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최송현, 아름다운 이름 ‘여배우’를 위하여

강경윤 기자 작성 2014.10.30 11:12 조회 1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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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현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무려 8년이었다. 아나운서 출신 최송현이 배우란 이름을 얻는 데 걸린 시간이다. 한순간에 기르던 머리를 싹둑 자르기도 하고,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악역을 맡기도 했으며, 시트콤이란 장르로 코믹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뚜벅뚜벅 걸어온 8년은, “배우를 하고 싶다.”며 회사 문을 박차고 나왔던 최송현의 연기 열정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 없는 시간이었다.

시한부 인생 앞에서 확인하는 인생의 가치와 여성들의 우정을 다룬 MBC '마마'에서 최송현은 거의 유일한 악역이었다. “저런 우정이 존재할까”라며 감성을 울린 판타지에 최송현이 연기한 나세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됐다. 예쁜 동화에 불쑥 끼어든 현실 속 인물처럼 보였다.

극중 인물들 사이에서 세나가 자칫 냉수를 뿌린 것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오산이었다. 세나의 독설과 냉소에 가려진 현실적 대사를 듣다 보면 오히려 공감은 배가 됐다. 세나의 말들은 '마마'가 진정 그리고 싶은 판타지에서 최소한의 현실감을 유지하는 장치인 동시에, 여배우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최송현의 고민과 열정의 성적표이기도 했다.

최송현

◆ “세나의 핵심은 자격지심…악역의 희열감 느꼈죠”

완벽주의로 포장한 세나의 맨얼굴은 결핍으로 인한 자격지심이었다. 최송현은 처음 이 역할을 받았을 때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나름대로 캐릭터 분석을 한 뒤 리딩에 들어갔는데도 감을 잘 못 잡았다.”고 최송현은 난감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리딩을 했는데 감독님 표정이 밝지 않았어요. 전 채찍 보다는 당근에 더 힘을 내는 스타일이라서, 처음에는 위축이 많이 됐어요. 그 때 (문)정희언니가 '세나는 자격지심이 있는 인물이고, 그런 사람이 상황이 역전되면 굉장히 여유 있고 온화한척 한다'는 힌트를 줬어요. 그 때부터 조금씩 감을 잡았어요.”

세나는 자식의 교육비를 위해 빚을 지는 새언니 서지은(문정희 분)과 눈치 없는 시어머니 강명자(박정수 분)를 무시하며, 지은과 한승희(송윤아 분)의 우정을 비웃기도 했다. 돈과 성공을 거머쥔 뒤 세나의 자격지심이 분노와 경멸로 뒤바뀐 셈. 그동안  맡았던 역할 가운데 복잡하면서도 폭발하는 감정 연기를 하면서 최송현은 처음으로 악역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독한 캐릭터를 처음 해봐서 초반에는 겁나는 부분이 많았는데, 하다 보니까 감정을 발산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어요. 감정의 폭발이 반복되니까, 제 나름대로는 톤과 감정의 고저를 달리해 세나의 모습에 변화를 주고자 했는데,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지네요.”

최송현


◆ “가장 좋아하는 배역? '검프'의 정선과 '로필'의 현주”

아나운서로서 인기의 정점을 찍은 뒤 최송현은 제 발로 정글의 세계를 찾았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최송현은 드라마와 영화, 시트콤과 정극, 로맨스와 수사물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동안 예상치 못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런 시기들은 최송현이 배우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치러야 했던 자기와의 싸움에 가까웠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의 정선과 '로맨스가 필요해1'의 현주예요. 두 캐릭터의 공통점이 있다면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완벽주의 외면과 달리 연약한 내면을 가졌다는 것 아니었을까요. 사실 제 모습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기도 해요.”

최송현은 실제로 남부러울 것 없는 이른바 '스펙'과 아나운서 경력으로 쌓아올린 인지도, 여기에 완벽해 보이는 이미지까지 가졌다. 하지만 최송현은 완벽 보다는 인간미가 더 돋보이는 배우다. '검사프린세스' 출연 당시 디씨인 사이드 '검프 갤'에서 만난 팬들과 여전히 친하게 지낼 뿐 아니라, 그중 2명과는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된 것만 보더라도 최송현이 '연예인'이라는 껍데기에 숨지 않고 인간미를 드러내는 배우인지를 짐작할 만 하다.

최송현


◆ “슈퍼맨이 되고 싶었던 지난 8년, 이제는 최송현으로 살래요”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최송현은 그 기간을 어떻게 바라보냐고 물었다. 최송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아나운서를 포기한 건 여전히 후회가 없어요. 스스로 한계를 느꼈을 때 연기를 꼭 하고 싶었던 결심을 이룬 건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너무 아나운서 이미지를 벗는데 조급했던 것 같아요. 그 땐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 작품을 많이 가렸거든요. 지금은 알아요. 평생 아나운서 출신의 배우라는 꼬리표는 계속된다는 걸요. 이걸 인정했다면 초반에 좀 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최송현은 욕심이 많다. 강조하고 싶은 건 그 욕심이 선하다는 거다. 최송현은 여전히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한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보다 완벽해 지기 위해서 흐트러지지 않고 노력하는 게 최송현이 꿈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로맨스가 필요해'로 인연을 맺은 정현정 작가는, 누구보다 최송현의 간절함을 안다. 정 작가는 그런 그녀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슈퍼맨이 되려하지 말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살아보라.”

“정 작가님께 받았던 문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핑 돌아요. 정말로 저는 완벽한 슈퍼맨이 되고 싶었거든요. 힘든 시간도 있고 저의 부족함을 깨닫는 과정도 물론 있었지만, 여전히 '여배우'란 이름은 저에게 정말 매력적이에요. 톱스타로서의 욕심을 조금 버린다면, 이 직업은 정말 멋지고 행복한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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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글=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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