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인터뷰', 끊이지 않는 구설수…이토록 뜨거운 감자라니

김지혜 기자 작성 2014.12.26 17:33 조회 2,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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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할리우드의 코미디 영화 한 편에 이렇듯 전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적이 있었던가.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를 둘러싼 이슈는 문화계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까지 확산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영화에 대한 다소 호들갑스러운 관심은 소재에서 기인한다. '인터뷰'는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둘러싼 해프닝을 다룬 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처스가 테러 단체의 위협을 이유로 개봉을 취소하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할리우드의 영화가 보이지 않는 외압에 의해 자발적으로 상영을 취소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소니픽처스는 자사의 컴퓨터를 해킹 당하면서 약 5만 건의 사회보장번호, 봉급과 보너스, 이메일 주소, 건강 기록, 업무 평가 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참사를 겪었다. 이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은 영화 한 편의 흥행 실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GOP(Guardians of Peace·평화수호자)가 “영화를 개봉할 경우 9·11테러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압박하자 대형 극장 체인들이 상영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터뷰

소니픽처스는 '인터뷰'에 제작비 4,400만 달러(약 480억), 마케팅 비용 3,000만 달러(약 329억)를 투입했다.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예산을 쓰고도 개봉을 포기한 이유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자구책이었다.

창고로 직행할 뻔한 영화가 되살아난건 극적이었다. 상영을 포기한 소니픽처스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작은 영화관들이 '인터뷰'를 개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멀티플렉스가 아닌 독립 영화관이 중심이 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인터뷰'가 상영된 달라스의 '텍사스 시어터'는 상영관이 한 관 뿐이다. 독립 영화관들은 표현의 자유 및 상영의 자율성이 테러 위협에 침해되어선 안된다는 뜻을 상영 강행 의지로 보여준 것이다.  

결국 소니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새벽 주문형 비디오 방식으로 '인터뷰'를 배포했고, 성탄절 오전 미국 전역 320개 극장에서 개봉시켰다.

개봉 전 정치, 사회, 문화면을 장식할 만큼 전세계적인 이슈를 모은 작품답게 북미 극장가에서 '인터뷰'는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인터뷰

영화에 대한 반응은 나뉘고 있다. 개봉 전 월스트리트 저널, 비즈니스 위크 등은 할리우드식 자극적 이야기에 저급한 유머로 일관하는 수준 미달의 코미디라고 혹평했다.

반면 관객들은 B급 코미디 영화로 받아들이며 즐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같은 뜨거운 반응은 테러 위협에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상황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하는 것도 적잖다. 때문에 이 영화의 흥행과 평가는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개봉 후 한국 비하 대사가 담겨있다는 현지 반응과 가수 윤미래의 음원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또 다른 구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직접 보기 전까진 모를 일이다. 때문에 한국 개봉 여부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인터뷰'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슈 양산는 "영화가 뭐길래 이 난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영화이기에 가능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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