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강동원, 비로소 우리네 삶 속으로 들어오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9.19 17:58 조회 3,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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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강동원은 입의 언어보다 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데 능한 배우였다. 그는 대사보다 눈빛으로 인물의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해왔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최소한의 대사만을 소화했고 그 공백은 아름다운 액션, 풍성한 눈빛 연기로 채웠다. 

그것은 강동원이라는 배우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연기의 영역이었다.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연기만 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안전하게 지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강동원은 넓고 깊은 연기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배우 본연의 욕망이 넘치는 배우였다. 이는 그로 하여금 다양한 도전을 하게끔 했다. 

'군도:민란의 시대'를 통해 신(神)계에 가까운 외모와 매력을 발산한 강동원이 신작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을 통해 비로소 땅에 발을 디뎠다. 조로증에 걸린 아들을 둔 철부지 아빠 대수를 통해서 말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시나리오를 비행기 안에서 처음 봤는데 읽고 나서 계속 눈물이 났다. 내가 자꾸 홀짝거리니까 승무원은 감기 걸린 줄 알고 뜨거운 수건을 건네기까지 하더라. 읽는 순간부터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두근두근

대수는 고교 시절 태권도 유망주였지만, 여자친구 미라(송혜교)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후 꿈을 접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다.

정신의 성숙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삶의 무게를 짊어진 철없는 가장을 강동원이 이렇게 익살스럽게 소화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장난꾸러기 같은 순수함으로 무장한 고교생의 느낌과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애달픈 아버지의 마음을 강동원만의 화법으로 표현해냈다.

"이번 캐릭터가 내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하다. 그래서 내 말투나 몸짓 등을 자연스레 캐릭터에 입혔다. 내 연기를 자연스럽게 여겼다면,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 캐릭터를 이입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누군가의 아빠인 동시에 누군가의 아들을 연기했다. 대수 부자의 재회신은 관객들의 가장 많은 눈물샘을 훔친 장면이기도 하다.     

"그 신을 촬영할 때 너무 힘들어서 리허설을 못하겠다고 했다. 카메라가 돌기 전부터 감정이 너무 북받쳐 리허설 없이 바로 본 촬영 하자고 했다. 그 장면에서 김갑수 선배로부터 뺨을 거의 20~30대 정도 맞았는데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아픈 줄도 몰랐다. 

강동원

철없는 대수가 아들을 키우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장면이 주는 감동은 상당했다. 직접 연기한 배우는 누구보다 그 감정을 깊게 공유했을 터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부모님 생각 많이 났다. 난 살가운 아들이 못 된다. 굳이 말하자면 좀 무뚝뚝한 편이다. 대수를 연기하면서 '난 어떤 아들이었나'와 같은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더불어 내 10~20대 시절을 회상하며 '난 그때 뭘 했지'하는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며 '아버지'의 마음을 연기로나마 대리 체험한 것도 강동원에겐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이다. 올해 34살인 강동원에게 '아버지'라는 역할이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강동원은 자신이 그리는 아버지상에 대해 "아마 나도 조금은 철이 없는 아빠가 되지 않을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 2년간 숨을 고른 강동원은 2014년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작품 선택이 이미지 중심의 영화에 편중돼있었다면, 올해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강동원

강동원의 작품 선택의 기준은 명확하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다. 그는 "영화의 장르나 캐릭터의 경계를 두지 않는 편이다. 이야기가 재밌고 감독님에 대한 확신만 있으면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속단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배우는 변화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어떤 이야기와 어떤 감독이 자신을 잘 요리해줄지를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강동원의 진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영화다. 비로소 우리네 삶 속으로 걸어들어온 강동원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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