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은기도령 가지마시오” 배우 김동욱의 재발견

강경윤 기자 작성 2015.04.02 09:31 조회 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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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빛깔 고운 한복에서 흰색 스웨터로 갈아입은 배우 김동욱(33)의 모습은 낯설었다. 그러나 인엽(정유미 분)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느릿느릿 담담한 말투는 은기와 다름이 없었다.

JTBC '하녀들'에서 신분과 계급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엽을 지키는 은기는 늘 외로웠다. 그녀의 곁엔 무명(오지호 분)이 있었고, 반드시 갚아야 할 아버지의 원한이 더 시급했다. 은기의 눈빛은 늘 슬펐다. 그런 눈빛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마지막화에서 절절한 고백을 남기고 떠난 은기도령이지만, 시청자들은 아직 그를 보낼 준비가 안됐다.

Q. 아직 '하녀들'의 애청자들은 '은기도령'을 보낸 게 가슴이 저릿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했다. 가장 가까이에선 어머니가 좋아해주시더라. '주변 분들이 좋아하셨다'는 얘기를 많이 전해주셨다. 무엇보다 함께 한 배우들끼리 즐겁게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 돼 감사하다.”

Q. 댓글에 '은기도령 때문에 폐인이 됐다'는 말까지 있던데.

“처음 들어본 소린데, 그 글 어디에 있나.(웃음)”

김동욱

Q. 드라마 한편으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절절함과 그리움의 감정은 다 느껴봤을 것 같다.

“그렇다.(웃음) 다음엔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극중 인엽을 보면서 매 순간 더 애정을 가지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인엽을 연기하는 정유미 씨의 장점도 더 보려고 했던 것 같다.”

Q. 마지막 장면에서 인엽에 대한 사랑을 모두 털어놓고 인엽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엔딩 장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다행이 죽기 전에 인엽에게 은기의 진심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고 그걸 인엽이 알아줬다는 것, 그리고 나로 인해 망가졌던 걸 되돌려 줄 순 없었지만 내 노력으로 일부는 돌려 줄 수 있었던 게 위안이 됐다. 평생 사랑했던 사람에게 '정말 사랑했다'는 말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Q. 반면 배우 입장에선 연기하기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가장 고민이 컸던 장면이다. 몇 마디 안에서 은기의 마음을 모두 보여줘야 했으며 그렇다고 감정을 강요할 순 없기 때문이다.”

Q. 죽음으로 최후를 맞고 사랑고백을 하는 모습이 자칫 전형적으로 보일까봐 고민이 더 많았겠다.

“그런 부분도 있다. 기술적인 고민도 많았는데, 자칫 울리려고 작정했다는 연기로 비쳐질까 걱정됐다. 은기가 참아왔던 그 감정에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김동욱

Q. 추운 겨울에 촬영을 시작해 따뜻한 봄이 오니 끝이 났다. 그것도 촬영계 해병대라고 불리는 사극 촬영을 마쳤는데 힘들진 않았나.

“사실 체력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출연했는데 할수록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불평을 할 수 없는 게 훨씬 관록 있으신 김갑수 선생님도 다 참고 하시고, 정유미 씨는 여자의 몸으로 나보다 더 씩씩하게 힘든 촬여을 해내더라. 거기서 내가 '정말 힘들지 않니?'라고 물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 같이 으?으? 했다.”

Q. 군 제대 이후 또 다시 사극이었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소재가 참 재밌었고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도 재밌었다. 게다가 은기라는 역할도 매력이 있었다. 누구나 바라는 절절한 사랑을 하는 인물이 바로 은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 없이 바로 '정말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Q. 실제로 뭔가 결심할 때 고민보다는 직관에 따르는 편인가.

“모험을 즐기진 않지만 즉흥적인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어 갑자기 노래가 부르고 싶다, 그러면 새벽 2~3시에 혼자 노래방에 간다. 그게 정 귀찮으면 1시간 동안 주차장에 내려가서 노래를 부른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갑자기 영화 '킹스맨'이 보고 싶으면 간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좋으면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될까'란 고민 보다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한다.”

Q. 장진 감독 등 주위 사람들에게 고민 상담하는 편은 아닌가.

“장진 감독님과 작품을 할 때 연기에 대한 조언도 얻고 작품 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그냥 살아가는 얘기를 하는 편이다. 연기나 작품에 대한 생각은 혼자 많이 하는 편이다.”

김동욱

Q. 그런데,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참 동안이다. 비결이 뭔가.

“동안은 타고난 것 같다.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면 틈틈이 병원 다니며 치료도 받으러 다닌다.”

Q. 고운 외모가 은기 역할에는 참 잘 어울린다. 동안 외모가 배우로서 장점인가.

“지금은 딱히 그런 생각은 없는데 어릴 땐 동안이 콤플렉스였다. 어려보이는 외모에 제가 가진 성격이나 경험이 다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배역에 한계가 있었던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품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각이 바뀌었다. 굳이 바뀌지도 않을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Q. 많은 사람들이 은기 역할의 김동욱을 보고 재발견했다고 하더라.

“20대 때 마음이 다르고 30대 때는 또 다른 것 같다. 아직은 여유를 갖고 싶다. 새로운 것에 겁내지 않고 실패나 쓴소리에도 흔들리고 싶지 않다. 그게 목표다. 관객이든 함께 출연하는 배우든 스태프이든 궁금해 하고 보고 싶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은기는 극중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했는데, 김동욱의 실제 사랑은 어떤가.

“그렇게 은기처럼 거창하게 사랑해보진 않았다. 은기를 연기할 때도 과거의 사랑에 대한 기억보다는, 시나리오를 통해서 이해한 은기의 생각과 현장에서 내 눈앞에 있는 인엽의 모습을 보며 연기했던 것 같다.”

Q. 은기와 같은 그런 사랑을 찾았나.

“그런 사람을 찾고 싶다. 누군가 나타난다면 아마 결혼도 할 수 있겠지만 좋은 사람을 먼저 만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

사진=JTBC '하녀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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