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마담 뺑덕'은 임필성 감독의 실패한 실험일까

김지혜 기자 작성 2014.10.21 09:34 조회 1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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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필성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돈 많이 쓰고 흥행 안되는 감독'

데뷔작 '남극일기'(2005)부터 임필성 감독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닌 꼬리표다. 제작비 80억을 투입한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하고, 제작비 50억을 투입한 두번째 영화 '헨젤과 그레텔'(2007)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대중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를 평가하는 충무로 내부의 시각은 좀 다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비슷비슷한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임필성은 자기 색깔을 내는 몇 안 되는 감독으로 꼽힌다.

흥행에 대해 목마름이 있는 임필성 감독이 네 번째로 내놓은 작품은 '마담 뺑덕'.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소설 '심청전'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악녀로만 알려진 '뺑덕'의 시선에서 학규와 덕이의 불륜과 그로 인한 파국을 그린 흥미로운 영화다.

고전의 비틀기라는 임필성 감독의 신선한 실험 아래 충무로 최고의 스타 정우성과 참신한 마스크가 돋보이는 이솜이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 3주차까지 전국 50만 명이 밑도는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덕이와 학규의 위험한 사랑을 풀어낸 전반 1시간이 흥미로운 반면, 덕이의 복수가 시작되고 심청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후반 1시간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가다. 기대작에 대한 실망감,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아쉬움 등으로 영화를 향한 대중과 언론의 눈빛이 곱지만은 않다.

임필성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향한 비판에 대해 답했다. 

마담

Q. 충무로 난다긴다하는 영화인들은 '마담 뺑덕'을 흥미롭게 봤다고 들었다. 

A. VIP 시사회 후 뒤풀이 현장에서 반응은 "중박 이상이다"가 중론이었다. 허진호 감독은 "초반 30분은 내 영화인 줄 알았어. 나도 정우성을 '호우시절'에서 좀 벗기는 건데"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에이 감독님은 못 벗길걸요"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재밌게 봤는데 청이 등장 이후가 아쉽다. 확 힘이 떨어지더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감독님 영화랑 비슷해서 그래요"라고 응수했다. 김용화 감독은 "프랑스 상업영화 같다"고 했고. 근데 프랑스 상업 영화 같단 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변호인' 만든 최재원 대표는 "나랑 영화할 때(두 사람은 '헨젤과 그레텔'때 제작자와 감독으로 일한 바 있다) 이렇게 작은 예산으로 좀 찍어보지"라고 하더라.

Q. '헨젤과 그레텔'이 동화 비틀기 였다면 이번엔 고전 비틀기다.    

A. 영화사 대표님이 장윤미 작가가 개발한 각본 초고를 주셨다. 전작에서 동화 비틀기를 한 바 있어 '마담 뺑덕'의 고전 변주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각본을 보고 "시나리오를 좀 바꿔도 되면 하겠다"라고 했다. 초고는 영화판이랑 중, 후반 그리고 엔딩이 지금의 영화와 조금 다르다. 멜로적인 코드를 좀 더 부각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Q. 충무로 20년 전설 정우성을 벗겼다. 이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화제였다.

A. 제작사 대표님과 학규 역을 맡을 배우는 어느 정도 클래스가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그래야 영화가 품격도 생기고 상업적인 파괴력도 생기니까. '호우시절', '감시자들' 등의 영화를 보면서 정우성이 뭔가 변화를 시도하는 시기구나 싶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건넸다. 그쪽 반응은 시나리오가 재밌긴 한데 학규 캐릭터가 좀 애매모호 하다는 반응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학규는 더 찌질했다. 그래서 우성 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학규를 훨씬 원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로 바꿨다.

Q. '찌질한' 학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홍상수 영화 속 남성 캐릭터를 생각하면 되려나?

A. 홍상수 감독 영화 속 교수 캐릭터 같은 모습과 흡사하기는 했다. 본인의 가정에서도 또 덕이와의 관계에서도 결단을 못 내리는 우유부단함이 문제인 나쁜 놈이었다.

마담

Q.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이솜이 아닐까 싶다. 타이틀롤이라는 중책을 신인 배우에게 맡기기로 한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을 텐데?

A. 기성 배우도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신인 중에서는 이솜 씨가 단연 돋보였다. 마스크도 신선하고, 뭔가 야성적인 아우라가 느껴졌다. 미팅 때 리딩을 해봤는데 보통의 배우와는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하더라. 배우지 않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폭발력 보여줄때가 있는데 이솜 씨가 그랬다. 그러나 프로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기에 크랭크인 전에 몇 달간 연습을 시켰다.

