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하지원, 멋진 여자의 예쁜 변신 낯설었나요?

작성 2015.08.26 09:00 조회 5,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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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SBS연예뉴스 | 손재은 기자] 사실 처음에는 갸우뚱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여전사 하지원이 아닌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가득한 평범녀 하지원이라니…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야 할 정도로 브라운관 속 모습은 낯설었다.

하지만 그 낯설음이 사라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SBS 드라마 '너를 사랑하는 시간' 속 오하나로 빙의해 있었으니까. 하지원은 역시 하지원이었다.

Q. '너를 사랑한 시간' 오하나는 그동안 했던 캐릭터들과는 많이 달랐다. 이번 드라마를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맞다. 그동안 강한 역, 보이시한 역 했다. 사랑을 해도 판타지 같은 사랑,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했었다.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해서 가볍고 친근하고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이야기 자체도 가벼운 것, 그래서 이 작품을 하게 된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면도 있었고…. 덕분에 편하게 촬영했고, 재미있었다.

Q. 오하나를 만든 과정은 어땠나.
A. 사실은 원작을 재미있게 봤다. 오하나가 친근감 있고 밝아 공감대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나름대로 설레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어서 편하게 접근한 부분도 있었다. 판타지 사랑이 아닌 현실감 있는 사랑이라서 주위사람들에게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17년 친구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 이야기를 했다. 이런 캐릭터를 이렇게 연기해야지 하다기 보다 30대 패션 쪽에 일하는 평범한 여자인데 직장도 중요하지만 사랑도 중요하고, 남사친이 있고, 환경에 대한 이해할 수 있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며 만들었다.

Q. 앞서 강한 역할만 했다고 했는데 이번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해야 했는데 어색하지는 않던가.

A. 사실은 평상시 모습이다. 귀엽게 하려고 귀엽게 한 건 아니다. 너무 강한 역만을 하다 보니 대중들에게 못 보던 하지원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의 평상시 모습을 보여주니까 주위 친구들은 하지원 아니냐 하더라. 풀어진 말투나 모습을 보고 “그냥 너잖아” 하더라. 재미있었던 것 같다. 시청자들은 못 보던 모습이라 낯설었을지언정, 친구들은 “너잖아” 했다. 편안하게 즐겼다.

하지원


Q. 교복 입고 고등학생 연기도 펼쳤다.
A. 마음을 다르게 먹었다. 내가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나는 내가 고등학생 시절로 시간 여행가는 거다 했다. 고등학교 때 못해본 것을 해보려 노력했다. 더 즐겼던 것 같다. 고등학생 역이 마지막 일 수 있어서 더 즐기자 하면서 했다. 사실은 분량이 적었으면 아역이 했을 텐데 고등학생이 “널 사랑하지 않을거야”라는 말을 하고, 성숙한 장면들이 있어서 배우들이 직접 하는 게 낫다 판단했다. 원작에서도 배우들이 했다.

Q. 교복도 입었지만 그동안 브라운관에 나왔던 모습들 중에 단연 예뻤던 것 같다.
A. 감사하다.(호호) 항상 운동하고 피투성이에 화장도 안하고 칼 들고 다니고 하다가 이번에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를 한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원 없이 입고 싶은 옷 입고 신발, 가방 하고 싶은 것 다 했다. 내가 그동안 못살고, 부모도 없고 그런 역만 맡았다. 이번에 드디어 가족이 생겼다. 무엇보다 화목한 가정이라는 것이 좋았다. 실제로 부모님이 좋아했다. 늘 “왜 우리 딸은 화목하게 살았는데 고생하는 역만 맡냐” 했었다. 팬들도 좋아하더라. 지원 언니 가족 생겼다고…

Q. 상대배우 이진욱과 호흡은 어땠나?
A. 굉장히 잘 맞았다. 리허설을 안 해도 될 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 후반에 친구에서 연인으로 될 때 설레기도 하더라. 고등학교 시절 찍을 때도 설?다. 교복입은 이진욱은…고등학교 때 하나가 원(이진욱 분)을 좋아 했어서 상처를 받긴 했지만 풋풋하면서 설레더라. 평상시 이진욱은 매너 있고 착하다. 원과 비교했을 때 매너 있고 이런 면들이 비슷한 것 같다. 잘 챙겨주고.

Q. 아쉬운 면이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시청률이라던가.
A. 시청률에 대해 기사들도 보고했지만 시청률 낮다는 체감 못한 게 체감 시청률이 좋았다. 현장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주위 분들 반응이 뜨거웠다. 체감 시청률이 높아서 그런지 현장에서는 그런 거에 좌우지 된다거나 하지 않았다. 요즘은 VOD나 인터넷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청률이 낮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Q. 사실 촬영 중간 작가가 바뀌고 문제가 있지 않았나.

A.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오하나를 어떻게 만들어 가냐가 중요했다. 다른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오히려 하나가 가지고 있는 사랑 등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조수원 감독님이 편안하게 해줬다. 나는 대게 좋았다. 조수원 감독이랑 또 하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소년 감성에 로맨틱 감정이 있어서 좋았다. 조수원 감독 나, 이진욱 이야기 하면서 대본을 수정해 가며 촬영한 것도 있고 해서 괜찮았다.

