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펀치' 온주완 "김래원과 브로맨스 작품 하고파"

강선애 기자 작성 2015.03.03 08:33 조회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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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주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온주완은 선(善)한 얼굴의 소유자다. 쌍꺼풀 없는 눈매는 부드러운 인상을 만들고, 살짝 미소 지을 때 휘어지는 눈웃음은 매력적이다.

그는 이런 착한 얼굴로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악역을 소화했다. 윤지숙 장관(최명길 분)을 돕는 검사 이호성 역할이었다. 이호성은 부패로 얼룩진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분)을 몰아내기 위해 윤지숙을 물심앙면으로 도왔다. 그런데 윤지숙도 이태준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어쩌면 그보다 더 나쁜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고, 이호성은 이런 윤지숙의 곁에서 용서받지 못 할 악행들을 저질렀다.

이호성의 악행은 점입가경이었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했으나 점차 죄책감에 무뎌졌고, 나중에는 윤지숙, 이태준보다 더 독해졌다. 착해 보이는 사람이 나쁜 짓을 할 때의 배신감 같은 걸까. '펀치' 속 온주완의 연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다가왔다.

'펀치'가 종영하고 일주일이 지난 후, 온주완을 만났다. 그는 “아직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설 연휴라 잠시 촬영을 쉬고 있는 것 같다”며 엷은 미소를 보였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걸리자, 선한 얼굴이 돋보였다. 섬뜩한 눈빛을 빛내던 이호성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온주완

▲ 키다리 아저씨의 변심, 악역이라 더 좋았다

“선하거나 악하거나, 제 얼굴로 양면을 다 나타낼 수 있다는 건 장점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까지 연기해오며 제게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진 편이죠. 악역만의 매력도 있어요. 템포가 빠른데 감정표현이 확실하고, 극단적인 표현을 보여줘야 해서 최대의 능력치까지 끌어올릴 때의 쾌감 같은 거요.”

사실 이호성의 초반 설정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신하경(김아중 분)을 지키는 '키다리 아저씨'였다. 온주완의 순한 얼굴 그대로 연기하면 될 역할이었다. 그랬던 캐릭터가 악하게 변했다. 중간에 맡은 배역이 돌변하면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온주완은 이런 이호성의 변화를 오히려 좋은 기회로 삼았다. 주변에서 “온주완의 멘탈이 갑(甲)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적응속도는 빨랐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피치가 초반부터 점차 올라가는데, 호성이만 붕 뜬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끝은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호성이도 한 번 변해보자'라고. 그냥 감독님, 작가님 믿고 변해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호성이가 제일 나쁜 놈이 됐죠.”

조재현, 최명길, 김래원 등 연기력 출중한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곁에서 보며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에 임했다는 온주완. 그는 '키다리 아저씨'에서 '나쁜 놈'이 된 이호성을 마치 원래 그런 설정이었던 것처럼 연기해냈다. 특히 극 후반부에는 주인공 박정환(김래원 분)과 신하경을 치밀하게 압박하며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온주완은 캐릭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위기를 기회로 맞바꿔 극 안에서 빛났다.

“'펀치'가 19부작으로 끝났는데, 호성이가 정말 나쁜 놈이 되고, 제 분량이 많아졌던 18, 19회에서 시청률이 제일 높게 나왔어요. 조재현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야, 나랑 래원이가 미드필드부터 공을 몰고 와서 슛을 쐈는데, 골대 앞에서 네 발에 맞고 골이 들어갔어'라고. 그 비유가 와 닿았어요. 막판에 제가 계 탄 건 맞거든요.(웃음)”

온주완

▲ '펀치'가 끝나도 계속 남는 잔상들

온주완은 출연배우이면서도 시청자로서 '펀치'를 아꼈다. 매 방송 모니터를 꼬박꼬박 하며 '펀치'가 펼쳐내는 스토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이호성 뿐만 아니라,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 박정환에게도 강한 연민을 갖고 있었다.

