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대.물.봐 인터뷰] 강하늘 “애늙은이라고 불려도 좋아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4.12.26 09:57 조회 22,999
기사 인쇄하기
강하늘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편집자주> 배우 강하늘의 팬들이 SBS 연예스포츠 공식 페이스북에 남겨준 질문들을 토대로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대.물.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자리에는 매니저나 회사 관계자 없이 솔직한 대답을 해준 배우 강하늘의 소신에 깜짝 놀랐고, 이후 사소하든 무겁든 질문의 중량에 관계없이 충실히 답변을 해 두 번 놀랐습니다. 그의 말들을 최소한의 편집만 가미하고 지금 '대.물.봐'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인터뷰 자리에 매니저나 홍보 실장 등 회사 사람들을 동석하지 않네요. 당연한 거겠지만 사실 좀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나이는 많지 않지만 생각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고 어떤 말을 하면 안 되는지도 잘 알고 있는데 회사 분들의 눈치를 보면서 하고 싶진 않았어요. 인터뷰도 일처럼 하고 싶지 않고요. 다행히 회사도 저의 생각을 존중해주셔서 인터뷰에는 기자님과 저만 얘기를 나누고 싶네요.”

Q. 장백기 캐릭터와 다르게 실제로 낙천적이고 잘 웃는 것 같아요. 실제로 '기본부터 배워라'고 말하는 강대리 같은 상사가 있다면 어땠을까요?(최윤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런 성격은 진짜 저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서 밖에서 입는 갑옷 같은 거예요. 엄청 우울한 사람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고민이 참 많은 성격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강대리 님 같은 성격이 필요해요. 저를 제대로 바르게 인도해줄 묵묵한 사람을 굉장히 좋아해요.”

강하늘

Q. 그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강대리님 같은 역할은 스스로 하고 있어요. '셀프 힐링'이라고 해야 하나요(웃음). 현장에 나가서까지 고민하고 인상 찌푸리는 걸 정말 싫어해요. 재밌게 일하고 싶거든요.”

Q. 얘기하는 걸 듣다 보면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었단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약간 짠한 감정까지 드는데요.

“스물다섯인데 지금보다 어렸을 때부터 애늙으니란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린 나이부터 배우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많은 일들, 높고 낮은 경험들이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서 깨달은 건 '어리숙하다', '철없다' 이런 말보다는 '애늙으니 같다'는 말을 듣는 게 낫다는 거였어요. 많은 분들이 이런 제 모습을 짠하게 생각해주시기도 해요. 그런데 후회하진 않아요. 이런 성격에 만족해요.”

Q. '미생'에서 회사원을 연기하면서 제일 고민됐거나 살리려고 애썼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이지민)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부터 '미생' 웹툰의 팬이었어요. 인터넷으로 스크롤을 내리면서 보는 게 낙이었을 정도예요. '미생'은 회사생활이 주제가 아니라 사람 관계에 대한 얘기예요. 회사는 그 무대가 되는 곳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사원 보다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군상을 발견하려고 했고요. 사람들의 감정을 더 디테일하게 보기 위해서 많이 관찰했어요.”

Q. 그래와 백기가 양말과 팬티를 팔던 장면에서 술을 먹고 찍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진짜인가요. 도 얼마나 마셨나요? (이연주)

“하하하. 이게 오해가 있어요. 어느정도는 사실이지만 오보라면 오보인 거죠. 실제 촬영은 카메라 각도도 다양하게 잡아야 해서 걸리는 시간이 꽤 길잖아요. 그래서 술을 마시고 촬영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 이날 소품 팀이 빈 소주병을 준비하는데 현장에서 가득찬 소주를 다 따라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아주 조금, 한잔 정도를 마셨어요. 실제 주량에 전혀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취하진 않았고요.”

강하늘


Q. 실제 주량이 어느 정도인가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랑이 주량 자랑인 걸 아는데요(웃음), 공연을 오래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량이 센 편이에요. 보통 소주 세병정도 마시는 거 같아요. 공연을 마친 뒤에는 잘 마쳐도, 못 마쳐도 거의 술자리로 마무리 했어요.”

Q. 지금까지 작품하면서 '이 장면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신이나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요?(김유정)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자기 연기에 대만족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미생' 얘기를 하자면 내가 나온 장면을 한번 더 돌려 봐야 하기 때문에 본방송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정상 경로로 '미생'을 다운 받은 뒤에 장면을 계속 돌려가면서 연기를 보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아쉬움과 고민은 늘 있었어요.”

