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방송 방송 인사이드

[강경윤의 TV감수성] KBS 연예대상 또 다른 주인공은 김준호

강경윤 기자 작성 2014.12.28 09:04 조회 1,081
기사 인쇄하기
김준호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흔히 시상식의 주인공은 대상 수상자라고 한다. 2014 KBS 연예대상에서 첫 대상을 차지한 개그맨 유재석이 이날 주인공이란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도 있었다. 비록 무관에 그쳤지만 김준호는 동료들이 보여준 끈끈한 의리로 누구보다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난해 2013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김준호는 수많은 후배 희극인들의 롤모델이었다. 쟁쟁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진행자들 사이에서 십수년간 공개코미디의 끈을 놓지 않은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면서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줬다.

1년 뒤 소위 '대상징크스'는 김준호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4 KBS 연예대상 몇 달전부터 들려온 김준호의 소속사 코코엔터테인먼트의 경영악화설이 들려왔고 급기야 지난 11월 공동대표 김 모 씨가 소속 개그맨들의 출연료를 비롯한 회삿돈 수억원을 챙겨 해외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기 속에 진정한 친구가 드러나는 걸까. 이번 사건으로 피해 아닌 피해를 보고 있는 후배 희극인들은 KBS 연예대상에서 오히려 김준호를 위로했다.

코미디 부문 남자 우수상을 차지한 조윤호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수상의 기쁨을 안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도 김준호를 잊지 않았다. 그는 “얼마 전에 김준호 선배님이 '강물은 바람에 물결 쳐도 바다로 가는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준호 형님 가시는 방향, 저희가 함께 합니다.”라고 지지한 것.

김준호


쇼오락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차지한 김지민 역시 “준호 선배님께서 늘 '돈을 남기지 말고 사람을 남겨라'고 하셨다. 준호선배님은 사람을 너무 많이 남기셨다. 주변에서 요즘 '한 사람 때문에 니가 많이 힘들지'란 말씀 많이 듣는데 저희는 선배님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흩어지지 않고 같이 있다.”며 수상의 영광을 김준호에게 돌렸다.

대상 수상 후보에 오른 김준호를 지지하기 위해 올라온 김준현의 말은 더욱 애틋 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지만 준호형과 저, 대희 형은 똘똘 뭉쳐 이겨 내고 있다. 너무 많은 걱정은 안 해주셔도 된다. 잘 될거다. 오늘 준호형 대상 받고 내년에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못 받더라도 우리들한테 항상 대상이니까 너무 서운해말고 형님은 내 인생의 영원한 롤모델이다.”며 변치 않는 신뢰를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이날 사회를 맡은 신동엽의 위로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특히 과거 소속사 운영 사업실패로 힘든 시간을 보낸 바 있는 신동엽의 말은 진심어렸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상황이 자양분이 돼서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날 수 있다. 꼭 힘내라.”고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김준호는 이날 평소보다 수척한 모습으로 후보자석에 앉아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후배들의 지지와 위로에 김준호의 눈시울은 붉어졌지만 얼굴에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비록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갔지만 많은 후배들의 격려와 위로, 지지는 그를 대상 수상보다 더 값진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다.

ky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