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김래원 “데뷔 18년, 작품 보는 감이 좋아졌죠”

작성 2015.03.13 09:50 조회 5,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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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SBS연예뉴스 | 손재은 기자] 분명 컨디션은 난조였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밤낮 없이 드라마 촬영 일정에 체력은 고갈됐고, 감기까지 찾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덤덤했고, 여유로웠으며, 자신감이 넘쳐났다. '펀치' 속 박정환이 그랬던 것 처럼…

김래원은 2014년 마지막과 2015년 시작을 SBS 드라마 '펀치'와 함께 했다. 비록 영화 '강남 1970' 촬영으로 인해 막차에 올랐고 준비할 시간도 빠듯했지만 제대로 '펀치'를 날렸다.

Q. '펀치'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촬영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A. 이제 좀 허전하고 공허함이 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펀치' 촬영 마친 지 일주일 넘었는데…  집에서 먹고 잠만 잤다. 영화 촬영부터 드라마 촬영 당시까지 음식 조절을 했다. 내가 잘 붓는 체질이라 초반에 아침부터 찍고 해서 저녁 조절하니 화면이 나쁘지 않더라. 일부러 그때부터 붓는 거랑 상관없이 조절했는데 해골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서 먹었는데도 빠지더라. 잠을 거의 못 잤다.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세수도 3일 만에 한 적 있다. 같이 다니는 스태프한테 미안하더라. 밤샘 작업에 속옷도 갈아입고 해야 하는데… 예전에 드라마 할 때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모르겠다. 중간에 감기 걸려서 응급실 가서 링거 맞고 마지막 촬영 전주에는 매니저한테 응급실 가까운데 미리 준비하라 했었다. 미리 수액 맞고 하는 게 나으니까. 몸도 아팠지만 코맹맹이 소리가 나니까 싫더라. 작품 끝나고 공허하고 하는데 조금 늦게 오는 것 같다.

Q. '강남 1970' 촬영도 있었고, '펀치'에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준비 기간 짧았다.
A. 처음에 이런 작품 있다 했을 때 '강남 1970'을 1년 가까이 했는데 무겁고 깊은 건 피하고 싶다 했었다. 그런데 소속사 이사가 작품 놓치기 아깝다 해서 '황금의 제국'은 이미 봤었고 '추적자'를 봤다. 방송계는 내 캐스팅을 반대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 김래원은 무거운 것보다 가벼운 게 어울린다고. 다들 반대 한다하여 나도 안한다 했는데 이명우 PD가 김래원하고 싶다고 해서 하게 됐다. 하길 잘했다. 반응이 좋았으니.

Q. 박정환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A. '강남 1970' 추가 촬영 끝나자마자 '펀치' 대본 리딩에 들어갔다. 처음에 고민한 게 박경수 작가 작품 찾아보니 약간 연극적이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그만큼 힘이 있더라. 일반적으로 풀어야 할지 각을 잡아야 할지 주변에 물어보고 고민했다. 그러다가 결국에 적절히 섞어서 갔다. 첫 회 대본에 '하. 경. 아'라고 써 있더라. 그것을 나는 그냥 평소처럼 했다. 적절하게 섞으면서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영화를 하다 와서 카메라 쪽에 얼굴을 넣고 대사를 하지 않게 되더라. 카메라를 의식 안하고 영화적 느낌으로 가져갔다. 자칫 하면 전달이 안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이명우 PD와 조절 했다. 그러면서 박정환에게 진정성을 부여된 것 같다. 안판석 PD 드라마의 경우, 절대 친절한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적이다. 난 그런 느낌이 좋다. 거짓말하기 싫고… 인간극장, 다큐멘터리 속 살고 싶은 인간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표현이 좋다. 그런 부분에서 나를 믿게 해주고 나도 고집만 부릴게 아니라 서로 맞춰 갔다. 드라마 방향은 정확하게 이명우 PD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갔다. 선장이 가는 방향으로 맞췄다. 드라마 잘돼야지 배우가 빛난다 생각한다.

김래원


Q. 시한부 연기를 펼쳐야 했다.
A. 박정환이 처음 통증이 온 신을 촬영할 때 날씨가 가장 추울 때였다. 경직된 연기를 하는데 안면 마비 왔었다. 발음이 안됐다. 그래서 한의원 가서 침 맞고 했다. 병원에서 턱 빠진 거 아닌지 확인하고 침으로 해서 근육을 풀고 했다. 첫 통증 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마음에 고통도 그렇고, 육체적 고통 표현할 때 진정성 있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시청자들을 이해 할 수 있고 연민이 갈 수 있다 생각했다. 박정환은 좋은 놈도 아니고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아프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진정성 있게 가지고 가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야 박정환의 행동들이 이해될 수 있었다. 고통스러운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남기에 아팠던 사람으로 생각되는 것 같다. 그런 것들 때문에 신경 썼다.

Q. 조재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A. 조재현 선배가 이끌어준 것 같다. 느낌이 있다. 던져주면 쫓아와라 같은… 어느 날은 내가 던졌는데 선배가 쫓아오고… 설명하지 않아도 잘 맞았다. 호흡은 최고였다.(하하) 서로 준비 되지 않은 채로 만나서 하기는 더 쉽지 않다. 조재현 선배 하고 할 때 제일 편했다. 대사를 채워갔다. 단 한 번의 설정이 없었다.

