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김우빈이 말한 '김우빈의 티켓 파워'…"운이 좋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5.04.23 14:18 조회 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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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SBS fune | 김지혜 기자] 김우빈은 FM 인터뷰이다. 어떤 질문에도 정답에 가까운 바른 말과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예상을 벗어나는 의외의 대답이나 돌발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자에겐 그다지 매력적인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의 개봉을 기념해 만난 김우빈은 여전했다.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받고 자란 예의 바른 청년처럼 바른 말, 고운 말로 작품에 대한 그리고 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런 그가 단 한 번 흐트러진 그러나 보는 사람에겐 사랑스러운 장면을 보였다. 공개 연애에 대한 개인의 의사를 묻는 질문. 지난해 공개 연애와 이별을 겪은 뒤라 다소 난감했던 모양이다.

그는 차분하게 "제가 원해서 공개한 게 아니기 때문에..."라고 말을 꺼내다가 돌연 표정을 바꿔 "(그 질문)빼주세요~네?"라고 떼를 쓰듯 말했다. 김우빈을 설명하고 보여주는데 이런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김우빈의 솔직한 속내를 포착한 한 순간으로 기억될 뿐이다.

김우빈

김우빈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시청자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각인시켰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기술자들'의 200만 돌파에 이어 '스물'로 300만 관객의 마음을 빼앗았다. 젊은 흥행 배우의 탄생이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관객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개봉전까지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만 재밌을까봐. 다행히 많이 웃어주시고 재밌다해주셔서 다행이다 싶더라"

두 작품 연속 200만 관객 돌파는 단순히 운이라고만 할 수 없다. 김우빈은 김수현, 이민호의 뒤를 잇는 20대 스타 배우로서 자신의 스타성을 데이터로 증명해보였다. 그의 티켓 파워엔 확실한 실체가 있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기술자들'때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계셨고, '스물'은 내 힘이 아니라 이준호, 강하늘 씨의 힘이 컸다"고 겸손한 말을 했다. 무엇보다 "운이 좋았다"는 말을 강조했다.

'스물'은 김우빈에게 눈높이 작품같은 영화다. 20대 중반을 넘어선 그에게 어린 청춘의 이야기는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가까운 과거에 지나온 여정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우빈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이건 해야돼'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자들' 촬영이 두달 정도 연장돼 촬영이 끝나면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핸드폰으로 폰 '스물'의 시나리오에 매료됐다"면서 "이 작품을 다른 배우가 한 것은 극장에서 본다면 화가 날 것 같았다"고 작품에 반했던 첫 순간을 떠올렸다.

김우빈에겐 배역 선택권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부터 매료된 인물은 '치호'였다. 그는 "치호라는 인물이 내가 지나온 20살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웬지 모르게 이 친구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치호는 단순무식하지만 뒷끝없는 보이는 그대로인 성격의 천방지축이다. 그의 관심사는 대학이나 진로가 아니라 연애나 섹스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대사를 통해 관객들의 웃음보를 건드리는 신이 가장 많은 캐릭터기도 했다.

"대사가 과하기도 하고 행동이 과장된 면도 있는데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배우는 작품과 역할로 말하는 거니까. 오히려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과거에 시트콤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모든 장면에서 나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애드립과 아이디어를 냈다. 감독님 역시 대본대로만 하길 원하지 않으셨고 우리에게 좀더 해보라고 시간을 주셨다. 그래서 좋은 건 쓰고 과한 건 편집하시고. 하하"

김우빈

이성과 섹스에 관심이 많은 치호와 비교하면 자신의 스물 무렵은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김우빈은 "내 삶의 가장 큰 일탈이 모델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며 "중 1때 결심을 했는데 다행히 부모님께서 지지해주셨다. 6년간 노력해서 원하던 모델가에 들어갔다. 술자리도 마다하면서 모델이 되기 위한 연습에만 매진했다"고 말했다. 

그가 치호와 자신의 공통점으로 꼽은 것은 친구들과의 화기애애한 관계였다. 그 외의 것들은 상상력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부연했다.

동갑내기 배우 강하늘, 이준호와 만난 건 연기 시너지로 이어졌다. 강하늘과는 세 편의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전례가 있고, 준호는 데뷔시기가 비슷하다는 공통분모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견제나 기싸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친구라서 나오는 시너지가 많았다. 만약 나이차가 있는 배우들이 뭉쳤다면 지금보다 덜한 영화가 나왔을 것이다. 한 신안에서 호흡을 맞출때 뭔가 짜서 하는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애드립을 쳐도 결과물이 좋았다. 서로에게 어울리는 배역을 맡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스물'은 어찌보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에 반기를 드는 영화다. 이 영화는 쓸데없이 무게잡거나 진지한 척을 하지 않는다. 상처받아 단단해져야 청춘이라고 섣불리 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김우빈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에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했다.

"그 말에 많이 공감하고 그 책도 좋아한다. 모델 일이 힘들 때 읽은 어떤 책에서 "신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자에게만 고통을 준다. 고로 우리는 선택받은 자다"란 글귀를 봤다. 그 글을 보면서 내가 이겨낼 수 있으니 이런 시련도 주시는거야 생각하게 됐다. 그런 맥락에서 나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에 동의한다"

김우빈

김우빈은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로 "왜 이렇게 뭐가 없냐. 사람들은 우리한테 좋을때다, 좋을때다 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고 답답하냐"라는 경재의 대사를 꼽았다.

"스물 무렵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땐 모호하지만, 지나면 알 수 있는 것. 그게 우리 영화의 메시지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실패해도 뭔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니 다들 그때가 좋을 때라고 하신게 아닐까 싶다"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나이를 넘어선 성숙함이 느껴졌다. 이 말에 김우빈은 "애늙은이라는 말은 많이 듣는다. 집안에 남자 형제가 없고 여동생만 있어 초등학교 1~2학년때부터 나이차 많이 나는 형들 따라다니는 걸 좋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모델이 되고 싶다는 꿈 하나만 보고 달려왔던 김우빈은 이십대 중반부터 진로를 틀어 배우로 맹활약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하는게 곤욕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과정을 즐기는 중이라고 했다. 

"연기의 맛? 아직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현장에서 재밌게는 연기하는데 모니터로 볼땐 '내가 왜 저렇게 했지'하는 순간은 여전히 존재한다. 선배들도 자기 작품은 편하게 못보신다고 하시더라. 만족이란 없는 것 같다. 다만 스스로의 아쉬움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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