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이성경 "'괜찮아 사랑이야', 시즌2 나오면 좋겠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14.10.03 12:22 조회 6,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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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경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이하 '괜사')는 초반 기획 단계부터 종영하는 그 순간까지,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노희경 작가-김규태 감독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란 것, 톱스타 조인성 공효진이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것, 여기에 이광수 성동일이 조연으로서 극의 감칠맛을 더하고, '대세 아이돌' 엑소(EXO)의 디오가 합류한다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무심코 지나칠만한 부분이 없었다.

'괜사'의 모든 것이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이성경만은 예외였다. 그녀에게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는 없었다. 사실, 이 인터뷰를 쓰고 있는 기자조차 '괜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성경이 누구인지 몰랐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사'에 이성경이 오소녀 역으로 처음 등장하는 순간, 그녀에 대한 무지(無知)는 순식간에 '관심'으로 바뀌었다. 드라마를 본 대부분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녀의 출연과 함께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점령한 '이성경'이란 이름이, 이러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성경은 한 번 잡은 '대중의 관심'이란 승기(勝氣)를 놓치지 않았다. 신선한 얼굴과 개성 있는 연기로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한 이성경은 '괜사'가 종영하고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주연들 못지않게 계속 회자되고 있다.

이성경

# 이성경, 모델인 그녀가 '괜사'에 출연하기까지

이성경에게 '괜사'는 '배우'라는 이름을 갖게 한 인생의 첫 작품이다. 그 전에는 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어느 것 하나 출연한 게 없다. 배우 지망생도 아니었다. 사실 그녀의 본래 직업은 따로 있다. 175cm라는 큰 키와 늘씬한 몸매가 말해주듯, 이성경은 슈퍼모델 출신의 경력 7년차 프로 모델이다.

“2008년 열 아홉살 때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나가 톱10에 들며 입상했어요. 수상자들은 이듬해 아시아태평양대회에 출전했는데 거기서도 상위권에 들었고요. 그렇게 슈퍼모델이 되며 모델 활동을 시작했고, 어느덧 햇수로는 7년차가 됐네요. 제가 모델계에선 언니급이에요. 톱모델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하고 좀 오래된 모델? 그 정도 급이라 할까요?(웃음)”

본래 이성경은 연기를 할 마음도 계획도 없었다. 그녀가 '괜사'에 캐스팅된 건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김규태 감독이 새로운 얼굴을 찾고 있던 찰나, 최근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연거푸 성공하니 모델계를 주목해보라는 조언을 들었고, 때마침 김규태 감독의 딸이 모델 이성경의 팬이었다는는 것. 이 모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맞물려 하늘의 계시처럼 이성경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감독님이 소녀 역할로 틀에 갇히지 않은 새로운 얼굴의 배우를 찾으셨대요. 다행히 감독님이 절 너무 좋게 봐주셨고, 그렇게 소녀 역할이 제게 왔어요. '괜사'로 인해 배우라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고, 말도 안 되는 분들과 함께 꿈같은 행복을 느꼈어요. 이 작품은 제 인생에 있어 굉장한 터닝포인트에요.”

# 연기를 모르는 이성경이 만들어낸 오소녀

연기라는 걸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이성경에게 '괜사'는 큰 도전이었다. 그래서 캐스팅 되자마자 연기공부에 매달렸을 거라 여겨졌다. 하지만 돌아온 이성경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녀는 연기공부를 따로 하지 않고 '괜사' 촬영을 진행했다.

“김규태 감독님과 노희경 작가님이 제게 연기를 배우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어요. 심지어 제 소속사에도 따로 전화해서 제게 절대로 연기를 가르치지 말라고 하셨대요. 소녀에게서 틀에 갇혀있는 모습이 나오는 걸 경계하신 거죠.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인데, 배우지도 말라고 하니 솔직히 전 불안했어요. 그래도 '있는 그대로 편하게 하라'는 말만 믿고,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섰죠.”

이성경

연기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말 그대로 '연기'의 '연'자도 모른 상태로 선보인 연기. 그래서일까. 이성경이 표현한 '괜사' 속 오소녀는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느낌이 가득했다. 단순히 '불량소녀', '4차원 성격', '품행장애'라는 단어로만은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으로 점철된 전무후무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묘하게 끌렸다.

