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이종석 "몸값 떨어져도 상관없다. 성장할 수만 있다면"

강선애 기자 작성 2015.01.26 10:36 조회 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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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이종석은 입담이 화려한 배우는 아니다. 유려한 말들로 자기를 포장하지 못한다. 연예인이지만 대중 앞에 서는 것에 부끄러움도 많다. 유독 빨갛게 물든 이종석의 귀가 자주 포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 속 이종석의 모습에선 부끄러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맡은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해 작품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논다. 이종석은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하다. 그래서 필모그래피가 쌓이는 만큼, 그의 연기도 함께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이종석은 최근 SBS 드라마 '피노키오'를 끝냈다. 아픈 가족사를 지닌 채 '최달포'라는 거짓이름으로 살아온 신입 사회부 기자 기하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피노키오'가 종영한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 아직 작품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그를 만났다.

이종석

-'피노키오'를 끝낸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특별할 건 없어요. 좋았고, 재미있었어요. 모처럼 빨리 지나간 거 같아요. 지난 3개월이.”

-박혜련 작가, 조수원 감독과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었죠?

“박작가님 대본은 '너목들' 때보다 더 디테일해졌어요. 원래 설정들, 각주, 의상까지도 세세하게 써주시는 분인데, 이번 작품은 그게 더 세밀해졌더라고요. 정말 공들여 쓰시는구나를 느끼면서 연기했어요. 감독님은 언제 봐도 유쾌해요. 제 상담도 잘 들어주시고요. 어제도 따로 뵈었어요. 드라마 할 땐 짬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눴죠.”

-기자 역을 했어요. 기자에 대해 기존과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기자에 대한 생각보단, 기사를 보는 방법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연예기사만 봤는데, 이젠 정치 사회 쪽도 보게 되더라고요. 또 글쓴이가 어떤 의도와 방향으로 글을 썼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요. 사건이 터져 기사들이 계속 업데이트 되는 걸 보면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기자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네요. 진짜 기자하라면, 할 수 있겠어요?

“못 할 것 같아요. 그 세계가 많이 엄격하더라고요. 또 계속 사람을 상대해야하는 직업인데, 그게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전 연기 외적으로, 제작발표회나 홍보활동 하면서 사람들 만나는 게 힘들거든요. 근데 기자는 계속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취재해서 보도해야 하잖아요.”

이종석

-상대배우였던 박신혜 씨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언제 한 번 같이 작품 해보자 했었는데, 이번에 만나게 돼 좋았어요. 또래도 또래지만, 그렇게 잘하는 배우가 드무니까요. 멜로가 있고 사랑스러운 역할이었는데, 신혜 자체가 워낙 사랑스러운 친구라 잘 맞았어요. 또 신혜가 경력도 있고 잘 하다보니, 제가 어떻게 하든 잘 받아줘 좋았죠. 신혜한테 의지한 부분도 있어요.”

-두 사람의 애정신들이 많이 화제가 됐어요. 찍을 때 민망하진 않았나요?

“'식빵키스' 장면을 찍을 땐, 직접적인 스킨십이 없었는데도 서로 부끄러워했어요. 나중에 회차를 거듭하고 신혜랑 많이 친해지면서,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한 키스를 했어요. 서로 모니터링 하면서, 여기선 이만큼 몸을 트는 게 낫다, 여기선 허리에 손을 두르는 게 더 예쁘다, 하며 멜로신을 찍었어요. 조수원 감독님이 멜로 감성을 잘 이해하고 찍으시는 분이라, 장면이 더 예쁘게 나왔던 거 같아요.

-김영광, 이유비 씨와의 연기는 어땠어요?

“영광이형은 저보다 연기경력이 더 되요. 얘기해보니 연기적으로 고민도 많고, 깊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형이 연기한 서범조 캐릭터가 초반엔 이렇다 할 만한 게 없어서 힘들어했어요. 그러다 마지막에 범조가 혼란을 겪고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형이 잘 소화한 것 같아요. 유비는 윤유래 캐릭터처럼 실제로도 밝고 사랑스러워요. 자기 할 땐 잘하는 스타일이고요. 유비 같은 애들이 연예인 하는 거 같아요.”

-박신혜, 이유비, 김영광.. 또래들과 하다보니 촬영장이 더 즐거웠을 것 같네요. '절친' 김우빈 씨는 뭐라던가요?

“우빈이는 저희 드라마 열심히 봤대요. 드라마 끝나면서 자기도 아쉽다고 문자가 왔어요. 좋은 친구예요. '힘들다' 싶을 즈음엔 우빈이한테 문자가 와요. 별 얘기 없지만, '힘내라'는 말이 큰 힘이 되요.”

이종석

-촬영하면서 뭐가 힘들었나요? 소화하기 힘든 감정선이 있었나요?

