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차이나타운' 엄태구의 미래가 궁금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5.05.14 15:43 조회 9,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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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흡사 쇳덩이를 집어삼킨 목소리 같다. 헛기침을 한 두 번쯤 하면 본래 목소리가 돌아올 것 같지만 아니다. 그의 진짜 목소리다.

목소리뿐만이 아니다. 얼굴은 한번 보면 쉬이 잊히지 않는 뚜렷한 개성이 있다. 선보다는 악을 극대화한 캐릭터에 최적화된 듯 보이지만 강렬한 인상에선 배우적 매력이 넘친다.

배우 엄태구, 이 얼굴이 가장 또렷하게 보였던 작품은 2013년 개봉한 독립영화 '잉투기'였다. 형 엄태화가 메가폰을 잡고 동생인 엄태구가 주연한 이 작품은 그 해 가장 신선도 높은 독립영화로 꼽혔다. '제2의 류승완-류승범' 형제를 예감케 하는 '엄브라더스'의 등장이었다.

그로부터 2년, 형은 상업영화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동생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얼굴 알리기를 진행 중이다.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제작 폴룩스 픽처스)을 통해 엄태구는 다시 한 번 젊은 개성파 배우의 활약을 예고했다. 

"시나리오는 '여자 대부'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두 여성 캐릭터를 김혜수-김고은 씨가 연기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와 이거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태구

엄태구가 분한 역할은 차이나타운의 절대자 '엄마'의 오른팔 우곤. 유사 가족관계를 형성한 엄마와 일영 사이에서 우곤은 큰 오빠 같은 존재다. 흔히 생각하는 장남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말없이 묵묵히 집안의 중심을 잡아가는 면에서는 닮았다. 엄태구는 시나리오에 '우곤'의 전사가 없다는 것을 고려해 상상 속에서 우곤의 과거를 그려나갔다.

"처음 상상한 건 서울역 앞 노숙자들 틈에 있는 어린 우곤의 모습이었다. 거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싸워야 했고, 그러면서 강해진 인물이 아닐까. 그러다 어느 날 엄마가 우곤을 발견했을 것이고 어떤 기회를 줬겠지. 그 기회를 우곤을 잡은 것이고"

영화 속에서 우곤의 과거가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린 일영을 마주하는 우곤의 모습이 등장한다. 어린 우곤은 엄태구가 아닌 다른 배우가 맡았다. 흥미로운 건 다른 인물이지만 목소리는 엄태구의 것을 썼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아역에게도 내 목소리를 입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저음에 걸걸한 목소리다 보니 아무래도 우곤의 확실한 캐릭터를 위해서 그러지 않으셨나 싶다. 그 분의 목소리를 내가 뺏는 것 같아 미안했다"

우곤은 한결같은 인물이다. 표정도 없고, 말도 잘 없으며 감정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일영에 대한 마음 역시 멀리서 지켜주는 것으로만 표현됐다. 우곤과 일영은 피를 나누지 않은 남매 사이일 뿐일까.

엄태구

"아마도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자기도 모르게 일영을 마음 속에 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렇다면 우곤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엄태구는 "우곤은 단순한 오른팔이 아니라 엄마를 가장 많이 알고 이해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영화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런 것을 염두에 두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엄태구에게 선배 김혜수와의 호흡은 '차이나타운'이 준 가장 큰 혜택이었다. 그는 "연기 잘하는 분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 같이 잘하게 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그래도 식구인데", "식구? 너 내 식구였어?"라는 대사를 주고 받을 때 선배님의 연기는 에너지는 대단했다. 마치 돌덩이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엄태구의 시작은 조금 독특하다. 10대 시절 다니던 교회에서 성극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연기학원을 다녀보자는 친구 권유에 학원을 다니게 됐고 건국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하게 됐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형(엄태화)으로 인해 커졌다. 그는 "내가 자발적으로 좋아했다기보다는 형이 사놓은 DVD를 보면서 자연스레 영화를 접하게 됐다. 좋은 영화들을 많이 보면서 영화와 연기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됐다"고 전했다.

엄태구는 낯을 많이 가린다. 이런 수줍은 많은 성격으로 연기한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면 전혀 다른 얼굴이 되는 그는 야누스형 배우다.

"필요 이상으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선 그 순간만큼은 긴장감을 내리고 인물을 올리려고 노력한다. 잘되는 날도 있고 안되는 날도 있다. 아직 연기에 대해 자신감은 없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 가장 행복할 때는 촬영이 끝났을 때다. 그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엄태구

2013년 개봉한 '잉투기'는 엄태구에게 각별한 영화다. 형이 연출하고 동생이 출연한 이 패기 넘치는 영화는 '엄 브라더스'의 등장을 알렸다. 이 작품에 대해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았다. 무대인사, 인터뷰 등등. 무엇보다 형과 첫 장편영화를 찍는다는 의미가 컸다. 아무래도 형이랑 하다보니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었는데 다행히 그 결과들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영화를 준비 중인 형의 작품에 또다시 출연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남자 배우와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인 걸로 하는데 제 자리는 없을걸요?"라고 수줍게 답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목소리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에 대해 "장점이 있는 만큼 한계가 될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발음이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을 많이 봤는데 스스로 정확하게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건 내가 노력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에게 중요한 덕목인 '개성'에 있어 엄태구는 매우 또렷한 강점을 가졌다. 그래서 그가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발전해나갈지 궁금해진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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