하지원


Q. 두 주인공이 빨리 진전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나.
A. 가끔 피부과나, 사우나에 가면 “암 걸리겠다”, “둘이 언제 이어지냐” 등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대중들이 사실 '기황후' 할 때만 해도 센 캐릭터여서 말 안 걸었는데 이번에는 사우나 탕에 앉아도 말을 걸었다. 친근함이 묻어나니까 말거나 했다. 많이 보더라. 그래서 파이팅 넘쳤다. 기분 좋았다. 원이랑 빨리 붙었으면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Q. 드라마를 촬영하며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나?
A. 이런 사랑도 있구나 했다. 예전에 해보지 않았던 사랑에 대한 느낌들이었다. 설레는 사랑에 대한 기대감만 있었는데 원이한테 받았던 사랑에 대한 느낌을 처음 알게됐다. 사실 17년 동안 좋아하는데 고백도 안하고 있을 수 있나, 가능할까 생각했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가능하겠구나 생각했다. 나는 약간 첫 눈에 반하는 스타일인데 뭔가 이렇게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Q. 이번 드라마에서 스몰 웨딩을 치렀다. 진짜 결혼을 해야 하지 않나.
A. 스몰 웨딩 너무 좋았다. 촬영하면서도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기분이 정말 좋더라. 결혼식에 대해 생각 안 해봤지만 드라마 찍으면서 이런 웨딩도 너무 좋다했다. 그동안 웨딩 사진은 촬영해 봤어도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예쁘게 경험해보니까 좋았다. 사실 결혼이나 가정에 대한 부분은 영화 '허삼관'을 촬영하며 생각했었는데 이번 작품하면서 오히려 결혼 생각은 안하게 되더라. 좋아하는 일, 사랑… 약간 철이 없어진 것 같다. 빨리 결혼하고 싶다 생각보다 하고 있는 일을 감사하게 하고 싶고, 예쁜 사랑 하고 싶어지더라. 평균 수명 100세 아닌가. 결혼은 더 늦게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장기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Q. 이번 드라마 해보니 가벼운 연기가 편한가? 무거운 연기가 편한가?

A. 공포 영화, 액션 영화 하고 했는데 친구들은 처음에 너무 놀라더라. 친구들이 나를 보는 모습은 오하나였으니까. 그래서 친구들은 적응 못하더라. 하지만 나는 대리만족이었다. 보이시한 역, 센 역… 내가 아닌 다른 모습 하니까 더 재미있었다. 그런 강한 느낌이 좋았다. 여리 여리 청순 보다 멋진 여자가 좋다. 그래서 그런 작품을 하는 것 같다. 예전에 '시크릿 가든' 때 길라임이 “나는 예쁘다는 말보다 멋지다는 말이 좋다”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내가 한 말을 김은숙 작가가 써준 거였다. 난 멋진 여자가 좋은 것 같다.

하지원


Q. 데뷔 19년차다. 한 길을 꾸준히 가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A. 이 순간까지 너무 좋다. 배우라는 것이 좋다. 좋아하지 않은 순간은 안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드라마, 영화를 신나서 찍고 있다. 그게 내 에너지 인 것 같다. 그 에너지로 하는 것 같다. 엘이 나한테 누나 체력은 어떻게 관리 하냐 하더라. 나도 몸에 좋은 것 챙겨먹는다.(호호) 무엇보다 감사한 건 즐기고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지만 주위 사람, 가족, 팬들로부터 힘을 받는 것 같다. 촬영을 하다보면 가족에게 소원할 때 있는데 힘들 때 가족에게 힘을 얻는다.

Q. 여배우로서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A. 만약에 배우가 아니라 일반인 하지원이었다면 현실에서 느끼는 나이, 결혼 등으로 많이 부딪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사는 시간들이 과거, 스무살, 고등학생 살다 보니 현실에 대한 부딪치는 부분이 적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인지 못하면서 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 작품 하는 동안에는 현실의 하지원 생각 못한다. 그렇다고 아직 체력이 너무 힘들어서 연기 못한다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어서… 연하 상대 배우가 많아지는 것? 그것은 정말 좋다. 행복하다.

Q. 이미 톱의 자리에 올라와 있고, 배우로서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을 거다. 새로운 목표 설정을 해야 하는 시기 아닌가.

A.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아직 더 도전 할 수 있는 캐릭터도, 안해본 게 어마어마하게 많디. 다해보고 싶다. 시간이 되고 체력이 되면 다 해보고 싶다. 사람이 아닌 것도 해보고 싶다. (사람이 아닌 거라면?) 독수리가 될 수도 있고… 난 전생에 독수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할 때 있다. 꿈에서 언뜻언뜻 날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혼자 시나리오를 많이 쓰는 편이다. 낮에는 독수리고 밤에 여자가 늑대 남자 친구를 가지고 있다 던가… 난 가리지 않는다. 하고 싶지 않아, 못하겠어가 아니고 도전해보고 싶다.

하지원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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