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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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태지"라는 말로는 부족한 그 이상의 뜨거움

작성 2014.10.18 22:25 조회 2,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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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SBS연예뉴스 | 이정아 기자]가슴이 벅찬 동화의 세계, 서태지는 그곳을 지배하는 나이 들지 않는 왕이었다.

5년 만에 9집 '콰이어트 나이트'로 돌아온 서태지가 역시 5년 만인 18일 오후 7시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크리스말로윈'을 열었다. 5년 만에 만난 서태지의 세계는 신비함 그 자체였다. 여전히 건재하다 못해 예전보다 더 새로우면서도 20여 년 전 가요계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팬들과 함께 쌓아온 정도 고스란히 새기고 있어 더 친근했다.

이번 앨범 콘셉트가 '동화'고 타이틀곡이 '크리스말로윈'인 만큼 이날 공연 무대는 할로윈의 심볼 거대한 잭 오 랜턴(jack-o'-lantern, 속을 파서 도깨비 얼굴 모양으로 만든 뒤 그 안에 촛불을 켜 놓은 호박)을 연상케 했다. 또 무대는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촛불과 눈 결정체, 붉은 지붕을 가진 집, 난간으로 상상 속에 존재하던 동화 속 무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줬다. 특히 공연 중간 공중에 떠가는 마귀할멈의 눈썰매는 정말로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했다.

그 무대와 함께 2만 5000여 명의 팬들을 지휘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꿈같은 세계로 안내할 서태지가 등장했다. 그의 등장으로 이날 이 완벽한 시간들이 시작됐다.

서태지

'모아이'로 공연의 문을 연 서태지는 아이유와 함께 '소격동'을 선보이고 '크리스말로윈'으로 '문화 대통령'의 귀환을 알렸다. 이어 '버뮤다트라이앵글''내 모든 것''시대유감''숲속의 파이터''잃어버린''프리즌 브레이크' 등 예전부터 큰 사랑을 받은 곡부터 새 앨범 수록곡이 적절히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너에게''널 지우려해' 등의 곡은 친근함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인터넷 전쟁''나인티스 아이콘''해피엔드'로 이어지는 곡들에서는 로커로서의 서태지의 매력도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컴백홈''교실이데아''하여가'는 바스코, 스윙스와 함께해 서태지와아이들 때와는 또 다른  색으로 태어났다.

그 무엇보다 5년 만에 돌아온 서태지는 이번 '크리스말로윈'을 통해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느낄 만큼 친근하게 다가오고 신선함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또 친근하면서도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묘한 경험을 하게 한다. 이번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태지

단일 공연 기준 최대 물량의 사운드 시스템을 준비, 세계적인 음향 엔지니어 폴 바우만이 직접 사운드 디자인을 맡아 무대 그 어느 곳에서도 구석구석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사운드를 구현해 낸 것뿐만 아니라 무대 그 자체로 이 세상이 아닌 상상 속의 동화의 세계로 공간 이동을 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서태지의 아이디어는 역시 근사했다.

무대를 누비는 서태지의 모습도 5년 전보다 더 여유 있고 더 에너지 넘쳐 보였다.

“5년도 빨리 지나가고 우리 인생도 빨리 지나간다. 잘 살아오고 있었냐?”라고 묻는 서태지의 말처럼 이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지만 여전히 건재한 그의 모습은 보는 왠지 모르게 뭉클했고 다행이다 싶었다.

이 시간은 이렇게 과거가 됐고 이 시간이 끝남이 너무나 아쉽지만 이 공연을 통해 앞으로 이보다 더 근사한 시간을 만들어줄 서태지임을 확신하게 됐기에 이 시간을 기쁘게 떠나보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happ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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