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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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이킴, 언 마음 녹이는 따뜻한 음악 "요즘 아주 울보가 됐어요"

작성 2014.10.20 12:57 조회 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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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킴

[SBS연예뉴스 | 이정아 기자]이렇게 근사한 남자가 기다려준다면 다른 그 어떤 말이 없어도 그냥 위로가 될 것 같다. 그저 눈빛만으로도 위로가 될 것 같은 그가 그 달콤한 목소리로 “어디 아픈 덴 없니 많이 힘들었지 난 걱정 안 해도 돼 너만 괜찮으면 돼 가슴이 시릴 때 아무도 없을 땐 늘 여기로 오면 돼”라고 말한다. 마음에 울컥하고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바로 총 9곡이 수록된 정규 2집 'Home'(홈)으로 돌아온 로이킴의 이야기다. 이토록 따뜻한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니...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팬들 시선에서는 잠시 떨어져 있었지만 그동안 로이킴은 가슴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나 보다.

'봄봄봄''러브러브러브'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야말로 봄 같이 상큼하고 발랄했던 예전 노래들과는 전혀 다르다. 모습도 그렇다. 며칠 동안 앨범 작업을 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는 그는 무척 피곤해보였지만 그래도 얼굴에서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런 노래를 만들게 된 심적인 변화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어리지만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운 기억이 없었다. 무언가를 보고 경험해도 감동 받았다는 느낌은 있어도 눈물이 난 적은 없었는데 요즘에는 무슨 영화를 봐도 울고 스포츠 경기를 봐도 울고 아주 울보가 됐다. 영화는 감동적이라 울고 스포츠는 그들의 노력이나 고생한 것들이 공감이 가서 그런지 왈칵 할 때가 있다. 예전에 울지 않았던 시절에는 그들의 노력을 지금보다는 간과 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좀 눈물이 많아졌다.”

타이틀곡 '홈'을 들으며 정말 왈칵 눈물이 쏟아지겠는 걸 애써 참았다. 사실 누구나 다 위로가 필요하지만 위로는 커녕 상처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그의 노래가 더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많이 힘들지? 힘내' 이런 것보다는 '야! 나도 힘들어' 이렇게 말하는 게 먼저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도 더 티를 내지 않는다. 편하게 기대면서 고충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존재가 가족, 진짜 친한 친구들 정도다. 그래서 내 노래를 듣는 3분 40초는 듣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힘듦을 인정받고 이해받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각자 자기 인생이 너무 바빠져서 더불어 사는 삶이 없어진 것 같다.”

로이킴

최근 직장인이 돼 회사에 출근, 근무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잠시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을 보니 역시 지금 그의 이 모습이 더 잘 어울려 보인다.
“이 시간들로 직장인들의 삶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 때의 경험으로 잠시 느꼈던 것은 '장난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웃음) 하루하루 남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 싶다.”

이번 앨범에는 발랄한 곡은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가 원하는 색깔이 많이 드러난다.
“회사에서는 물론 걱정을 했다. 하지만 걱정할 시간에 앨범의 질을 더 높이려고 음악에만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옆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휘둘리지 않을 수 없는데 그렇다고 내가 낸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죽을 때까지 남는 내 기록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내 이름으로 남는 게 싫었다. 또 워낙 하나하나 마음에 다 들어야 하는 성격이라 당연히 앨범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앨범에 수록된 아홉 곡을 모두 작사, 작곡했다. 정말 자식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듣고 싶은 평도 있다.
“어떤 평가를 받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대중들이 어떻게 평가를 할지 나도 궁금하다. '봄봄봄' 같은 곡은 다들 편하게 들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모르겠다. 다만 '음악에 고민이 묻어나는 구나''많이 생각하고 만들었구나'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성공한 거라 생각한다.”

음원차트에서의 성적도 많이 기대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무사히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서 그간의 마음고생도 묻어난다.(현재 음원차트는 물론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월이 잘 지나만 갔으면 좋겠다. 잘 되길 바라는 것은 진짜 큰 욕심 같다. 그냥 무사히 잘 지나가길 바란다.”

학업을 위해 미국에서 머물렀다. 미국에서의 생활도 궁금하다.(그는 현재 조지타운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생각할 시간, 고민할 시간이 많았고 학생의 신분이니까 여유가 좀 있었다. 가서 처음에는 혼자 지내다가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는 형들 기숙사에 들어가서 거실 소파에서 8개월가량 지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재미있었다. 형들이랑 정말 잘 맞았다.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 시간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거다.”

로이킴

지난 학기 다섯 과목에서 올 A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다른 학구열은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한 학기 휴학이라 1월 중순께 다시 미국에 가야한다. 대학가서 배우는 것들, 경험하는 것들이 내 음악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또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어디서든 더 배우고 싶다. 공부는 계속하고 싶다. 취업을 위해 듣고 싶지 않은 과목도 들어야 하고 그런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난 다른 이들 보다는 폭넓게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생각해야 하니까 공부가 좋아서만은 하기 힘든 경우가 많지 않냐. 요즘 취업을 하는 것도 하늘에 별 따기고 취업을 하고 나서도 고민들이 많아서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너무나 안타깝다.”

요즘 가요계는 서태지, 김동률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가수들이 오랜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상황이라 그 어느 때보다 고무돼 있다. 이 가운데 출사표를 던지며 부담감도 있을 법하다.
“그분과 같은 차트에 있는 거 자체로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이기리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그냥 나왔을 때 내 노래를 기다렸던 사람들이 들어서 '어, 좋다!'라고 하기만 하면 된다.(웃음)”

무대에 선 로이킴은 너무나 멋지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모습은 어떨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연기'를 하는 그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해 본다.
“글쎄. 흘러가는 대로 맡기고 싶다. 다만 일년전만 해도 연기라고 하면 말도 안된다고, 내가 무슨 연기를 하냐고 그랬는데 그 때는 연기의 매력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이제는 감정에 몰입해 그것으로 소통하는 연기에도 매력을 느낀다. 나중에 할 거면 나도 연기를 좀 배우고 그러고 나서 해야 할 것 같다.”

한결 더 따뜻해진 로이킴,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도 마음도 자꾸만 움츠러든다면 그의 노래 '홈'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happ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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