Q. 두 사람의 짜장면 먹방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A. 나는 정말 짜장면을 안 좋아한다.(하하) 드라마 안에서 두 남자가 살아온 인생이 짜장면이다. 대사에도 있었다. 처음부터 비비면서 마주앉아 있었고, 마지막까지 짜장면 한 그릇 맛있게 먹는… 짜장면을 먹음으로써 애증의 관계가 유지 되고 있다는 그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적이 됐지만 7년 동안 같이 먹고, 적이 될 때도 같이 먹는… 만약 박정환이 안 아프면 둘은 그대로 앞만 보고 갔을 것이다.

Q. '강남 1970' 용기와 '펀치' 박정환의 공통점은 각각 돈과 권력의 욕망 때문에 자신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A.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배우로서 하면서 편하게 하는 분들도 있다. 그건 거기서 멈춘다 생각한다. 집착하고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럴 때다. 언젠가 더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일을 접으면 접었지 가정에 소홀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는 게 어찌 될 지 모르지 않냐. 숙제라는 말이 맞다. 살다가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Q. '펀치'를 하며 깨달은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A. 이명우 PD가 '펀치' 하면서 자기는 사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박정환을 보면 인생을 잘 못 살았다 생각 든다 하더라. 나는 결국에 뭐 없다는 것, 둥글게 가는 게 좋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주변 친구들보다 빨리 안 것 같다. 새삼 깨달은 것은 주변 배우와 같이 가야한다. 같이 해서 시너지 내야지 혼자 빛나선 안 된다. 혼자 빛났을 때 진짜 잘되면 100점. 그런데 120점은 안 나온다. 복싱으로 따지면 판정승 나오지만 KO는 안 나온다. 같이 가야 한다. 이번에 그런 박자들이 맞았다. 작가 글이 훌륭했다.

김래원


Q. 아빠 연기가 자연스럽더라. 이제 아빠가 될 때가 온 것 아니냐.
A. 때가 된 것 같다. 찬스가 오면 해야 한다.(웃음) 하지만 작품을 하니까 쉽지 않을 것 같다. 데이트 한 친구도 있었는데 영화 지방 촬영을 하고, 드라마 하고 나니 아예 연락이 안 되더라. 이제 집안 어른들이 소개해준다 하고 한다. 때가 된 거다. 사촌들 중에 내가 제일 많은데 여동생이 둘을 낳았다. 드라마 촬영 끝나자마자 조카를 보러 갔다. 17개월 됐는데… '삼촌 어디 나왔어' 하니까 '펀치' 하더라. 예쁘더라. 여러가지로 때가 됐다. 연기하는 것 좋고 해서 걱정이다. 지금 더 하고 나중에 내려놓으면 (결혼을)하지 않을까. 예전부터 똑같다.

Q. 데뷔 18년 차다. 작품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A. 감이 좋아진 것 같다. 되는 작품을 고른다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조금 명확해졌다. 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보통 이 역할이 좋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데 나는 이 역 누가 했으면 다른 역을 할래 했다.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극에 조금 화면에 보일 때 바뀐 것 같다. 나이 먹는 거다.

Q. 김래원 연기 인생에서 '펀치'를 날린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 인가?
A. 아무래도 '옥탑방 고양이'가 스타트 아니었나. 대중이 알고 아는 거랑 모르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거랑은 다르다. 그게 벌써 12년 전이다. 그 전에도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최연소로 받은 적 있다. 24년 동안 최연소였다. 하지만 대부분 모르는 채 그냥 그렇게 살았다. 내 전에 박신양 선배가 받고 내가 정준호 형에게 줬었다. 그런 대단한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다.(웃음)

Q. 연기에 대한 갈망, 집착이 대단한 것 같다.
A. 그런 집념은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그게 지금 내가 10여년 동안 주인공 할 수 있는 배경이 아닌가 싶다. 연기에 대한 갈망은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다. 완성도 있고 싶고… 인간극장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제 내공이 될 것 같다. 한 남자의 이야기에 인생을 보여주고 싶었다. '강남 1970'은 분량이 작았다. 처음부터 적었다. 근데 하고 싶더라. 제작보고회 때도 말했다. 용기 역할 투 톱이라 하지만 비율이 7 대 3 정도다. 분량이 줄었는데 용기 인생을 담고 싶었다. 분량은 작았지만 함축적으로 잘 된 것 같다. '펀치'도 좋았지만 '강남 1970'이 비교적 마음에 든다. 연기는 지금 바짝 하고 나중에 조금 쉬엄하고 싶다. 이 말을 뱉은 지도 4~5년 된 것 같다. 40대까지 바짝 하고 영화 1등 찍어보고 싶다. 20대 청춘스타 해봤으니 이제 방향 바꿔서 열심히 해봐야 겠다.

Q. 이번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으니 연말 연기대상도 욕심나겠다.
A. 조금도 안한다. 재수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크게 연연 안한다. 그래도 주면 감사히 받겠다.(하하) 영화도 주면 감사하다. 스스로한테 주는 상이 감사할 때 있다. 연기 좋았거나, 감독, 박자가 맞아야 한다. 운도 있고 나도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은 운이 좋아야 한다 생각해서 연연하지 않아. 때가 되면 받지 않을까.

Q. 차기작은?

A. 며칠 전부터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 연속 무거운 작품을 해서 가벼운 것도 열어두고 있다. 찾고 있는 건 아니다. 예전하고는 다르다. 조금은 진정성 있게 가면서 해야 한다.

김래원

장소=가예헌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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