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강형철 감독, 불안감마저도 즐기는 영화 타짜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9.24 10:23 조회 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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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감독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생각해보면, 우리는 강형철 감독의 작품을 기대하며 기다린 적이 없다. 데뷔작 '과속스캔들'의 800만 흥행 후 충무로의 일급 흥행 감독으로 올라섰음에도 후속작 '써니'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또 한 번 흥행 마법을 부려 700만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세 번째 연출작 '타짜-신의 손'은 어떤가. 기대는 커녕 우려만 컸다. 최동훈 감독의 아성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속단과 주연 배우 최승현, 신세경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낮은 기대치와 높은 우려 속에서도 강형철 감독은 묵묵히 자신의 영화세계를 펼쳤다. 그리고 '타짜'라는 브랜드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이 오롯이 투영된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타짜2'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조금은 갈리는 편이다. 전편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중은 우열을 가릴 수밖에 없고, 그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타짜2'가 상업영화로서 충분한 재미를 갖췄다는 점이다. 강형철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줬던 재기발랄한 연출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제대로 발휘됐다.

이 작품은 전국 36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14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다. 경쟁작 '두근두근 내 인생'과 '비긴 어게인'등의 영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타짜' 시리즈가 한국의 마블 같은 브랜드 파워와 영향력을 가지길 바란다는 강형철 감독의 바람은 잘 계승한 속편을 통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최동훈-강형철의 흥행 계보가 만들어져 '타짜'는 3편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강형철 감독의 '타짜'는 최동훈의 '타짜'를 어떻게 계승하고 어떤 점을 발전시켰을까. 

강형철감독

Q. "우리가 언제 강형철의 영화를 기대한 적 있었던가"라는 SNS의 글을 봤다. 사실 그랬다. 강형철은 늘 낮은 기대치에서 출발하지만,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곤 했다. 창작자의 입장에선 주변의 기대치가 낮다는 게 작품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반대인가?

A. 대중예술에 대해 선입견을 품는 건 그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님의 신작을 보는데 그 영화에 대해 어떤 선입견을 품고 있다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못 볼 수도 있지 않다. 난 너무 알려지는 걸 안 좋아한다. 연예인도 아닌데 뭘. '타짜2'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는 건 만드는 입장에선 (심리적으로)편했던 것 같다.

Q. 주변의 무관심과 불안함들을 오히려 즐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A. 이것저것 안쟀던 것 같다. 이건 다른 영화도 아닌 '타짜'다라는 생각만 했다.  이 영화의 팬이었고, 시리즈의 완성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리고 촬영하면서도 영화를 후지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Q. 잘 나가던 강형철이 굳이 '타짜'의 속편을 찍을 이유는 없어 보였다. 많은 감독이 속편 영화에 매력을 못 느끼지 않나.

A. 글쎄. 속편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건 다른 영화도 아니고 '타짜'가 아닌가. 이 영화의 오랜 팬이었고, 이 시리즈의 완성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이 영화의 연출 제안이 왔을때 어릴 때 짝사랑했던 누나를 남자가 돼 다시 만나는 느낌이었다.

Q.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기로 했던 '타짜2'는 원작의 4부 '벨제붑의 노래'를 영화화할 예정이었는데 반해 강형철 감독의 '타짜2'는 2부 '신의 손'을 원작으로 했다. 2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풍성해 가장 재밌다는 반응도 있고, 반대로 산만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강형철 감독이 본 '신의 손'의 매력은?

A. 허영만 화백의 '타짜'는 1,2,3부가 한 시리즈고 4부는 번외편에 가까운 이야기다. '타짜'의 오랜 팬으로서 난 이 작품이 충무로의 대표 시리즈 영화가 되길 바랐다. 속편이 1편과 자연스레 연결되려면 '신의 손'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이 작품에는 '대길'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고광렬과 아귀을 소환시킬 수 있는 메리트가 있었다.

Q. 앞선 두 영화는 창작 시나리오였던 데 반해 '타짜2'는 만화 원작을 가진 영화였다. 시나리오와 각색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쏟았다고 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A. 만화를 봤을 땐 훌륭하지만 실사화 됐을때 어떤 오류가 있나를 웹툰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내가 봤을 때 인물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분량을 압축하면서 '만화적'이라고 할만한 부분을 '현실적'으로 고쳐나갔는데 원작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나리오 쓰다가 너무 힘들어서 "이걸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물었더니 "힘들지? 너도 한 1년 걸릴거야"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정말 그만큼 걸렸다.