“캐릭터 분석도 따로 안했어요. 솔직히 캐릭터 분석이란 걸 어떻게 하는 지도 몰랐고요. 전 '소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라는 것들을 표현하려 애썼죠. 나중에 선배님들이 '그게 네 안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 분석이 된 거야'라고 말씀들 해주시더라고요. 저랑 소녀의 자유분방한 성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작가님이 대본을 훌륭하게 써 주셨고, 감독님이 현장에서 잘 이끌어주셨고, 좋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 이광수, 조인성, 공효진..배울 것 많은 선배들

이성경은 '괜사'에서 이광수와 커플호흡을 맞췄다. 이성경은 자신의 큰 키를 커버(?)해 준 이광수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광수의 상상이상의 배려심에 많은 것을 느꼈다.

“광수오빠는 정말 최고에요. 예능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가벼이 여길 수도 있는데, 굉장히 진지하고 연기에 무섭게 집중하며 무게감 있는 오빠에요. 특히 희생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사람을 배려하고 예의를 차린다는 게 저런 거구나', '선배님들한테는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를 광수오빠를 보며 느꼈어요. '이광수' 하면 재미있는 사람으로만 아는데, 이젠 사람들이 오빠의 멋있는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이성경이 '괜사'를 통해 얻은 또 다른 소중한 인연, 바로 조인성과 공효진이다. 그녀는 두 선배들을 통해 배우가 현장에서 호흡하는 법을 익혔다.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자가 진정한 톱스타이고 진짜 배우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인성오빠는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털털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좋았죠. 효진언니는 완전 천사에요. 여배우니까 시크할 줄 알았는데, 굉장히 여리고 따뜻해요. 언니가 교통사고 부상으로 인해 몸이 엄청 아팠을텐데, 그걸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어요. 정말 배울 점 많고 좋은 선배님들이에요.”

이성경

# 완벽한 행복을 안겨준 '괜사', 헤어지기 싫다

이성경은 인터뷰 내내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났다”, “진짜 꿈 같다”, “너무 행복하다” 등의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다. 그녀가 '괜사'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갖고 있는지, 마주한 기자에게도 절절히 전해졌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그녀에게 데뷔작 이상의 큰 의미를 안겼다.

“너무 완벽하고 흠이 없는 행복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이걸 왜 받고 있지? 난 자격이 없는데. 훨씬 훌륭하고 준비된 사람들이 많은데, 왜 나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행복했지만, 한 편으론 그래서 죄송했어요. 이게 남들이 보기엔 겸손의 발언이라 여겨질 지 모르지만, 전 정말 진심이에요.”

'괜사'의 마지막 촬영 이후 이성경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오소녀처럼 자유분방한 반면, 오소녀와는 다르게 마음이 여리고 착한 그녀는 '괜사'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괜사'와 헤어지기 너무 힘들고 아쉬워 많이 울었어요. 제가 원래 눈물이 많지도, 우울해하는 성격도 아닌데 정말 힘들었어요. 마지막 세트 촬영을 하고 2~3주를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했죠. '괜사'에 참여한 모두가 그랬을 거에요. 극중 재열(조인성 분)이가 강우(디오 분)를 떠나보내는 그 마음처럼요. 전 '괜사'를 평생 안고 갈 거에요. 이별? 안녕, 잘가? 그런 거 안 할래요. 지금도 제 이름보다 소녀라 불리는 게 훨씬 좋은걸요.”

이성경

이성경은 말한다. “여기서 배운 사랑을, 제가 또 누군가에게 전해줘야 하는 거고, 그러려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라고. 이성경은 그런 사람이었다. 받으려고만 하지 않고, 베풀 줄 아는 사람.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 그녀의 이름이 주님의 뜻대로 살라는 의미에서 '성경(聖經, Bible)'이라는 게, 새삼 와 닿았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던 제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우연한 기회로 훌륭한 분들을 만났어요. 저처럼 부족한 사람이 '괜사'를 만났다는 건, 그만큼 겸손해야하고, 제가 또 누군가한테 흘려보내줘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열심히 할 거에요. 많은 분들이 '괜사'를 오래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현장이었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괜사' 시즌2가 나오면 좋겠어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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