했던 이유는 포장지가 그럴듯하지 않다는 이유가 컸을 것이다. 최동훈의 연출에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이 주연한 1편에 비하면 강형철 연출에 최승현, 신세경, 이하늬가 출연한 속편의 중량감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뚜껑도 열기 전에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는 속단이 내려졌다. 

하지만 '타짜2'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바닥을 쳤던 평점도 회복해 7점대로 올라섰다. 이는 영화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관람 후 어느 정도 가셨단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리고 9일 만에 전국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타짜

'타짜2'의 타이틀롤로 나선 최승현은 우려의 중심에서 칭찬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고니의 우월한 도박 유전자를 물려받은 대길처럼 최승현은 조승우의 좋은 기운을 물려받았다. 

물론 최승현은 여전히 미완의 대기다. 그러나 '타짜2'를 통해 연기의 재능과 배우로서의 스타성을 입증해 보였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최승현은 인터뷰 내내 '확신'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썼다.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그는 관객에게도 확신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감독님과 처음 미팅하는 날이었어요. 카페에서 절 보시더니 "와 함대길이다!"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리곤 "'타짜2'는 그동안 해온 작품 중 가장 오래 각본을 썼는데 이 시나리오, 승현씨 가지세요"라고 하셨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죠. 전 뭐든 확신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감독님은 "최승현이라는 재료를 내가 어떻게 요리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자신감이 놀라웠어요"

강형철 감독과의 만남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던 최승현은 두세 달의 고민 끝에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다. 

"처음 출연을 결심했을 때 조승우 선배와의 비교가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원작을 좋아하시는 마니아 분들이 실망하지 않을까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더불어 함대길이란 캐릭터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겼고요. '타짜1'이 워낙 잘된 영화였기에 출발부터 리스크가 컸죠"

최승현 탑

전작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최승현은 '타짜2'에 임했던 당시의 각오를 "전쟁터에 뛰어든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전쟁에 나서기로 한 것은 어떤 확신 때문이었다고 했다.

"전 확신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스타일이에요. 시나리오를 받고 몇 개월 동안 고민을 했는데, 어느 순간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게 뭔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아요. 다만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최승현은 원작 속 대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타짜2'는 영화가 아닌 만화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고. 대길을 연기함에서도 자신은 곧 대리인이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우려의 말과 기대의 말을 동시에 접했지만, 함대길이라는 인물을 대체 불가한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해내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손기술 연마였다. 타짜로 성장해가는 대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필수적이었다. 최승현은 "촬영 전 준비 기간이 3~4개월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감독님은 현란한 기술을 원하셨어요. 화려하고 재밌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마술사 선생님과 함께 악전고투했죠. 나중에는 좀 익숙해졌는데 너무 재미 들리면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요"라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고니가 중심이었던 '타짜'와 달리 대길이 주인공인 '타짜2'는 성장담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남다른 유전자를 물려받은 대길이 인생에서 나락을 경험하고, 그 나락을 헤어나와 진정한 타짜로 거듭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주요 동력이다. 

최승현 탑

영화 초반 대길이 중국집 배달부에서 강남 하우스로 입성하는 과정과 첫사랑 미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등은 빠르고 활력도 넘친다. 이 장면들은 최승현의 반항아적 매력과 어우려져 재기발랄하게 완성될 수 있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저돌적인 면을 대길로 인해 찾은 것 같은 쾌감을 느꼈어요. 나이가 들면 성숙해진다고는 하잖아요. 오랜만에 제 안의 활력들을 꺼내니까 재밌었어요. 사랑을 향해 돌진하는 함대길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제 자신이 순수해진 것 같기도 했고요" 

고향을 떠나기 전 첫사랑 미나에게 사랑은 고백하는 장면은 서툴러서 더 귀여웠다. 최승현은 이에 대해 "영화에서 멜로연기는 처음 이었어요.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려고 노력했죠. 첫사랑 앞에서의 행동은 곧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했다.

최승현과 신세경의 케미스트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두 사람은 대중의 우려를 만족으로 바꾸겠다는 열정과 의지 부분에서 통했고 이것은 연기의 시너지로 이어졌다.

"세경이가 저보다 어리지만, 연기나 태도 부문에서는 훨씬 성숙해요. 우리 둘 다 캐스팅 논란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똘똘 뭉쳐 '으?으?'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좋은 화학작용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한 명, 이하늬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같은 소속사에서 몸을 담기도 했던 이하늬와는 몇 년 만에 영화 속 파트너로 만나 베드신까지 촬영하게 됐다.

"아무래도 좀 쑥스럽긴 했죠. 그런데 우리 영화 속 베드신은 촬영 기법이 굉장히 독특하잖아요. 트랜지션(장면 전환)방식으로 키스신이 연결되다 보니 야릇한 감정보다는 '출발 드림팀'을 찍는 느낌이었어요. 옷 벗고 노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다행히 하늬 누나는 저를 정말 대길로 생각하고 몰입하더라고요. 마치 어린 양을 바라보는 돈 많은 강남누나처럼요. 그래서 편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최승현 탑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벗고 치는 신'에 대한 후기도 전했다. 최승현은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지만, 안 그런 척 했다"면서 "집에 혼자 있을 때도 긴판을 입고 있는데 남녀가 옷을 벗고 화투를 치는 건 익숙치 않는 상황이지 않나. 그래서 속으로 계속 '이건 만화야'를 되뇌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2006년 아이돌 그룹 빅뱅으로 데뷔한 최승현은 2010년 영화 '포화속으로'를 통해 연기자로 발걸음을 뗐다. 4년 만에 당당히 100억 규모의 영화를 이끄는 주연 배우로 성장한 건 빅뱅의 성공만큼이나 빠르고 넓은 보폭이다. 아이돌 출신의 꼬리표를 안고 연기자로 우뚝 선 지금, 그는 조금 더 편안해졌을까.

"배우에게는 적응이라는 표현은 안 어울리는 거 같아요. 가수활동을 한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매 무대가 새로워요. 적응되면 새로운 게 안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언제나 위태롭고 불안하고 싶어요. 그 불안함 속에서 나오는 창작물이 굉장히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익숙해지지 않으려 하고, 불안해지려고 해요" 

'타짜2'라는 대작을 소화한 것은 연기자 최승현에게 분명 보이지 않은 성장이 됐을 것이다. 이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좀 더 큰 확신을 얻었을까.

"이걸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에 제 스스로가 놀랐어요. 지나고 나서 보니 겁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앞으로는 더 겁없이 모험하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짜2'는 배우 최승현이 더 단단해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 작품이에요"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아직 없다는 최승현은 "재미가 있으면 어떤 리스크나 부담이 있다해도 해야죠"고 말했다. 자기 확신과 작품에 대한 흥미, 이 두 가지는 배우 최승현을 움직이는 힘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스크린에 자리잡은 최승현은 완연한 배우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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