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미생’ 성대리 태인호 “소시오패스? 군대에선 겪어봤죠”

강경윤 기자 작성 2014.11.26 08:48 조회 1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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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호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이름 석 자는 아직 낯설어도 배우 태인호(34)는 데뷔 11년 만에 가장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직장인의 리얼한 삶을 그린 tvN드라마 '미생'에서 태인호는 후배를 괴롭히며 공을 가로채는 얄미운 성대리를 현실적으로 연기한다. 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평범함이지만 그 평범함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태인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신입사원 한석률(변요한 분)이 부당함을 따지기 위해서 성대리를 찾았을 때 성대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너, 소시오패스야?”다. 반사회적인격장애를 뜻하는 소시오패스는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그만큼 성대리의 입에서 튀어나온 '소시오패스'가, 역설적으로 성대리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Q. 소시오패스란 단어와 태인호란 이름이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던데. 느낌이 어땠나요?

“사실 소시오패스란 단어가 뭔지 잘 몰랐어요. 직장생활을 하는 게 아니니까  소시오패스가 정확히 어떤 사람의 유형을 가리키는지 잘 몰랐거든요. 방송 다음날 계속 소시오패스와 제 이름이 실시간 검색순위에 오를 때 좀 어떨떨 했어요.”

태인호

Q. 조금 달라진 반응을 체감하나요?

“솔직히 기분은 잘 모르겠어요. 지나가면서 '아, 성대리다', 혹은 '사인해주세요'란 반응이 나올 때는 깜짝 놀라죠. 10년 넘게 무명이라면 무명의 시간을 보냈는데 드라마의 힘이 대단하구나를 느껴요.”

Q. 성대리는 한석률에게 “소시오패스냐?”라고 묻지만 시청자들은 본능적으로 성대리가 바로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는데요.

“대본 연습할 때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를 검색해서 뜻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계속 이 말들이 회자 되는 걸 보니까 직장에 성대리 같은 소시오패스가 많다는 걸 실감했어요. 댓글을 읽어보니까 '존.명.치'인가? 아무튼 공감한다는 말이 많더라고요. 직장인들을 위해서라도 더 잘 살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Q. '존.명.치'라는 비속어가 뭔지 아나요?

“아뇨. 요즘 말을 잘 몰라서.(옆에서 그 뜻을 말해주자) 아, 처음 듣는 말이에요. 때리고 싶다는 뜻 같은데, 제가 더 얄밉게 해야 겠네요.(웃음)”

태인호

Q. 처음 성대리란 배역을 맡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처음 미팅했을 때 역할은 강대리였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성대리 역을 한번 해보라고 해서 한 건데 결과적으로 제가 성대리 역이 됐네요. 사실 전 강대리와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7~8회 될 때까지도 '아, 저 배역 내가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Q. 실제로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 만나본 적 있나요?

“글쎄요.(한참을 고민하더니) 사회에선 없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군대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다보니까 그중에 그런 사람들 있긴 했어요. 가자마자 왼손잡이라고 식판을 엎어 제 군복에 쏟은 선임도 있었고, 잘 때 차렷 자세가 아니라 살짝 고개를 돌리고 잔다고 혼낸 선임도 있었죠.”

Q. 그럴 때 어떻게 했나요?

“군대는 그런 게 용인되는 계급사회니까요. 식판 엎으면 '죄송합니다'하고 오른손으로 먹고 '똑바로 자'하면 '네'하고 다시 차렷하면 돼요.(웃음) 좀 긍정적인 편이어서요.”

태인호

Q. 만약 성대리가 아니라 한석률 역이었다면요?

“군대 생각을 하다 보니까 변요한 씨가 요즘 힘들긴 하겠네요. 트집 잡히고 혼나고 게다가 공까지 뺏기고. 요즘엔 촬영 끝나면 집에 가는 길에 '미안해'라고 문자 보낼 때도 있어요.”

Q. 지금은 얄미운 정도인데 성대리가 좀 더 악역스러워지나요?

“네. 조금 더 무거워지고 조금씩 소시오패스적인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그 전에는 가볍게 얄미웠다면 이제는 태인호라는 배우가 가진 연기적 부분을 조금씩 더 드러낼 수 있을 거 같아요.”

Q. 2004년에 '하류인생'으로 데뷔해 올해 11년차가 됐어요.

“스물한살 때 신문에 난 오디션 광고만 보고 임권택 감독님 이름 석자에 반해 오디션을 봤어요. 합격해서 조승우 씨 옆 양아치 두 명 중에 한명이 됐죠. 그 때 출연료가 10만원이었는데 부산에서 서울 가는 새마을호 기차표 사고 택시비 하면 딱 1만원 남았죠. 많이 기억나요.”

태인호

Q. 좋은 기억? 혹은 나쁜 기억?

“부산에서 올라와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거든요. 무조건 열심히만 연기하다가 임권택 감독님의 '오버하지마'란 호통을 듣고 심장 쿵쾅 거리던 기억도 나고, 설렁탕집에서 조승우 씨를 마주쳤을 때 조승우 씨가 첫 마디에 '잘 될 거예요'라며 어깨를 툭툭 친 기억도 있어요. 그 땐 부끄럽고 초라하고 많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도 있다고 생각해요.”

Q. 조승우 씨 다시 만난다면요?

“친분 생기면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설렁탕집에서 저 기억하냐고요.(웃음)”

Q. 영화 '영도'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오늘-비전'에 초청됐죠? 영광이었겠어요.

“큰 영광이었죠. 그보다 다행이었어요. 어느날 경성대 영화과 후배가 1년 동안 작업한 시나리오라고 들고 왔어요. 선배가 꼭 출연해달라고요. 후배의 노력에 누를 끼칠까봐 계속 고사하다가 출연한 건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죠.”

Q. 후배의 작품에 누를 끼칠까 걱정한 것치고는 결과나 평가가 기대이상인데요.

“사실 중간에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촬영은 힘들었어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새벽 1시에 샤워만 하고 잠들기를 20일 넘게 반복했거든요. 식사는김밥과 컵라면이었고요. 연기 사관학교에 온 것처럼 온전히 연기만 했어요.”

태인호

Q. '국제시장' 개봉도 앞두고 있고 올해 기운이 참 좋아요.

“감사하긴 한데, 솔직히 잘 실감은 못하고 있어요.”

Q. 이전 인터뷰를 보니까 한석규 씨가 롤모델이라고 누누이 얘기해왔는데요?

“'초록물고기'의 한석규 선배님을 보고 숨이 멎는 경험을 했어요. 그 때부터 한석규 선배는 저의 영웅이에요. 엑스트라로라도 단 한번만 눈이라도 마주쳐보고 싶어요.”

Q. 태인호의 최종 목표는요?

“제 꿈은 특별하지 않아요. 평범해요. 계속 연기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미생'에서처럼 여러 가지 인간 군상을 느끼고 경험하고 또 인연을 맺고 싶어요. 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태인호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해내는 게 제 목표이자 꿈입니다.”

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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