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유연석이 말하는 허투루…"치열했던 10년, 내 연기의 밑거름"

김지혜 기자 작성 2014.10.01 10:50 조회 6,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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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유연석은 인터뷰 내내 '허투루'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그는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연기해오지 않은 지난 시간을 "허투루 살지 않았다"고 정리했다.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상경한 고등학교 2학년 소년은 10년이 흘러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반짝스타'라고 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을 연기에 투자했다. 그리고 이 청년의 연기에 대한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지난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그는 성공에 도취하지 않았다. 오늘에 취해 내일을 잊지 않고, 오히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그렸다. 그래서 더 차분하고 신중하게 작품을 봤다. 수많은 시나리오와 극본 중 차기작으로 고른 것도 사회적인 메시지가 돋보이는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였다. '

제보자

◆ "배우로 성장할 시기에 만난 '제보자'…'아빠'역 첫 도전"

'제보자'는 시사프로그램 PD 윤민철이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끈 줄기세포 복제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충격적 제보를 받고, 그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10여 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실제 사건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유연석은 제보자 '심민호'로 분했다.

진실을 추적하는 언론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에서 유연석은 사건의 발단이 되는 주요 인물을 연기했다. 타이틀롤이지만 엄연히 말해 주인공은 아니다. 

수많은 러브콜 중에서 '제보자'를 택한 것에 대해 유연석은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밌게 읽었고 나에게 색다른 도전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응사'이후 배우로서 조금 더 성장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유연석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아빠를 연기했다. 극 중에서 심민호가 진실을 알리기로 결심한 데는 한 집안의 가장, 특히 아픈 아이를 둔 아빠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연기를 하면서 아이 아빠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나도 연기하면서 고민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아픈 아이를 가진 아빠였기에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아버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고하려고 했고, 그분들의 삶의 무게에 공감하려 했다. 또 가볍게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참고하기도 했다"

유연석

아이 아빠라는 역할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제보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극중 심민호는 이장우(이경영 분) 박사의 오른팔로 줄기세포 연구를 하다가 그 실체가 없다는 걸 알고 연구소를 나온 뒤 언론에 진실을 알린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용기있는 선택을 하는 인물을 유연석은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했다.

"상황이나 위치는 달라도 배우를 하는 나의 상황에서 대입해봤다. 여태까지 배우란 꿈을 꾸고 살아왔는데 내가 이걸 다 버리고 희생할 각오를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써는 배우를 포기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지만, 그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나로서도 고민은 할 것 같다. 촬영을 하면서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심민호의 대사에 집중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만큼 출연 배우들의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연석은 "실화를 모티브로 하지만 극화된 이야기 아닌가. 그저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여겼다. 내가 이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관객들 역시 그 점을 이해해줄 것으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제보자'를 돌이켜보면 '사람'이 남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유연석은 "배우를 믿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끔 해주신 임순례 감독님과 늘 존경해왔던 배우 박해일 선배님과 이번 작품까지 총 4편의 작품을 함께한 류현경까지...그 어떤 영화보다 '사람'을 얻었다. 흥행은 부수적인 것이다. 섣불리 예상하거나 앞서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유연석

◆ 유연석의 10년…"허투루 살지 않았던 무명시절, 연기의 밑거름"

유연석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건 '건축학 개론'의 압서방 오빠였다. 그러나 그는 10여 년에 가까운 긴 무명시절을 거쳤다.

"초등학교 학예회 때 연극을 한번 한 적 있었다. 그때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는 게 너무나 짜릿하다고 느꼈다.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막연하게 이런쪽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행히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다"

유연석은 배우의 꿈을 안고 고등학교 2학년 무렵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재수를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다는 형을 따라 무작정 상경한 것이었다. 형과 둘이서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고생도 적잖았다.

대학 진학(세종대학교 연극영화과) 후 오디션을 통해 영화 '올드보이'를 찍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꽃보다 청춘'에서 말한 것처럼 "그 올드보이가 그 올드보이가 될 줄" 미쳐 알지 못했다.

"그땐 소속사도 없어서 오디션을 봐서 영화에 가까스로 합류했다. '올드보이'가 국내외에서 크게 성공하고 화제를 모았지만, 내 삶은 큰 변화가 없었다. 친구들도 "그 영화에 나온 다른 배우들은 다 잘됐는데 넌 뭐하고 있냐"고 할 정도였다. 다행이 그 무렵엔 대학생활에 빠져서 연기 공부하고 연극 무대 오르는 삶을 즐겼던 것 같다. 그때 조급해하지 않고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며 허투루 시간을 안 보낸 게 지금 활동하는데 큰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유연석

유연석은 "요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누군가 나에게 스타라고 하면 아직도 어색하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알려지기 전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기준으로 작품을 보고 선택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누구보다 '초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0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게 밑거름이 됐듯 앞으로의 10년 그 이상의 시간들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후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제보자' 이후엔 촬영을 마친 '상의원', '은밀한 유혹'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그리고 '그날의 분위기'라는 영화도 촬영에 돌입했다. 누가 뭐래도 그는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연이은 영화 촬영이 버겁지 않냐는 질문에도 "굳이 일부러 공백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좋은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면 안할 이유는 없다. 10년의 기다림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과 기회들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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