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포기했던 연기, 가명으로 돌아왔다..'절실한 배우' 차엽의 외침

강선애 기자 작성 2015.06.25 16:01 조회 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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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엽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사실 즐기는 자보다 더 무서운 사람은 '절실한 자'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았던 사람이 다시 절박한 마음을 품고 돌아오면, 그 어떤 존재보다 강하다. 그야말로 '멘탈 갑(甲)', 웬만한 일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절실한 자'에게 수반된다.

여기, 연기에 '절실한 자'가 있다. 서른 살의 배우 차엽. 아니, 본명 김종엽. 그는 이름까지 바꾸고 연기를 하기 위해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 지난 3년간 연기를 포기하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냈던 그가, 들끓는 연기 열정을 삭히지 못하고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

물론 다시 연기와 연을 이어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통신사 광고모델로 시작한 연예계 일은 녹록치 않았고, 오디션을 수백번 봤지만 배역 하나 맡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렇게 나이는 먹어갔고, 20대 중반이 넘어서며 가족, 친구들의 눈치까지 보며 스스로 위축됐다. 그래서 결국 그는 연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 땐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연기를 그만 뒀고, 근 2~3년간 다른 일들을 했죠. 회사도 다녀보고, 레스토랑에서 설거지도 해보고, 필라테스 학원에서 사무도 보고. 그렇게 일을 하면서 지냈는데, 어느 날 한윤선 감독님한테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이거 다 쓰면 네가 출연해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당시 한감독이 쓰던 작품이 고교생의 성장담을 그린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독립영화다. 차엽, 아니 당시 김종엽은 친분이 있던 한감독의 전화를 받고 이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생업에 차질을 주지 않을 정도의 짧은 촬영 스케줄이라 흔쾌히 “오케이” 했던 것이다.

차엽

그런데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그의 연기는 이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마음이 더 좋게 작용했던 것일까.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를 찍으며 그의 연기는 기존보다 더 자연스러웠고 훌륭했다. 연기가 잘 되니 그가 느낀 '연기의 맛'도 치명적으로 달콤했다. '아, 연기를 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다시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겁게 차올랐다.

이 영화에서 차엽의 역할은 단역에서 조연으로, 다시 주연으로 비중이 커졌다. 엔딩크레딧에 그의 이름은 두 번째 순서로 올라갔다. 이 엔딩크레딧에서 그는 본명 김종엽이 아닌 '차엽'이란 이름을 처음 선보였다. 어머니의 성인 '차'와, 자신의 이름에서 '엽'을 딴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차엽이라 이름을 바꾸고 나니 일이 잘 풀리고 있어요. 그 이름으로 찍은 영화가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했고, 그 후 여기저기 회사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지금 소속된 열음엔터테인먼트와 올 1월에 계약했고, 회사에 들어간 지 한달만에 SBS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을 하게 됐어요.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닌데, 이름을 바꾸고 나서 좋은 일들이 계속 생기니 신기하긴 해요.”

차엽은 최근 종영한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에서 돈을 얻기 위해 친아들을 볼모로 아내 한미리(이엘 분)를 협박하는 나쁜 남자 조유상 역을 맡아 열연했다. 초반 한미리의 내연남 정도로 여겨졌던 이 역할은, 후반 드라마 전체를 뒤흔드는 악역으로 극의 갈등을 극대화시켰다. 극중 조유상은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이 마지막에 공개한 히든카드이자, 가장 큰 반전의 인물이었다.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은 공부가 많이 된 작품이에요.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제 인생 첫 악역이었고요. 드라마에서 이렇게 비중 있는 역할은 처음이라 생각도 많이 했고, 이것저것 참고하며 열심히 준비했어요.”

이 작품에 임하기 위해 차엽이 쏟은 노력은 대단했다. 특히 그는 몸무게를 무려 40kg 가까이 감량하며 캐릭터 소화를 위해 애썼다.

“영화 촬영 때문에 몸무게를 120kg까지 찌웠다가,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에 들어갈 땐 85kg 정도까지 뺐어요. 첫 미팅 자리에서 감독님이 '얼마나 빼고 올 수 있겠냐' 물으셨는데, 제가 일주일만에 8kg을 빼서 갔어요. 카메라 리허설 때까지 또 빼고 오라고 하셔서, 또 빼서 갔죠.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서 열심히 살을 뺐어요. 그런 열의를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차엽

어느 배우든 작품의 중반에 투입되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학기 중간에 전학 온 학생이 이미 돈독해져 있는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겉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기경력은 10년차지만, 차엽은 신인 배우와 같다. 그런 그가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중반에 투입됐으니, 얼마나 힘들었을 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 때 그의 곁에는 챙겨주는 선배들이 있었다.

“저와 붙는 신이 가장 많았던 이엘 누나는 정말 잘 이끌어주셨어요. 제 연기 인생의 첫 키스신 상대이기도 하고요. 조여정 누나는 중학교 때부터 제 이상형이었던 터라, 함께 촬영할 땐 긴장이 많이 됐어요. 땀도 많이 났고, 대사가 생각이 안 날 정도였죠. 특히 여정누나는 '너 갑자기 드라마에 들어오려니 힘들지?'라며 제 마음을 이해해주는데, 그 말이 정말 고마웠어요. 연우진 형도 절 보며 '너 연기 멋있다'라고 응원해주는데, 그런 한마디 한마디가 제겐 큰 힘이 됐죠. 제겐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한 번 포기했던 연기인지라, 차엽의 꿈은 “연기로 롱런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래오래 연기하면서, 얼굴이나 몸매가 아닌 “연기가 섹시한 배우”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싶다.

“'차엽, 정말 섹시한 배우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얼굴이 잘생겼다, 몸매가 섹시하다, 이런 게 아니라 연기가 섹시하게 느껴지는 그런 배우요. 전 쉬지 않고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힘들었을 때의 한이 많아서, 이젠 안 쉬면 좋겠어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그 힘들었을 때의 경험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정말 절실하거든요.”

[사진제공=열음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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