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마담 뺑덕'은 갔지만 이솜은 남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4.10.24 09:07 조회 7,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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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솜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사랑하는 남자에게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버림받은 여자는 병원을 나와 만두를 사 먹는다. 내일이 없는 막막함 보다 급한 것은 깊은 허기를 달래는 것. 얼굴만한 만두를 손에 쥔 여자는 더 이상 복스러울 수가 없을 정도로 맛있게 먹어댄다. 허기를 채우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애달픔이 느껴진다.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에서 이솜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 최고의 장면. 바로 이 만두를 먹는 신이 아닐까. 이솜은 2014년 충무로가 수확한 최고의 신인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하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하이힐'에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는 이솜은 '마담 뺑덕'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고전 '심청전'에서 악녀로만 묘사된 '뺑덕'을 이솜은 사랑에 배신당해 복수를 꿈꾸는 팜므파탈로 표현해냈다. 

임필성 감독은 이솜에 대해 "배우지 않은 것 같은 연기가 폭발적이다"라고 말했다. 아마추어만이 가질 수 있는 정제되지 않은 신선함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만날 때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를 이솜은 제대로 보여줬다.

'마담 뺑덕'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채 퇴장을 앞두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솜이라는 매력적인 신인 배우를 얻었다.

이솜

이솜은 자신이 행운의 여주인공이 된 것에 대해 "테크닉을 부리지 않아서인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좋게 말하면 전형적이지 않다는 거고, 나쁘게 얘기하면 프로다운 기술이 없다는 거죠"라고 부연했다.

패션모델로 데뷔한 이솜은 오디션장이 낯설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느 신인과 달리 카메라에 대해 두려움이 없다. 

"오디션 현장의 분위기라는 건 기본적으로 비슷해요. 사람들 앞에서 나를 보여주고 심사를 받아아죠. 그런데 모델과 배우가 오디션을 보는 형식은 완전해 달라요. 영화는 작품에 대한 해석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인물의 감정을 꿰고 있어야 하니까. 연기가 좀 더 어려운데 그만큼 재밌어요"

이솜은 첫 주연작에서 과감한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출연 전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임했다는 이 신은 연기하는 본인에게도 적잖은 부담이었다.

"치정 멜로고 덕이와 학규가 얼마나 사랑하느냐를 보여주는 건 매우 중요했죠. 물론 고민되고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노출이 다가 아니라 인물과 인물이 부딪치는 감정이 더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덕이가 학규와 사랑을 나누면서 "절대 떨어지지 않을꺼야"라고 집착을 암시하는 대사는 특히 중요해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마담

노출 연기 만큼이나 어려웠던 것은 한편의 영화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는 것이었다. 순수한 덕이는 사랑에 상처받은 후 세정이라는 팜므파탈로 거듭난다.

"저에겐 세정을 연기하는게 더 어려웠어요. 사랑에 빠진 덕이를 표현하는 건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연기하면 됐는데 복수를 꿈꾸고 실행하는 세정의 경우 순전히 상상에만 의존해야 했어요. 연기 테크닉이 없는 저로서는 더 힘들었죠. 다행히 감독님께서 꼼꼼하게 연기 디렉션을 주셨어요"

임필성 감독은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이솜은 덕이에서 세정으로 변하는 8년의 공백을 상상 속 스토리로 채웠다.

"덕이가 학규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욕조신에서 "살아 볼려고 별짓 다 했어"라고 말하잖아요. 그 말엔 그녀의 8년의 세월이 함축돼있어요. 복수를 꿈꾸며 그녀가 어떻게 살았을지. 그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이 얼마나 너덜너덜해졌을지 상상하며 감정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첫 주연작에서 정우성을 만난 것도 이솜에게는 행운이었다. 무려 17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대선배지만 세대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잘 통하는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이솜

"선배님이 되게 잘 챙겨주셨어요. 우리가 17살 차이래요. 그땐 몰랐어요. 촬영 끝나고 누군가 얘기해줘서 알았어요. 늘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선배님 때문에 심적으로 많이 의지가 됐던 것 같아요"

첫 주연작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흥행 성적 등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 한 달이었다. 이솜은 마지막 무대 인사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날 관객 앞에서 많이 울었어요. 이제 보내야 한다는 공허함이랄까요"라고 말했다.

이제 시작이다. 단언컨대 충무로의 수많은 영화인이 이솜을 주목할 것이다. '마담 뺑덕'을 통해 연기의 맛을 알게 된 이솜은 다음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촬영장의 즐거움을 알게 된 이 젊은 연기자의 앞날이 기대된다.

"촬영장을 좋아했고, 즐겼어요. 연기의 쾌감이요? 힘든 감정일수록 어려운 연기일수록 오래 남아요. 후련함도 있고요.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저는 딱 그건 것 같아요"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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