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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고발자가 최악질 가해자로?” 김부선 난방비리 사태의 넌센스

강경윤 기자 작성 2014.10.01 16:49 조회 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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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비리는 있지만 주범은 없다?'

배우 김부선의 폭로로 불거진 서울 성동구 옥수동 H아파트의 난방비리 사태가 점차 본질을 벗어나는 모양새다. 이 사건이 알려진 초반에는 여론은 김부선을 '난방 열사'라고 추앙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일부 언론은 지난 11년간 H아파트 난방비 문제를 공론화한 김부선이 최근 몇 달 간 '도열'을 했다며 여론을 호도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괜히 세상 시끄럽게 해서 아파트 이미지만 나빠졌다.”는 극단적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뒤늦게 시작된 수사기관의 조사발표가 지체되는 사이 H아파트의 난방 비리의 진실이 가려질까 우려된다.

지난 26일 김부선은 서울 동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지난 14일 전 부녀회장 윤 씨와 폭력시비로 H아파트 난방비리가 알려진 지 10여 일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부선은 H아파트 난방비리를 언급하며 “11년 전부터 난방비리가 많다는 걸 알렸는데 어처구니없게 폭력사건으로 알려졌다”면서 “도열한 사람들을 망신주려는 게 아니라 이 기회를 통해서 관련자들이 책임을 지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실제로 2013년 11월 나온 서울시 감사자료에 따르면 H아파트는 2007년부터 2011년 까지 1만4000건 가운데 300건의 난방량이 '0'으로 기록됐으며, 9만원 미만 난방비를 낸 가구가 2398건으로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부선은 이 자료를 근거로 난방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또 자신도 난방계량기가 고장났을 때 이를 교체하지 않아서 전년도 대비 난방비를 낸 적이 있다고 말하며 “매우 부끄러운 고백”이라고 덧붙였다.

김부선

김부선의 난방량 '0'은 지난해 11월부터 총 4개월. 울시 감사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부선은 굳이 “계량기가 고장나서 전년도 요금을 내고있다.”는 양심고백을 하며, 뒤늦었지만 개별난방 전환 전에 난방비리 의혹을 규명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사이 H아파트에서는 심상찮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H아파트 입구에는 '김부선도 난방량 0'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것. 이에 앞서 열린 주민회의에서는 '김부선이 도열을 한 주범'이라는 폭로까지 이어졌다. 문제의 현수막은 또 다른 주민들의 항의 받은 뒤 걷어낸 상태다. 김부선은 난방비리 고발자에서 난방 비리를 저지른 섬뜩한 이중인격자로 내몰렸다. 이번 비리에 관리소홀 책임을 진 관리사무소 측은 적으로 김부선의 난방비 내역서를 언론에 공개한 의혹을 받고 있다.

H아파트는 난방비리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한 특정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아파트 내부 방송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주민들에게 시청을 독려하기도 했다.

전세입자 A씨는 “아기를 재우려는데 29일 밤 9시쯤 관리사무소에서 특정 방송을 봐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전에도 한 종편채널 방송 편성시간을 알려주며 '주민이라면 시청하라'는 방송을 하기도 했다.”면서 “난방비리를 고발하는 내용도 아니고, 관리사무소가 반성 없이 김부선 씨만 잘못했다는 일방적인 입장만 알리려고 하는 것 같아서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난의 칼끝을 김부선으로 향한 대부분의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김부선이 주민들 모두를 도둑으로 오해받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 일부 주민들은 난방량 0이 나온 건 오랫동안 집을 비워뒀거나, 누수로 인해서 난방을 잠궜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일부는 전기장판을 써서 난방을 아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또 한 방송에선 일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서 김부선이 리모델링을 위해서 개별난방을 반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부선은 리모델링 사업을 얘기한 건 사실이지만, 개별난방을 반대한 건 리모델링이 아닌 책임자를 벌하지 않고 모든 주민들이 돈을 내고 개별 난방 공사를 하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때문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김부선은 여전히 SNS를 통해서 난방비리 관련 동대표, 선관위원장, 관리사무소장 등 커넥션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김부선은 "11년 간 난방비를 비롯한 관리비를 모두 공개하고 한점 의혹도 없게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단 난방비리 의심을 받는 주민들도 똑같이 내역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부선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비리고발자에서 도둑으로 내몰리는 심경을 아는가."라고 반문하며 "어금니를 하도 깨물어서 치과에 갔더니 잇몸이 무너졌다고 하더라. 외롭고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H아파트 난방비리 사건은 김부선과 주민 윤 씨의 불미스러운 폭력시비로 불거졌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해묵은 H아파트 난방비리는 세상에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

H아파트 난방비리에서 김부선을 '열사'로 추앙하는 반응도, 그를 이 사건의 최악질 가해자로 비난하는 것도 모두 본질과 다르다. 지역 공동체까지 침투한 비리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수사기관이 한 점 의혹도 남김없이 비리를 수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감시가 절실할 때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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