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윤균상 “피노키오의 최대 수혜자? 동의합니다”

작성 2015.01.30 12:05 조회 1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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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균상

[SBS연예뉴스 | 손재은 기자] 어딘가 모르게 슬픈 실루엣이었다. “안녕하세요. 두 통이면 되죠?”라고 물으며 웃는 얼굴도, 생수통을 들고 훤칠한 기럭지를 이용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옆모습도, 증오하는 기자가 취재한 TV 뉴스를 지켜보는 표정도 어두운 분위기가 풍겨져 나왔다.

윤균상은 '피노키오' 첫 회 말미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 동시에 신예 배우 탄생을 예감케 했다. 이후 회를 거듭할수록 신인 같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이야기의 한 축을 끌고 갔다.

'피노키오'가 종영한 지 시일이 지난 시점에 윤균상을 만났다. 기재명(윤균상 분)을 떠내 보내고 남을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에 기재명이 남아있었다.

“이제 인터뷰를 하니 끝났다는 것이 실감은 나지만 완벽히 헤어지지 못했다.(웃음) 사실은 시원할 줄 알았다. 처음 주어진 큰 역할이었고, 재명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인물이라 외로웠다. 그런 고생을 많이 해서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쉽다. 촬영 현장에 다시 가고 싶다”

윤균상


# 피노키오 기재명
'피노키오'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흥행의 주역 박혜련 작가와 조수원 PD가 다시금 의기투합한 드라마. 이종석 박신혜 김영광 김해숙 진경 등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 한 가운데 윤균상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사실 조수원 PD는 '갑동이' 때 처음 만났다. 조수원 PD가 '피노키오'를 한다며 오디션 보러 오라고 기회를 줬다. 이후 몇 번의 오디션을 봐야 했다. 사실 재명이라는 인물조차 몰랐다. 기회를 줘서 미팅 갔는데 조수원 PD가 믿어주고 품어줬다”

기재명은 13년 전 소방관이었던 아버지가 진화작업 중 부하대원 9명을 사지로 몰아넣고 도망쳤다는 보도로 가족을 잃는 등 비극을 떠안은 채 떠돌이 삶을 살며 복수를 펼치는 인물.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다.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비되지 않고, 둘 다를 동시에 표현하되, 내면의 갈등도 꺼내어 공감도 끌어야 했다.

“여러모로 어려웠다. 기재명은 애초에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착하고 선한데 복수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다. 그 분노가 짐작은 됐는데 표현이 안 되더라. 상상도 못하겠고 그 부분이 힘들었다. 그것에 대해 조수원 감독이 조언해주고 해서 그나마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아쉽다. 좀 더 끌어낼 수 있었는데 왜 못했을까 싶다. 연기 하면서 느끼는 건데 배워도 힘들더라. 연습할 때는 만족할 때 있는데 현장 가서 안될 때 답답하다. 아쉬움이 크다. 아쉬운 것 투성이다”

기재명은 주인공 기하명(이종석 분)의 형. 그 덕에 윤균상은 대부분의 신에서 이종석과 붙어 호흡을 맞췄다. 다행히 이종석과는 영화 '노브레싱' 이후 두 번째 만남이어서 남다른 '브로맨스'(brother+romance)를 자랑할 수 있었다.

“ '브로맨스'라는 말이 좋더라. (이)종석이와는 원래 많이 친했다. 커피 마시고 밥도 먹고 하는 관계였고, 친해져 있어서 편했다. 재명이가 외로운 캐릭터인데 나중에 하명이를 만나 힘이 되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랬다. 종석이가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게 도와줬다. 워낙 감정이 심한 캐릭터인데 챙겨주고 조언도 해주더라. 그러다 보니 동생이지만 의지됐다. 덕분에 할 수 있었다. 모두 알겠지만 종석이는 애교가 많다. 실제로 남동생이 있는데 무뚝뚝하고 연락도 안하는데 종석이는 애교도 부리고 해서 좋았다. 대리만족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윤균상


윤균상은 '피노키오'를 통해 안방극장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확실하게 알린 만큼 '피노키오'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다. 피드백이 오는 것을 느꼈다. 이 역할을 하면서도 느꼈고, 하기 전 대본에서도 느꼈는데 PD님, 작가님이 나를 정말 믿었구나 생각했다. '피노키오'를 하며 많이 배웠다. 재명이 초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지 않냐. 처음 맡은 큰 역할이다 보니 책임감도 생기고, 주연 배우들이 짊어지고 가는 무게감도 예상되더라. PD님, 작가님이 아무것도 없는 작은 배우인데 믿고 품어줬다. 가장 큰 수혜자는 나 같다”

# 신인배우 윤균상
실제 윤균상을 보자마자 입이 떡 하고 벌어졌던 것은 큰 키였다. 프로필상에 명시된 키는 187CM(얼굴이 작아 더 커 보인다), 그와 눈을 맞추기 위해서는 고개를 위로 젖혀야 한다. 이는 모델 출신을 예상케 했다.

“사실 군대 다녀오기 전인 20대 초반 모델 활동을 1년 정도 했다. 모델 활동하다보니 연극을 하고 싶더라. 근데 집에서 반대했다. 집에서 반대해서 모델 활동 접고 군대 다녀왔고, 연극 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 아버지가 할 것이면 제대로 하라며 배우가 되라 했고, 준비 과정을 지나서 방송 출연도 하게 됐다” 

그가 먼저 군대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군 이야기는 계속됐다. 1987년 생, 올해 나이 29세에 군필자 남자 배우라… 소속사 관계자들이 함박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쳇말로 브레이크 없이 쭉쭉 밀고 나가면 되니까.

“내 인생에 신의 한 수는 군대 갔다 온 게 아닐까 싶다. 작품 하면서 이민호(신의), 이종석, 서인국(노브레싱) 등 군미필자 배우들과 군대 이야기를 하다보면 부러워한다. 소속사에서도 그렇고… 군대 갔다 온 것이 좋다. 현역으로 갔다 왔는데 사회생활을 미리 한 셈이니까. 그리고 군대 가면 철든다 하지 않나.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됐다”

윤균상


윤균상은 이제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스타트 라인에 서 있다. 이제 막 한 게임을 끝냈지만 쉬고 싶은 마음보다 또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빨리 다른 모습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싶다. 옛날부터 하고 싶은 연기가 너무 많았다. 말랑 말랑한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 남자들의 진한 우정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빨리 작품을 하고 싶다.(하하)”

윤균상은 앞서 이야기 했지만 꿈이 배우였다. 이제 그 꿈은 이뤘지만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는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 드라마 등 작품 봤을 때 기억에 남는 배우 말이다. 박해일 선배처럼. 박해일 선배 연기를 보면 무슨 연기를 하든 박해일이다. 작품을 보면 똑같아 보이지 않는데 박해일이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난 나이가 많이 먹어도 끝까지 배우로 살고 싶다. 이순재 박근형 선생님처럼 항상 찾아주는 사람이 있는 배우 말이다”

윤균상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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