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조정석 '이젠 납득이를 보내줘도 되겠죠?'

김지혜 기자 작성 2014.10.30 15:07 조회 7,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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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감독 임찬상)는 배우 조정석의 첫번째 주연작이다. '어라?'라고 할 수도 있다. 스크린에서 맹활약해 온 조정석이 단 한번도 주연이었던 적이 없다니. 놀랍지만 사실이다. 

"저에겐 감격적인 영화에요. 영화를 찍기 시작한 이래로 주연을 맡은 것은 처음이거든요.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리는 장면조차 저에겐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그만큼 저에겐 남다른 의미인 작품입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개봉한 이명세 감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물의 시초격인 이 작품을 통해 박중훈, 최진실이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가 배출됐다. 

무려 24년 만에 리메이크된 작품에서 조정석은 신민아와 함께 대선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정석은 시인을 꿈꾸는 동사무소 직원 '영민'으로 분해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보여줬다.

나의 사랑

"원작이 워낙 대단한 작품이라 부담이 없을 순 없었죠. 원작과 비교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대선배와의 비교 자체가 제겐 영광이거든요. 다행히 관객 분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할 뿐입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조정석이 리드하고 신민아가 리액션을 취하는 영화다. 주고 받는 액션과 리액션의 합이 최근 개봉한 어떤 코미디 영화보다 좋다. 특히 조정석의 물오른 유머가 영화를 빛냈다.

"원래 그렇게 웃긴 사람은 아니에요. 전 그저 메소드에 입각한 연기를...하하하. 농담이고 평소에도 장난끼가 좀 많은 편이에요. 사람들을 살갑게 대하기는 하는데 징그럽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징그러운 애교는 딱 질색이거든요"

장기 연애 중인 커플과 갓 결혼한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현실과 판타지를 오간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판타지가 좀 더 부각된 영화다.   

영화가 보여주는 결혼의 환타지에 대해 그는 "화해가 너무 빠르죠? 그게 우리 영화의 톤이라고 생각해요. 리얼한 것 같으면서도 또 아~주 리얼하지는 않아요. 예쁜 리얼리티랄가요?"라고 말했다.

조정석은 매우 독특한 연기를 구사하는 배우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부터 '관상', 그리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까지 특유의 중얼거리는 대사톤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해왔다. 

조정석

"아시다시피 제가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했잖아요. 공연을 하다보면 소,중,대극장에 두루 서는데 공연장 크기에 맞는 발성과 화법이 다 달라요. 영화는 사실주의를 지향하는 연기가 대부분이잖아요. 실생활에 맞는 톤을 사용하려다 보니 그런 말투가 나오게 된 것 같아요. '건축학개론'이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같은 연기도 하지만, '역린' 속 캐릭터는 무게감을 살리기 위해 다른 톤의 연기를 하기도 했죠"

배우는 때론 캐릭터로 기억된다. 그런 면에서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역을 통해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조정석에게서 납득이의 흔적을 발견하고자 한다.

"납득이의 모습을 바란다기 보다는 재밌는 조정석이 코미디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큰 선물이 되겠죠. 전 납득이의 코미디와 영민의 코미디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납득이가 원맨쇼 였다면 영민은 미영과 주고받는 상황적인 코미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이에요. 그 웃음 속에는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조정석에게 연기는 놀이였다. 그는 고교시절 성극을 하면서 연기를 접하게 됐다고 했다. 그에게 연기는 그저 '재밌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무대가 낯설지 않았던 그는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자신의 끼를 드러내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고 했다.

조정석

"주목받길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순전히 나의 즐거움을 위해 사람들 앞에 나섰던 것 같아요. 제가 기타를 배우기 위해 3수를 했다는 건 아시죠? 그런데 교회 전도사님으로부터 "넌 연기에 재능이 있는것 같아"라는 말 한 마디에 뮤지컬 아카데미에 연기를 배우러 다녔어요. 그때 입시 연기를 배워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하게 됐어요. 학교 정문을 들어서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정석아, 너 앞으로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거다'라고 되뇌였어요. 그때부터 연기가 나의 사랑이 된거죠"

조정석은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차곡 차곡 해나가는 게 제게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어요. 주,조연을 마다하지 않을거에요. 재미있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떤 영화, 어떤 캐릭터라도 해야죠"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배우를 '납득이'로 알게 됐고, 지금은 '영민'으로 만나고 있다. 이제껏 보여준 모든 캐릭터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 배우의 열정은 아직도 가슴 속에 꽉 차있다. 조정석은 영화 '시간이탈자'로 조만간 다시 돌아온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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