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뻔한 영화?펀한 영화!] '위아영', 이러다 꼰대가 된다고요?

김지혜 기자 작성 2015.05.21 11:11 조회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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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영

* 이 글엔 영화의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너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소설 '은교'의 이적요는 젊음과 늙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 나이 듦이라는 건 자연스러운 시간의 축적이다.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고 독촉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순간이다.

40대 부부 조쉬(벤 스틸러)와 코넬리아(나오미 왓츠)는 20대의 젊은 커플 제이미(아담 드라이버)와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나 전에 없던 활력을 느낀다.

이들의 눈에 비친 제이미 부부는 '요즘 젊은이'와는 다르다. 유행이나 격식에 얽매지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다. 디지털 세대에 만난 보기 드문 아날로그 힙스터(hipster :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조쉬는 10년째 신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제이미에게 반해 그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돕는다.

위아영

이를 계기로 조쉬 부부는 제이미는 커플의 삶에 보다 깊숙이 침투한다. 그들의 젊음을 동경하고 생활 방식을 체험하던 조쉬는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리사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일 줄 알았던 제이미가 성공에 물들어 비양심적 행동을 하는 인물임을 알게 된 것이다.

조쉬는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인 장인의 그늘 아래 자격지심을 품어왔다. 장인의 명성을 이용해 더 쉬운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소신과 원칙대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제이미의 '쉽고 빠르게' 가려는 행보와 속내를 눈치채고는 실망감과 분노에 휩싸인다. 급기야 제이미의 성공 가도에 훼방을 놓으며 "넌 틀렸어!"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조쉬를 더 황당하게 하는 건 업계의 거장인 장인과 자신의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조차 제이미의 방식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의 삶과 소신 전부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세대를 넘어선 우정을 다루는 것 같던 영화는 어느 순간 세대 간 균열을 그리는 영화가 된 것처럼 보인다. '위아영'을 본 수많은 관객은 제이미의 행동에 분노를 느낄 것이다. 과연 제이미는 '나쁜 놈'일까.

제이미 부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 조쉬는 그들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결국, 아내 코렐리아에게 자조적인 말 한마디를 던진다.

"제이미는 악마가 아니야. 젊은 것뿐이야"

위아영

물론 제이미는 악마가 아니다. 그렇게 치부하기엔 세상엔 너무 많은 악마가 있다. 또 단지 젊기 때문만도 아니다. 

원칙주의자 조쉬 역시 '물정 모르는 노땅'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 당장 이득을 취하지 못하더라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삶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두 사람은 갈등은 세대 차이라기보다는 가치관, 삶의 방식 차이에 가까워보인다. 조쉬의 관점에서 제이미의 삶은 틀린 것이지만, 제이미의 관점에서 조쉬의 삶은 자신과 다를 뿐이다. 서로 다름에 대한 동경과 충돌을 영화는 재치 있는 유머와 사려 깊은 시선으로 보여준다. 

영화를 연출한 노아 바움백 감독은 미국 SNL 작가 출신으로 지난해 '프란시스 하'를 통해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편을 능가하는 유머는 물론 삶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시선을 보여주며 멋진 블랙 코미디를 완성해냈다. 

어리다고 철이 없고 어리석다거나, 나이가 들었다고 성숙하거나 관록이 넘친다고 할 수 없다. 감독의 말대로 “나이를 먹는 것과 진짜 어른이 되는 건 다른 일"이다.

'위아영'(원제 While We Are Young)은 젊음과 늙음, 이 모두의 미덕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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