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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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벤져스2'를 보는 두가지 시선…덕후의 환호vs입문자의 갸우뚱

김지혜 기자 작성 2015.04.24 13:07 조회 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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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지난 4월 17일 '어벤져스'팀의 내한 기자회견을 앞두고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측은 언론을 대상으로 한 풋티지 상영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30분으로 압축한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됐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화끈한 액션과 캐릭터들의 유머 감각까지 확인할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이었다.

지난 21일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앞서 공개된 풋티지 영상은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통으로 담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제작사 마블의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그 원천은 전편을 능가하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그리고 한국 로케이션으로 인한 기대감일 것이다.

개봉 일주일 전 압도적 수치로 예매율 정상에 오른 '어벤져스2'는 개봉일 가공할만한 흥행 파워를 과시했다. 첫날 동원한 관객 수는 62만 2,203명. 방학도 아닌 4월 비수기, 그것도 주말도 아닌 목요일에 거둬들인 성적표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천만 영화'는 언론의 설레발이 아니라는 게 곧 입증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에 대한 관객 반응이다. 재밌는 오락영화라는 건 공통된 결론이겠지만, 기대치에 따른 만족도에선 차이가 있었다. 

어벤져스

◆ 더 많은 캐릭터·더 커진 스펙터클

영화는 화려한 액션으로 포문을 연다. 1편 후반부 뉴욕에서 펼친 대규모 액션신이 2편에서는 오프닝에 펼쳐진다. 여섯 히어로 각각의 장기와 화려한 카메라 워크가 결합된 장관이다. 

이들은 1편을 통해 함께 했을 때 무서울 것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2편에서는 이들의 스펙터클한 액션을 더 많이, 더 화려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여섯 히어로가 한데 어우러져 적과 싸우는 떼샷은 오프닝과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포진돼 박진감과 쾌감을 선사한다.       

2편은 전편보다 많은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이는 현재 어벤져스가 처한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향후 그려질 새로운 갈등과 봉합의 단초 역할을 한다.

어벤져스

사상 최강의 적으로 불리는 '울트론'은 이번 시리즈의 축이다.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개발한 평화 유지 프로그램의 오류로 만들어진 존재다. 울트론은 세계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어벤져스를 인류 최대 적으로 규정지으며 전쟁을 선포한다. 크고 강력한 위용을 자랑하는 울트론은 연기파 배우 제임스 스페이더의 멋진 목소리가 더해져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어벤져스에 합류한 새 얼굴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퀵 실버(아론 테일러 존슨)와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쌍둥이 남매다. 10년 전 사고로 부모를 잃은 남매는 복수의 대상으로 스타크를 지목한다. 각각 스피드와 염력을 장기로 하는 이들은 영화 초·중반까지 히어로들과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여기에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자비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비전'(폴 베타니)도 등장한다. 목소리로만 친근했던 폴 베타니는 근사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비전의 어떤 선택으로 어벤져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어벤져스

◆ 어벤져스를 엄습한 불안과 트라우마

조스 웨던 감독은 '어벤져스2'를 통해 각 히어로의 내면을 파고들었다. 우리는 각자의 전사(前史)를 개별 시리즈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엔 한발 더 나아갔다. 뉴욕 사태 이후 여섯 히어로들이 갖게 된 불안함과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트라우마가 집중적으로 묘사된다.

발단은 스칼렛 위치다. 염력을 사용하는 스칼렛 위치는 여섯 영웅에게 정신적 가해를 한다. 이를 통해 히어로들은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보게 되고 이는 각자의 트라우마로 이어진다.

캡틴 아메리카는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헐크는 존재의 불안함에 대해 고뇌하고, 블랙 위도우는 스파이로 자라난 어린시절의 상처에서 허덕인다. 아이언맨은 뉴욕 전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물론 자신의 실수로 어벤져스가 위험에 빠질까봐 더 큰 불안감을 휩싸인다. 

감독은 개별 히어로의 능력을 과시하고, 한데 모은 이들의 폭발력을 보여주는 건 1편에서 충분히 했다고 여긴 것 같다. 각 인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내면 묘사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히어로들은 자신의 비범한 능력 이상으로 무거워진 책임감에 고민한다. 그러나 이같은 '진지 모드'가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액션과 드라마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뚝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블이 DC와 다른 오락물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던 '어벤져스' 1편의 장점 즉 단순명쾌한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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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후들의 환호vs입문자들의 갸우뚱

'어벤져스2'는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여섯 히어로의 전사 그리고 새로운 멤버가 대한 배경 지식이 있다면 흥미로움은 배가될 것이다. 이번 영화를 보다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 극장을 가기전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정도는 보고 가기를 추천한다.

어린 시절부터 마블 코믹스의 광팬이었던 조스 웨던은 어떤 사람보다 히어로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는 마블의 전 시리즈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선으로 첫번째 올스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두번째 올스타전에선 각 인물의 내면에 깊게 침투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물들까지 한데 아우르려 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서만 마블의 히어로를 알게 된 사람이라면 "쟨 누구? 무슨 소리?"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141분간 기존 히어로의 감정 변화도 따라가면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까지 받아들이기엔 벅찬 감도 있다. 영화가 산만하고, 그 산만함이 어느 순간 지루함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너무 많은 인물과 이야기를 담으려한 감독의 의도가 무리수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설계는 '어벤져스' 2기를 위한 포석이다. 새로운 영웅의 등장이 향후 시리즈에 선사할 참신함과 재미를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마블은 늘 현재보단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을 해왔다. 그러나 '어벤져스2'가 미래를 위해 현재 관객이 원하고 있는 것을 많이 간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벤져스2'에 투척된 무수한 떡밥은 시리즈의 3편과 어벤져스 2기에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하다. 영화를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마무리 짓는 마블의 이 영민함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 우리는 또 다음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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