Q. 겸손한 말인데요. 그래도 명장면을 꼽자면?

“장그래와 팬티와 양말을 다 팔고서 '난 아직도 장그래씨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일 봅시다'는 독백 대사가 있는데요, 이 대사를 하고나서 작가님에게 내 입으로 이 대사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미생'을 하면서 장그래와 백기와의 관계에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 고민을 한번에 탁 풀어주는 대사였거든요. 카메라엔 안 잡혔지만 등골이 짜릿했어요. 솔직히 이 대사가 나온 15화로 장백기는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강하늘

Q. 장백기의 그 독백 대사는 참 공감이 됐어요.

“사실 장백기는 '미생'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하려고 했고요. 인간다운 질투나 포인트를 잡으려고 했고, 장백기가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감사한 게 감독님이 절 많이 믿어주셨어요.”

Q. 드라마에서 백기는 술도 약하고 공포영화도 못보고 선지해장국도 못 먹던데 실제 강하늘씨는 어떤가요? (이하늘)

“술 좋아하고요. 부끄럽지만(웃음). 취할 정도까진 아니어도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술자리를 좋아하고요. 공포 영화는 아예 못 봐요. 그건 똑같네요. 선지해장국은 술 마신 다음에 항상 먹는 해장국이에요. 마지막회에서 선지해장국 못 먹는 장면 촬영하자마자 바로 선지해장국 다 먹고 집에 갔어요.”

Q. 노래를 잘하니까, 실제로 장백기와 같은 동생이나 친구가 있다면 직접 불러주고 싶은 노래가 있나요?(Minji Kim)

“참 새로운 질문인데요. MBC '무한도전'에 나왔던 노래인데요. '그래, 우리함께'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를 꼭 불러주고 싶네요. 백기는 고(高)스펙 종결자예요. 그래서 자기만의 벽이 높고 자기 혼자만 아는 그런 사람이에요. 사실 제가 약간 백기 같은 면이 있어요. 스스로에게만 집중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게 지금까지 살게 한 원동력이긴 하지만요. 저도 이 노래를 들어야 하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백기에게 직접 불러주고 싶네요.”

Q. 좋아하는 노래, 영화음악, 가수나 밴드가 있다면 무엇이고 누구인가요.(김익명)

“아, 익명 씨 반가워요. 우선 좋아하는 밴드는 영국 록밴드 콜드 플레이고요, 국내에선 몽니요. 몽니는 완전 팬입니다. 몽니 나오면 학교 축제도 따라가고요. 가장 최근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한 축제에서 몽니를 보러 다녀오기도 했어요. 혹시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정말 팬입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웃음) 좋아하는 영화 음악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연주곡인데요. 영화 속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는 대사는 제 인생에 가장 큰 영감을 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는 데미안 라이스요. 데미안 라이스 노래를 휴대전화기에 꽉 채우고 듣고 불러요.”

Q.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이선영)

“이상형은 남자친구보다 자신의 꿈을 더 사랑하는 여성이에요. 자기 일에 몰두하는 여성을 볼 때 사람으로서 멋있다고 생각해요.”

강하늘

Q. 연예인 중에서 꼽자면요?

“오랜 이상형이 영화배우 정유미 씨에요.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 때부터 좋아한 배우고요. 특유의 편안함과 어떤 역할이든 다 어울릴듯한 자연스러움, 그 연기도 굉장히 좋아해요.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모습도 좋고요. 그 모습이 연기든, 작품선택이든 보이는 거 같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누구였나요.(이선영)

“뮤지컬을 할 때였는데, 당시 '블랙메리포핀스'였나. '쓰릴미'를 하고 있었는데 한 팬이 공연 첫날부터 마지막날 티켓까지 모든 티켓을 다 붙이고 하루, 하루 일기를 쓰신 걸 주셨어요. 결혼해서 해외로 가신다며 마지막 선물이라고 주셨는데요.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기억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 때 마음이 정말 설명할 수 없이 특별했어요. '허투루 살면 안되겠다, 잘살아야 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는데요. 그 팬은 이름도 안 쓰셨고 연락처도 없는데요. 꼭 한번 식사라도 하고 싶어요. 다음에 공연할 때 꼭 한번 다시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Q. '미생'을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됐는데요. 그 인기를 실감하나요?(고은경)

“저의 인기라기 보다는 '미생'의 인기를 실감해요. 아직도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승객들 중에서 휴대전화기로 '미생'을 보시는 분들이 있고요. 흘깃 봤는데 제가 나오는 부분이면 '우와, 나다! 나다!' 이렇게 속으로 생각해요. 지금도 안경 안 쓰면 아무도 모르시더라고요.”

Q. 올 초 라디오에서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로 임시완 씨를 얘기 했는데 신기하게도 연말에 함께 연기를 하게 됐어요. 함께 연기해본 소감이 어땠나요?(HyeJin Kang )

“(임)시완 형은 진중한 사람인데도 사람이 정말 좋고 재밌어요. 허투루 장난치는 게 없고요. 무거운 얘긴데도 재밌게 말하니까 연기 호흡을 맞추기 정말 좋았어요. 저는 연기할 때 상대방에게 모든 걸 맞추는 스타일인데요, 예를 들어서 형이 그런 말을 할 때도 진중하지만 재밌게 얘기하니까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서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었어요.”

