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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앙상블에서 여주인공까지…‘악바리 배우’ 안시하의 10년

강경윤 기자 작성 2014.10.08 10:03 조회 7,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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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하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올해가 데뷔한 지 딱 10년째 되는 해예요. 충남 예산에서 나무 타며 놀던 말괄량이가 뮤지컬을 어떻게 알았겠어요. 스무 살에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뮤지컬이란 걸 알고 고생도 많이 했죠. 20대 시절이 그립긴 하지만 '돌아가라'면 안 갈 거 같아요. 지금이 좋아요.”

뮤지컬 '조로'의 루이사는 여느 여주인공과 다르다. 몸짓은 우아한 백조처럼 눈부신 자태지만 성격과 말투는 사내보다 당차고 어린 아이보다 솔직하다. 그런 루이사의 명랑하고 쾌활한 매력을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 안시하의 실제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 안시하는 두 볼이 벌게져 자리에 앉았다. 해치백을 쓰고 후드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안시하는 “롤러블레이드 연습을 할 시간이 없어서 40분 동안 집중적으로 타고 왔다.”며 해맑게 웃었다. 외모만 보면 여성스러움이 철철 넘치는데 첫마디부터 그녀의 성격은 시원시원 그 자체였다.

안시하는 루이사의 우아한 검술 연기를 펼치기 위해서 지난 여름 한 달 반 동안 펜싱 연습을 하며 보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습이 이어졌다. 고된 연습에 이어 공연 스케줄까지 쉴 틈 없이 진행돼 기어코 며칠 전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하자 안시하는 이내 “원체 타고나길 건강해서 이러다가 또 낫는다.”며 씽끗 웃었다.

안시하

“'조로' 때문에 한동안 펜싱 연습만 했거든요. 남자배우들이랑 펜싱 연습하다가 틀리면 바로 윗몸일으키기로 벌칙을 했어요. 이제는 차기작으로 들어가는 '황태자 루돌프' 연습 때문에 또 롤러블레이드를 타야 해요. 허리가 남아나질 않네요. 어제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인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자다가 갑자기 어깨에 확 담이 오고. 그런 느낌 아시죠?”

그런 노력 때문일까. 초연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한 '조로'에서 캐릭터들의 매력은 상당하다. 안시하가 맡은 루이사는 개그감 넘치는 목욕씬으로 관객들의 배꼽을 잡아 흔들기도 하고, 조로와의 시작할 듯 말 듯 로맨스의 설렘은 '조로'의 낭만을 책임진다.

“왕용범 연출님은 그냥 '너'로 루이사를 연기하라고 했어요. 그 털기춤은 리허설 때 애드립으로 넣은 건데 연출님이 재밌으니 본 공연에서도 해보라고 응원해주셨어요. 또 이번 공연은 '조로' 리부트니까 마치 초연을 하듯 캐릭터를 다시 잡으려고 했는데 그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안시하는 말하자면 '행동파'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라고 고민하고 의논하는 것보다, 일단 장비를 챙겨서 연습부터 시작하는 게 그녀의 스타일이다.

펜싱 연습을 할 때도 그랬다. 짧은 시간 내 고난도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 안시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지하주차장에서 새벽까지 혼자 검술 연습을 하다가 차량 배터리가 나간 적도 있고, 경비 아저씨를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몸을 써서 움직이어야 '내 것'이 된다는 건 그녀가 앙상블 때부터 지켜온 안시하만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메마른 땅이 봄비를 더 깊게 흡수하듯 소극적인 캐릭터였던 '해를 품은 달'의 연우 이후 만난 '프랑켄슈타인' 카트린느 역으로 안시하는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뮤지컬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뮤지컬 배우 10년 인생에 가장 큰 영광도 느껴봤다. 안시하는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눈가가 촉촉해진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두 개 뽑을 수 있는데요. 하나는 첫 주연을 맡았던 '아이다'였고, 하나는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게 해준 '프랑켄슈타인'이에요. 특히 '아이다'의 마지막 커튼콜에서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렸어요. 그 눈물의 의미요? 앙상블부터 시작해서 첫 주연을 맡았다는 부담감과 8개월이란 긴 시간을 이겨냈다는 만족감이었던 것 같아요.”

안시하


그러면서 안시하는 6년전 썼던 일기를 살짝 보여줬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조로'를 함께 한 왕용범 연출의 말을 기록해둔 것이었다.

“2008년 일기인데요, 제가 그 때 뮤지컬 '햄릿'의 앙상블로 출연하고 있었고, 왕 연출님도 막 시작하시는 단계였거든요. 그 때 연출님이 저에게 '시하야, 넌 30대에 분명히 빛날 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기분이 좋아서 일기에 써놨는데 이렇게 두 작품을 하고 있다니, 그것도 여주인공으로 함께 하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

다리를 스트레칭하려고 180도로 벌린 채 잠을 잤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새벽마다 2시간 씩 조깅을 했던 '악바리' 안시하에게 20대의 온도는 뜨거움 그 이상이다. “돌아갈 수 있다면 20대로 돌아갈 건가.”란 질문에 안시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 시행착오를 겪고 그걸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지금 기억을 잃은 채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돌아가라고 하면 아니오,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금 제 모습이 가장 좋아요. 20대는 너무 치열했거든요. 얼마 전 확신이 생겼어요. 저는 그냥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해요. 뮤지컬이든, 다른 매체든 가리지 않고 나이 마흔, 쉰이 되어도 지치지 않는 연기를 하는 안시하로 살고 싶어요.”

안시하가 출연하는 뮤지컬 '조로'는 오는 2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되며,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오는 11일 개막해 내년 1월 4일까지 신도림 디큐브 시티에서 진행된다.

사진제공=프레인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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