“기하명은 극중 모든 인물을 다 상대해야 했어요. 그 때마다 감정선을 달리 해야 했는데 정작 제일 중요한 형 기재명(윤균상 분)과의 초반 신들에서 감정이 잘 안 붙었어요. 변희봉, 신정근 선생님과 신혜랑 했던 가족신에서는 이입이 잘 됐는데, 형이랑 만나는 신들이 나오면서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고요. 다행히 균상형과 원래 친해서 같이 얘기 나누며 잡아갔고, 하명이 재명에게 자신이 동생임을 밝히는 11-12회 때 거의 매 신 우는 걸 찍으며 모든 걸 쏟아낼 수 있었어요. 12회가 끝나며 개인적으론 전부 소진한 느낌, 드라마가 끝난 느낌이었어요.”

-최근 몇 년 사이 '배우 이종석'은 확실한 주연으로 자리매김했어요. 배우라는 직업, 해보니 어떤가요?

“점점 더 힘들어져요. 잘하고 싶은 욕구가 큰데, 성장 폭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으니까요. 필모그래피를 관리하거나, 작품 가려서 연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전작과 비교해 연기적으로 성장할 수만 있다면, 몸값이 떨어져도 상관없어요. 솔직히 말해, '닥터 이방인'이 끝나고 나선 휴식기를 가질까 했어요. 시작할 땐 패기와 열정이 가득했는데, 그게 소진되면서 저 스스로 지쳤던 거죠. 근데 거기서 쉬면 오래 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때 '너목들'의 박혜련 작가님, 조수원 감독님이 같이 하신다는 말을 들었고, 이분들과 함께라면 제가 힐링되고 리프레시 할 수 있을 것 같아 덥석 '피노키오'를 하겠다고 했죠.”

-힘들 때 '너목들' 팀을 다시 만나 작업하는 게 힐링이 됐다면, 차기작 고르는 게 쉽지 않겠는데요? 그 이상 잘 맞는 팀을 찾기 어려울테니까요.

“좋은 사람들이 없어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할 거예요. 주연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어요.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영화 '관상' 때나 이번 '피노키오' 때나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면 좋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 옆에서 저도 알게 모르게 많이 배우거든요.”

-특별히 해보고 싶은 연기, 욕심나는 캐릭터 같은 건 있어요?

“작년부터 갈망하는 게 남자다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에요. 근데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제가 거울을 봐도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전 남자 느낌을 내기엔 아직은 여리여리하고 미소년 느낌이 강해요. 이번에 영화 '강남 1970' 포스터 보니까, 이민호 씨가 되게 남자같이 나와 부럽더라고요. 우빈이도 마찬가지고요. 저랑 상반된 이미지잖아요. 각자의 길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에요. 로맨틱 코미디나 말랑말랑한 것들로요. 그건 제가 자신있으니까요.”

이종석

-드라마가 끝나 휴식기가 찾아왔어요. 쉬는 동안 하고 싶은 게 있나요?

“남들처럼 취미생활을 해보고 싶은데, 제게 특별한 취미가 없어요. 신혜는 도자기도 빚고 꽃꽂이도 하고 여름엔 수상스키도 탄다는데, 전 진짜 하는 게 없어요. 그냥 집에서 TV나 보며 연기연습을 할 것 같아요. 연기도 못 하는데, 그런 연습이라도 해야죠.”

-왜 스스로 연기를 못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실이니까요. 칭찬은 많이 받지만, 결국엔 자기 만족인거죠. 전 제 스스로의 연기에 최대한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제 연기를 보면서, '이거 감정 좋지 않았냐?'라고 칭찬할 때도 있고, '나 진짜 쓰레기야'라고 할 때도 있어요.”

-연기를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 같네요. 그럼 부족한 연기력을 보완하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게 있다면요?

“'피노키오'에 들어가기 전, 데뷔초에 배웠던 연기선생님한테 다시 가서 배웠어요. 다른 신인들과 같이 연기수업을 받았죠. 그 친구들이 절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겠어요? '이종석 얼마나 잘 하나 보자'하는 눈으로 절 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힘들었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그 친구들과 계속 수업을 같이 하니 나중엔 재밌더라고요. 같은 대본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르니, 저도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으며 공부가 됐죠. 또 개인적으로 또래 배우들의 작품들을 많이 찾아봐요. 비슷하더라도 서로 표현하는 게 다르고, 제가 잘 못 쓰는 감정을 잘 쓰는 배우들이 있어서 공부가 많이 되요.”

-'피노키오'를 잘 끝냈으니, 2015년의 시작은 좋은 편이네요. 올 해 목표하는 게 있나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요. 누군가 제게 '뭐할 때 행복하냐'고 묻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행복하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보려고요. 일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 말고, 작게나마 얻는 행복들에 감사하면서 살고 싶어요.”

[사진제공=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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