타짜

Q. 캐스팅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컸다.

A. 원작 팬도 워낙 많은 작품에다 1편이 너무 잘 됐다. 비난과 악플은 1편에 대한 애착이라고 생각했다. 맛집에 주인이 바뀌면 낯설고 "이제 맛 없을거야"라는 선입견이 생기지 않나. 난 최승현이 처음부터 눈에 쏙들어왔다. 첫 미팅 때 비현실적으로 잘생겨셔서 CG가 아닐까 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미남이라는 점이 좋았다. '대길'역에 적역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너무 잘 해줬다.

Q. 최승현만의 남다른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배우는 외모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최승현의 눈은 보험 들어놓아야 할 정도로 특별하다. 눈이 강렬하면서 뭔가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최승현은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 전작 '써니'에서 심은경이랑 작업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테크니션이라기 보다는 예술가 같은 느낌이랄까. 표현방식이 기계적이지 않고 창조적이다. 게다가 준비성, 고민하는 모습에서도 진지함이 엿보인다.

Q. 이하늬의 경우도 연기자로 존재감이 크지 않는 상황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줬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이하늬의 가능성을 어디서 발견했나?

A. 이재용 감독님 영화 뒤풀이 현장에서 처음으로 만났고, 뮤지컬 '시카고'를 봤는데 매력 있고 연기도 잘 하더라. '우사장'과 '정마담'이 비교되는데 정마담이 카리스마 넘치는 팜므파탈이라면 우사장은 남자의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자기 방에 강한 캐릭터다. 이하늬는 배우로서 우뚝 서고 싶어하는 열정과 욕심이 컸고, 그걸 우리 작품에서 잘 발산했다. '타짜2'를 통해 그전에 보여주지 못한걸 많이 보여줬고, 앞으로도 더 보여줄 게 많은 배우라 생각한다.

강형철감독

Q. '타짜'라는 영화에 기대하는 어떤 '센 것'들이 있다. 이번 작품에선 노출보다는 폭력이 돋보였던 것 같다. 노출신의 경우 적정 가이드 라인이 있었나?

A. 처음부터 야함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후반부 '벗고 치는 신'의 경우 강한 캐릭터들이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진검승부를 벌이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신세경의 노출신도 원작 장면 그대로를 가져왔다. 여배우로서 부담스러웠을수도 있지만 공연 예술가의 마인드로 적극적으로 임해줬다.

Q. 2시간 30여 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에도 지루함을 주지 않았던 건 빠른 전개와 더불어 화려한 촬영 테크닉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트랜지션(장면전환) 방식의 촬영기법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장면들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A. 대길과 우사장의 키스 신에서 쓰인 트랜지션 방식은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진다는 축약해 표현할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낸 것이다. 이미지적으론 짧게 가면서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팬티 신의 경우 장난 한번 쳐보자는 마음으로 해봤다. 술 취한 사람들이 시각적 포커스가 환영이 보이듯 흔들리지 않나. 혼자 앉아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다가 생각해낸 것이다.

Q. 김윤석과 유해진이라는 대배우의 과하지 않은 호연도 영화를 빛냈다. 두 사람 모두 "강형철 감독과 하고 싶다"며 호감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A. 다행히 두 선배가 흔쾌히 출연을 수락해줬다. 8년 전 역할을 다시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두 분 다 크지 않은 역할인데  영화계 선배로서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게끔 큰 도움을 주셨다. 이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애착 그리고 선배로서의 의무감을 가지지 않았다면 못했을 것이다.

타짜

Q. 김한민, 윤종빈 등 스타 감독이 최근 제작사를 차려 영화를 만든 경우가 많았다. 강형철이라는 이름의 브랜드 파워도 상당한데 제작사를 차릴 생각은 없나?

A. 사장이 돼 비지니스를 할 생각은 없다.영화 한 편이 잘되기 위해서는 감독을 받치는 수많은 사람들과 요소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그들과 (수익을)분배하는 게 전혀 아깝지 않다. 한국에서 영화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제작사가 더 큰 힘을 가져야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난 감독만 하고 싶다.

Q. 데뷔작부터 지금까지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있다. 캐스팅에 대한 소신이 있는 것 같다.

A. 배우의 네임 밸류보다는 내 대본과 캐릭터에 얼마나 적역인가가 중요하다. 영화라는 무대 안에서 얼마나 포스 있게 자신의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는지를 눈여겨 보는 편이다. 일부러 스타 캐스팅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다음 영화는 톱스타랑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Q. 강형철에게 모티브는 주는 것은 어떤 것인까?

A. 집에 있을때 아무것도 안하고 멍때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난다. 이 생각,저 생각을 하는 가운데 뭔가 하나를 물게되면, 그게 구체화되고 이야기로 발전 시켜나가는 식이다. 모티브를 주는 걸 굳이 찾자면 음악이다. 난 좋은 음악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연상된다. 마치 음악이 나에게 말을 걸듯.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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