강하늘

Q. 왜 상대에게 100% 맞추는 연기 스타일을 고수하나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연기는 '연기 잘한다' 이런 소리도 안나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연기라고 생각해요. 그 역할에서 강하늘이 보이면 저는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한 예로, 저는 '미생' 캐스팅 되고 이 머리스타일과 안경을 선택했는데요. 모두가 다 말렸어요. 감독님 조차도 '좀 더 예쁜 안경을 골라보라'고 하셨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저는 강하늘에게 어울리는 것보다 장백기에게 어울리는 걸 하고 싶었어요. 촌스러운 무테 안경과 고집스러워보이는 헤어스타일이 저는 정말 마음에 들고요. 만약 강하늘이 돋보이는 외모로 촬영을 했으면 아마 백기에게 많이 미안했을 거예요.”

Q. '미생'을 마치고 곧바로 연극 '헤롤드&모드'를 선택했다. 연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양다솔)

“'미생'이 인기를 얻다가 차기작으로 연극을 선택했다니까 주위에서 '미쳤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다시 왜 연극판으로 돌아가냐'는 거죠. 그건 제가 방송을 시작한 계기를 모르시는 분들일 거예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 두분 모두 연극 배우셨는데요. 두분이 결혼을 하시고 제가 태어나면서 연극으로 생계유지가 안되니까 연극을 포기하셨어요. 제 안에는 분노 아닌 분노가 있었거든요. 왜 연극을 하면서 생계유지를 할 수 없나 하는 거죠.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연극계가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죽자살자 연습해서 공연을 올렸는데도 관객 7명이 들어서 문 닫는 작품도 많아요. 그런데 제가 조금이라도 알려져서 연극에 관객이 많아지면 그걸로 전 정말 원하는 걸 다 얻은 거예요. 차기작으로 연극을 선택한 건 저에게 가장 쉬운 선택이었어요.”

Q. 강하늘 효과로 연극 '헤롤드&모드'가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던데요?

“연극계에서 예매율 1위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고집부리고 아집을 부렸는데, 이게 틀린 생각이 아니란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요즘 연습하는 게 행복해요.”

Q. 섹시하다, 귀엽다, 멋있다는 칭찬 중에서 가장 듣고 싶은 단어는 뭔가요?(정재영)

“가장 듣고 싶은 건 '그 역할이 강하늘이었어?'라는 말이요. '미생'을 하면서 걱정했던 게 많았는데 그런 불안감이 사라진 게 주위에서 '미생에 강하늘이 나와?'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어요. 전 그 말에 정말 행복했어요. 솔직히 감동했거든요. 배우는 어쨌든 자신을 소모하는 직업인데요, '미생'에서 장백기를 강하늘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뻤어요. 물론 '미생'이 그런 얘기를 듣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긴 하지만요.”

Q. 세가지 말 중에 골라야 한다면?

“세 가지 중에선 '섹시하다'요. 오글거리지만 저 말이 왜 좋을까요?(웃음)”

Q. 인터뷰를 보면 완벽주의 같기도 하고, 애늙으니 같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 것 같은데, 그런 성격이 된 이유가 있나요? (Minji Kim)

“아까 말씀 드린대로 나름대로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성격이 조금씩 바뀌게 됐네요. 예전에는 연기를 못한다는 이유로 슬리퍼도 날아오고 재떨이도 날아온 적 있어요. 어떤 연출가님은 '너 오늘 공연 안되겠다'며 나가라고 한 분도 있었어요. 하루 종일 울고 나에 대해 자괴감도 빠지면서 어떤 게 좋은 관점인지를 계속 고민 했던 거 같아요. '내가 이렇게 욕 먹으면서 매달리는 예술이란 뭔가, 배우는 뭘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강하늘

Q. 웃을 때 정말 잘 생기셨어요, 그거 아세요? 모르시면 한번 웃어주세요 깔깔깔(서윤혜)

“하하하. 저 웃을 때 입이 커서 꼭 '빙구' 같지 않나요? 많은 배우분들이 웃을 때 모습을 연습하신다는데 저는 웃는 것까지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웃음은 원초적인 건데 이걸 제어해서 웃으면 어딘가 불행할 거 같아서요. 이제 웃을 땐 그냥 스스로 내려놔요. 이렇게요. 하하하”

Q. 그럼 웃을 때 외에는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하나?

“못생겼다고까지는 생각하진 않는데 스스로 잘생겼다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솔직히 '훈훈하다' 정도는 생각은 해본 적 있어요.(웃음) 잘생긴 건 원빈, 현빈 씨 이런 분들이 잘 생긴거겠죠.”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