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화)

라이프 문화사회

[인터뷰] ‘유도소년’ 조현식, 나의 인생을 한판에 뒤집은 순간들

강경윤 기자 작성 2015.02.27 10:36 조회 1,573
기사 인쇄하기
조현식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유도는 한판의 스포츠라고 불린다. 유도를 연극 무대로 옮긴 연극 '유도소년'은 기대를 뛰어넘는 완성도로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대학로 경쟁에서 한판승을 거뒀다. 앵콜 공연 중인 '유도소년'에서 주인공은 고교 유도선수 경찬이다. 방황하는 사춘기 경찬을 곁에서 맹목적 지지를 보내주는 두 사람이 있다. 요셉과 태구다. 그중에서도 '먹는 걸 좋아해 성공해 실컷 맛있는 걸 먹고싶다'는 이유로 유도를 하는 태구는,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든다. 통통한 볼 살에 초승달처럼 눈웃음을 짓는 후배 태구는 경태의 한판승의 기적을 꿈꾸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다.

태구 역을 맡은 배우 조현식(32)은 태구를 닮았다. '유도소년'의 연습 도중 실제 자신의 고교시절 경험담을 담아낸 작가는 배우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라'는 얘기를 했다. 조현식은 그렇게 자기 얘기를 했다. 넉넉지 못한 좁은 단칸방에서 부모님 없이 여동생과 보내던 시간, 일주일에 서너번은 교회에서 지냈던 일, 그리고 아버지의 글씨체를 흉내내서 동생의 육성회비 면제 편지를 직접 써주던 순간 등 조현식은 어린 시절을 묵묵히 떠올렸다.

“태구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극중 태구가 '우리 집에 가도 아무도 없어'라는 대사는 저의 어린 시절을 담아낸 말이에요. 외롭지만 아픔을 이겨내는 태구의 모습에서 저를 발견할 때, 그리고 관객들이 슬프지만 않게 웃음과 희망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태구를 만난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 연기는 내 운명

“참 연기할 사람처럼 안보이죠?” 조현식의 말처럼 잘생긴 외모도 개성이 넘치는 외모도 아니다. 친근하고 평범한 게 그의 매력이다. 조현식은 학구열 넘치는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꿈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배우라는 꿈을 막연하게 꾸게 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대구 우방랜드라는 곳으로 소풍을 갔어요. 그런 곳에 가면 장기자랑을 하잖아요. 조용하고 숫기 없던 제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장기자랑 시간에 튀어나가서 사회자 마이크를 뺏었어요. 그리고 선생님 흉내부터 노래, 춤 등 온갖 장기를 다 보여줬죠. 그리고 애들이 난리가 났어요. 그 날 인생이 바뀌었어요. 처음 꿈이 생겼고요. 누군가 앞에서 웃음을 준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은 거죠.”

졸업한 뒤 부산의 한 예술대학에서 한 학기를 보낸 조현식은 막연한 배우의 꿈을 좇아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또 한번의 변화를 맞는다. 바로 세명의 은인을 만나게 되면서다.

조현식

◆ 인생을 바꿔놓은 세명의 은인

“기태라는 사촌 형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는 친구를 소개해줬어요. 지금 연극계에서 유명한 진선규란 배우예요. 그 때 선규 형은 학생이었는데, 선규 형을 만나는 날 형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다 수첩에 적었어요. '응', '아니'란 말까지요. 선규형이 그런 제가 불쌍해보였는지, 자신도 옥탑방 친구집에서 얹혀살 때였는데도 저에게 선뜻 손 내밀어줬어요. 그렇게 덩치 큰 세 남자가 좁은 옥탑방에 동거하게 됐어요.”

조현식은 하루 종일 연기 연습을 하다가 진선규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연습했던 연기를 보여주고 조언을 받았다. 그러던 중 그는 '한예종 입학'이라는 꿈이 생겼다. 그렇게 두, 세 번째 은인을 만났다. 역시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인 강윤정-이은석 부부다. 그들은 거의 돈도 받지 않고 1년 넘게 조현식의 연기 선생님이 돼줬다.

“옥탑방을 나와서 외대앞 고시원에서 살면서 한예종 앞 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팔며 입시를 준비했어요. 고구마를 다 팔고 나면 새벽 1시간 조금 넘는데 그 때 학교에 가서 연기선생님들을 만나 연기를 배웠죠. 반응이요? '네 연기는 쓰레기야'란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웃음) 그리고 새벽에 집까지 또 뛰어가 잠을 자고 다시 나오는 생활을 했어요. 그렇게 연기를 배웠는데 결국 한예종은 재수까지 했지만 떨어졌어요.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 시간은 '너 정말 배우가 되고 싶니?'라고 묻는 시간이었다고 믿어요.”

◆ 연극-방송서 믿고보는 배우가 되기까지

어려운 시간을 털어놓으면서도 조현식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긍정적이고 겸손한 마음, 그게 조현식을 지탱한 힘이었다. 조현식은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2004)를 시작으로 연극 '옥탑방 고양이', '가족 오락관', '헬로 파인데이'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 tvN '미생'에 이어 SBS '내일을 향해 뛰어라', KBS '달콤한 비밀' 등에 출연하며 비중이 크든 적든 조현식만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가장 꿈 같은 공연이에요. 군 제대 이후 '평강이야기' 초연을 보고 너무 인상적이고 재밌어서 관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무대에 혼자 올라가서 기도를 했어요. 꼭 출연하게 해달라고. 이후 실제로 공연에 배우로 참여했을 때의 그 벅찬 감정은 잊을 수 없어요.”

조현식

최근 조현식은 연극 '유도소년'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활약을 넓여가는 중이다. 이런 조현식의 모습을 가장 흐뭇하게 바라보는 건 부모님이다. 어머니는 TV를 보면서 계속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짓고 아버지도 일하다가 집에 잠시 들러 TV를 본 뒤 다시 일을 나갈 정도로 조현식의 열렬한 지지다.

“정말 감사한 게 많아요.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대구 촌놈이 이렇게 서울에 올라와서 은인들을 만나서 연기를 배우고 또 좋은 작품에 출연해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자만하지 않고 주목을 받든 못 받든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제 연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웃음, 위안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연극 '유도소년'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오는 5월 3일까지 공연된다. 

ky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