“드라마 쫑파티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한 후 우리 드라마 OST를 틀어놓고 누웠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끝나서 아쉽다, 공허하다, 그런 느낌이 아니었어요. 그냥 정환이랑 하경이가 보고 싶었어요. 시청자의 마음이랄까요? 정환이가 씩 웃는 얼굴에서 스톱됐던 노트북 장면이 계속 떠올랐어요. 잔상이 많이 남았나봐요. 우리 드라마가 그랬어요. 솔직히 대본만 보면 어렵고,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나중에 방송을 보면서 '아, 이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감탄하는 거죠. 그래서 방송 모니터링을 더 열심히 했어요.”

온주완은 '펀치'의 박경수 작가를 “시인 같다”고 평했다. 비유법을 많이 쓰는 박경수 작가의 글은 곱씹을수록 진한 맛을 내는 대사가 많다. 온주완 역시 그런 박작가의 대본에 감탄하곤 했다.

“작가님은 시인 같아요.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많았죠. 지금 딱 떠오르는 건, 호성이가 하경이한테 '네가 변하고 생각하는 건 신념이고, 내가 그래버리면 변절이냐'라고 말했던 거요. 쪽대본이란 말이 많던데, 전 대본이 늦게 나온다고 느껴본 적도 없어요.”

“'펀치'를 찍고 4,50대 어르신들이 많이 알아봐주신다”며 높은 연령대에서 인지도를 쌓아 좋다는 온주완.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주변의 뛰어난 선배들 때문이다. 조재현, 최명길, 김래원등의 연기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그는 “아, 이렇게 연기할 수도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조재현 선배님은 참 신기해요. 실제 연기할 땐 힘을 많이 빼고 하신 것 같은데, 화면에 나오는 걸 보면 촬영장에서 느꼈던 것보다 10배는 강하게 느껴져요. 설렁설렁 뛰는데 마치 칼루이스가 뛰는 것 같은 그런 스타일이세요. 최명길 선배님을 보면서는 '연륜은 무시 못 하는구나'를 느꼈어요. 윤지숙이 악하게 변해가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초반 잡았던 톤과 똑같이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사람이 악해진다고 말투가 바뀌진 않는다는 거, 속이 까매도 겉으론 하얀 척 연기하는 게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온주완

▲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연기하고 싶다

온주완은 김래원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현재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주민 사이라는 것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가끔 식사를 같이 하며 계속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온주완은 “남자가 봐도 섹시한” 김래원의 연기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래원이형은 할리우드 배우 같아요. 한국이나 동양의 배우들은 연기할 때 뭔가를 많이 하려고 해요. 감정 표출이나 손의 액션, 고개 각도 같은 걸 엄청 연구하고 세세하게 계획해서 '난 이런 감정을 연기하고 있어'라고 보여주는 스타일이 많아요. 근데 래원이형은 그런 잔연기를 안해요. 그래서 선굵은 연기에 잘 어울려요. 남자가 봐도 섹시한 배우예요.”

온주완은 작품과 캐릭터 선택에 있어 일관성이 없다. 그동안 착한 남자부터 연쇄살인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고, 선역이든 악역이든 맡은 역할은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순하게 생겼다고 착한 역할만, 무섭게 생겼다고 악한 역할만 하며 이미지를 소비하는 일부 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그런 온주완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 있을까.

“이번에 드라마 찍으면서 조재현 선배님과 래원이형의 브로맨스가 너무 멋있게 보였어요.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장면에선 눈물이 날 정도였죠. 그런 남자와 남자의 브로맨스, 우정과 관련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래원이형과 함께 하고 싶고요. 형한테도 얼마 전에 같이 밥 먹을 때 작품 또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영화 '굿바이 마이 프렌드'를 보면 에이즈에 걸린 친구와 함께 여행 다니고 그러잖아요? 그들의 성인 버전, 그런 느낌이 나는 작품이 있으면 하고 싶어요.”

온주완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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