Q. 막 형식의 구성을 택한 건 어떤 판단에서였나?

A. 처음에 생각할 때 오페라 같은 구성도 떠올려봤다. 각 막이 시작되기 전에 인트로덕션을 주면 어떨까 하고. 그런데 너무 예술영화 스러울까봐. 그러나 스타일이나 양식미 보다는 캐릭터나 드라마에 집중하는 드라마를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Q. 베드신의 수위가 상당하다. 그러나 노출의 강도에 비해 에로틱한 정서의 밀도는 떨어지는 감이 있다.

A. 여자의 입장에서 찍으려고 노력했다. 이상한 앵글과 조명을 쓰고 싶지 않았다. 보통의 정사신에서는 여자가 "절대로 안 떨어질거야"라는 대사를 하지 않는다. 또 엄마가 기다리는 장면을 넣는것도 마찬가지로. 난 위험한 욕망의 대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불편함도 동시에 보여줘야 했다. 정사신은 대사가 없기에 어떤 종류의 감정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배우들이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만들어내야하기에 연기하기 힘든 면도 있고. 나에겐 욕망이 주제인 영화였기에 베드신은 매우 중요했는데 배우와 제작진이 해석을 풍부하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음에 든다.

Q. 정우성과 이솜은 현장에서 어떤 열정을 보여줬나? 한 명은 베테랑, 한 명은 신인이지만 베드신이라는게 낯설긴 마찬가지였을 텐데?

A. 정우성 씨는 각오가 단단히 돼 있었다. 그는 자기 정도의 경력이 되는 배우가 베드신 연기를 치사하게 하면 관객들이 싫어할 거라고 하더라. 액션 영화에 목숨을 걸었듯 베드신도 학규가 돼서 열심히 해보겠다는 파이팅이 넘쳤다. 이솜 씨도 좋은 영화를 찍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베드신을 롱테이크, 롱샷으로 찍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배우를 소모적으로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난 노출을 위한 노출이나 정사신을 위한 정사신 보다는 새로운 컨셉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봉만대 감독에게도 칭찬받았다. "내가 위험한데"라고 하더라.

마담

Q. 화면비를 두고도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A. 찍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다. 30대때만 하더라도 보고 싶은 장면을 찍으려 했는데 이젠 필요한 장면을 찍으려 한다. 프로감독으로서의 책임감도 중요하기에 내가 만족한 영화만 찍고자 하는건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영화에서는 컨셉츄얼한 정사신이 필요했다. 화면 비율은 1.85:1로 한건 두 배우의 키가 크니까 잘 보여주고 싶었다. 2.35:1이 영화적인 앵글이긴 한데 결과적으로 배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화면비를 택한 것이다. 우리 영화는 배우 중심의 영화니까.

Q. 청이가 극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후반부 영화가 급격히 중심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극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 비해 설명이 부족하다.

A. 몇몇 신들이 편집되면서 불친절한 이야기가 된 감이 있다. 덕이의 경우 타이틀롤이고 충분한 이야기를 통해 초반부터 감정을 쌓아줬다. 청이의 경우 아역에서 바로 어른이 돼 재등장하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Q. 편집된 신들은 정확히 어떤 것인가? 일본으로 간 청이의 이야기일듯하다.

A. 그렇다. 일본에서 회장을 만나는 신과 청이가 최씨에게 탈출하기 위해 바다로 빠지는 신이다. 그 신들은 자부심을 느낄만큼 잘 찍었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덕이와 학규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으로 판단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 청이 부분은 개인적으로도 아쉽다. 1~2분만 늘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아쉬움이 있다.

Q.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다.

A. 상업 영화계에서 어떤 감독도 흥행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예전 같으면 후반작업에서 더 다툼이 많았을 것이다. 흥행에 지장이 되더라도 내 개성을 살리고자 했겠지. 그러나 영화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고 관객에게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있어야 하니 어느 정도 타협하게 되더라. 영화감독은 한 편의 영화에 인생을 걸지만, 관객에게는 '정우성 나오는 야한 영화'로 이야기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서더라도 보고 나서는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게 나의 바람이다.

Q. 차기작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영환가?

A. '악의 꽃'이라는 제목의 영화인데 어떤 미친 여자 이야기다. 한 명의 여자가 전체 이야기를 이끄는 내용이라 캐스팅에 고심하고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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