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김영애, 섣불리 '현기증'을 추천할 수 없는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14.11.03 16:28 조회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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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김영애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섣불리 추천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솔직한 속내를 보였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현기증'(감독 이돈구)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김영애는 극한의 감정 연기를 선보인 것에 대해 "힘들었다.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큰 연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영애는 지난해 '변호인'부터 '우리는 형제입니다', '카트'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 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왔지만 '현기증'은 최근 몇 년간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만 하다.

'현기증'에서 김영애가 맡은 역할은 알 수 없는 현기증으로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지른 뒤 미쳐가는 엄마 '순임' 역. 엄마의 실수로 빚어진 한 가정의 파국을 치밀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큰 감정소모를 요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눈부신 열연을 펼친 김영애는 심적 부담감을 토로 했다. 김영애는 "보통 작품을 찍으면 빨리 빠져나오는데 이번 영화는 촬영이 끝나고 나를 찾아가는데 상당히 오랜시간 걸렸다. 두 번은 안하고 싶다. 딸로 호흡을 맞춘 도지원 씨 하고는 표현 방법이 달랐는데 자식을 잃은 엄마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힘들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현기증

보는 이를 다소 불편해하는 소재와 이야기 때문에 지인에게 쉽사리 추천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도 전했다. 김영애는 "내가 보기에도 끔찍하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끔찍한 이야기니까 기분 나쁘면 보지 말라고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김영애로 하여금 출연을 결심하게끔 만든 것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한 주제의식이었다. 김영애는 "인간이라는 게 무엇일까. 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더불어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면서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촬영 후 깊은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인물에 몰입했다는 김영애는 "마지막 촬영을 하고 나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인물에 대한 연민이 들었다. 그것은 내 자신에 대한 연민일 수도 아니면 인간 자체에 대한 연민일 수도 있다"고 말하며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현기증'은 지난해 '가시꽃'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이돈구 감독의 2번째 장편영화로 전작보다 한층 밀도 높는 영화를 완성해냈다. 오는 11월 6일 개봉.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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